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예산' 진땀 뺀 오세훈..신통기획 지키고 장기전세 막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5월 26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 방안을 발표를 마친 뒤 브리핑실을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서울시의회가 오세훈 서울시장이 역점 추진하는 '상생주택', '지천 르네상스' 등 주택정책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해 올해 사업 추진에 차질이 우려된다. 다만 신속한 도심 정비사업을 지원하는 '신속통합기획'(옛 공공기획) 예산은 당초 원안보다 늘렸다. 오 시장과 시의회가 줄다리기 끝에 절충안을 선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3일 서울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시의회 본회의를 거쳐 확정된 '2022년도 수정 예산안'에 주택정책실, 도시계획국 등 주택정책 관련 부서 예산이 이 같이 변경됐다.
상생주택 시범 사업 예산 97% 삭감, 지천 르네상스 관련 예산 절반 이상 줄여당초 41억원이었던 '민간참여형 장기전세주택 건설 추진 시범사업' 예산은 1억500만원으로 원안 대비 97% 감소했다. 시가 장기전세주택의 새로운 공급 유형으로 검토 중인 상생주택 시범 사업에 쓰일 돈이었다.


상생주택은 도심 곳곳에 방치된 민간 토지를 시가 임차해서 그곳에 신축 건물을 짓고 장기전세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시내 전화국, 주유소, 대형마트 유휴 부지가 후보지로 거론됐다.

사실상 전액 삭감된 탓에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 출자해 상생주택 시범 사업을 추진하려던 계획은 제동이 걸렸다. 시 내부에선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올해 6월 지방선거 이후 관련 추경 예산을 편성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오 시장이 지난해 9월 발표한 서울비전2030에서 공개된 '지천 르네상스' 관련 예산도 대부분 삭감됐다. 시내 43개 지천과 이와 연계된 실개천 주변을 수변공원으로 개발해 주거지 개선과 연계하는 사업으로 제2의 한강 르네상스로 불리던 프로젝트다.


당초 20억원을 책정한 '수변중심 도시공간구조 혁신 시범사업' 예산은 10억5000만원으로, 11억6600만원을 배정한 관련 실행전략 예산은 4억9100만원으로 각각 절반 가량 줄었다. 20억을 배정한 우리동네 수변놀이터 조성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한강변 공간구상 관련 예산은 6억원에서 3억원으로 50% 감액됐다.
신속통합기획 예산 규모 늘어…도시재생 예산도 증액시가 정비사업 초기 단계부터 참여해 신속한 행정절차를 지원하는 '신속통합기획'(옛 공공기획) 관련 예산은 늘어났다. 주택정책실의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신속통합기획 도입' 관련 용역 예산은 2억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줄였으나 도시계획국의 신속통합기획 수립 및 운영 예산은 원안 대비 11억원 늘어난 23억1000만원으로 확정됐다.

전임 시장이 역점 추진한 도시재생 사업 예산도 증액됐다. 관악구 난공난향동 등 12개 도시재생뉴딜사업 지역 지원 예산은 원안대비 약 96억원 늘어났다. 정부 국비 지원액이 늘어난 결과라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시의회는 이와 별개로 금천구 독산2동, 마포구 합정동 등 5개 지역 도시재생 사업을 약 20억 신규 편성했고, 도시재생센터 운영 예산은 40억1536만원으로 원안 대비 17억3000만원 늘렸다. 소규모정비형 주거환경 개선사업 예산도 원안보다 11억2200만원 늘린 81억1997만원을 편성했다.

반면 빈집활용 행복주택 공급 예산은 원안 대비 11억2200만원 감액된 21억3925만원으로 확정했다.

이 같은 결론은 여당 인사가 절대 다수(110석 중 95석)인 시의회 구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오 시장은 지난해 4월 보궐선거 당선 이후 '서울시 바로 세우기' 정책으로 특정 시민단체에 지원이 집중된 예산 감독을 강화했고, 정치 편향 논란이 불거진 TBS(교통방송) 출연금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시의회와 대립각을 세웠다.

하지만 오 시장과 시의회는 최대 쟁점이었던 TBS 예산 삭감액을 일부 복원하고, 대거 삭감한 오 시장 정책 예산도 일부 되살리는 절충안으로 타협점을 찾았다. 다만 올해 6월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시장과 시의회 구성이 달라지면 이 같은 기류에도 변화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