"냉혹한 현실" 말했던 이재용, UAE 출장 귀국 후엔 짧은 소감

중동 출장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오후 김원경 대외협력담당 부사장(글로벌공공업무팀장)과 함께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랍에미리트(UAE) 출장을 마치고 돌아와 "전세계 각계 전문가들과 만나 세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각 나라나 산업들에서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들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중동 시장은 5G(5세대) 통신 구축과 AI(인공지능) 등 미래산업과 관련, 삼성이 놓칠 수 없는 신시장으로 꼽힌다. 이 부회장 역시 평소 중동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이 부회장은 9일 오후 2시 39분쯤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에 도착해 기자들과 만나 "아부다비에서 조그만 회의가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부회장은 짧은 출장 소감을 남긴 후 "감사합니다"하고 목례한 후 자리를 떴다.


이 부회장이 언급한 회의는 무함마드 왕세제의 비공개 사교모임으로 추측된다. 무함마드 왕세제는 매년 겨울 세계 각국 기업인들과 정계 원로들을 아부다비로 초청해 비공개 포럼을 진행해왔다. 왕세제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자리인 이 모임은 극도로 비밀스런 사교모임으로 여겨진다.

2018년 12월 모임엔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 △부시 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역임한 해들리 △미국 기업인 모하메드 A. 엘 에리안(알리안츠 수석 경제고문, 핌코 전 CEO) △데이비드 M. 루벤스타인(칼라일그룹 공동 창업자) △토마스 S. 카플란(미국 투자회자 일렉트럼 그룹 회장) △중국인 컴퓨터 과학자 겸 투자가인 리 카이푸가 참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밤 10시쯤 UAE 아부다비로 출국했다. 이 부회장의 중동 출장은 2019년 9월 추석 연휴 당시 삼성물산이 건설 중이던 리야드 도심 지하철 공사현장 점검 이후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제 등 현지 고위층을 만나 5G 이동통신 장비와 반도체, 코로나19 백신 등과 관련된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미국 정부가 UAE에 무기를 판매하는 대신 중국 화웨이 통신 장비를 철거하라고 요구하면서 삼성전자에겐 5G 시장 확대 기회가 됐다.

이 부회장과 무함마드 왕세제는 아부다비와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번갈아 방문하는 등 친분을 깊게 쌓아왔다. 5G와 IT 미래사업, AI, 에너지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도 논의해왔다.

한편 이 부회장은 연말 들어 미국 출장과 이에 따른 신규 반도체 파운드리(시스템 반도체 위탁생산)공장 부지 확정, 삼성전자 조직개편과 임원인사 단행 등 '뉴 삼성' 도약을 위한 광폭행보를 연일 이어가고 있다.

이달 말 부터 내년 초까지 서울중앙지법이 2주간 겨울 휴정에 들어가면서 이 부회장이 유럽 등 다른 해외 지역 출장을 떠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UAE 출장 역시 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및 삼성물산 합병 의혹 공판 출석 뒤 떠났다. 평소 재판이 매주 목요일에 열리지만 이번주엔 재판부 사정으로 월요일에 열리게 되자 틈을 쪼개 바로 출장길에 올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랍에미리트 출장을 마치고 9일 오후 2시 39분쯤 귀국했다/사진=한지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