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값 24% 껑충…"불가피" 시멘트 vs "속도조절" 레미콘

주요 건축자재인 시멘트 공급가격이 다음 달 인상될 것으로 예고되면서 시멘트와 레미콘업계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시멘트업계는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라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반면, 레미콘업계는 시멘트가 레미콘 원가의 30~40% 가량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이를 반영해 줄지 미지수라는 점에서 반발하고 있다. 특히 시멘트 공급 가격이 지난해 7월에 이어 최근 6개월간 24% 가량 급등하면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6일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대표업체인 쌍용C&E (7,000원 ▼10 -0.14%)와 한라시멘트는 지난달 중순 1종 벌크시멘트 가격을 1톤(t)당 7만8800원에서 9만3000원으로 18%가량 인상한다는 공문을 주요 공급처에 전달했다. 지난해 7월 시멘트 가격이 7만5000원에서 7만8800원으로 5.1%오른데 이어 6개월 만에 인상이 결정됐다. 주요업체들도 잇따라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재 중에서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국제 유연탄(고효율 석탄) 가격이 급등했다. 업계에 따르면 2020년 1톤 당 평균 60달러 안팎이던 유연탄(6,000kcal/kg_FOB Newcastle) 가격은 지난해 10월 222달러까지 4배 가량 급등했다. 지난해 평균 가격은 137달러 정도다. 최근에는 한국 석탄 수입량의 두 번째 비중을 차지하는 인도네시아가 내수공급을 이유로 수출을 중단해 공급부족 현상이 심화됐다.

유연탄 이외에도 요소수 공급대란과 운반물류비 인상도 시멘트 가격에 악영향을 주면서 가격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업체별로 차이는 있지만 지난해보다 원가부담 상승분이 톤당 약 2만~2만5000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며 "원가 상승분의 일부만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전력비 인상과 환경부담금 증가 등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 레미콘 업계는 갑작스러운 시멘트 인상통보가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시멘트 가격 인상이 결정된 지난해 7월 이후 10~11월 올해 공급 계약을 체결했는데 현장에선 한 달도 되지 않아 또 가격이 오르게 됐기 때문이다. 레미콘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공급가격(25-24-150 규격)은 1㎥(1루베)당 7만1000원 가량이다. 이마저도 정가의 80~85%가량이 할인된 공급가다.

울 시내 한 아파트건설 현장에서 건설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레미콘 업계는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연탄 등 원자재 가격급등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건설업계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최악의 상황으로 시멘트 가격 인상분을 반영하지 못하면 레미콘 업체들이 관련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특히 자금력이 부족하고 건설사에 반영을 요구하기도 어려운 중소 레미콘 업체들이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주요 시멘트 업체들이 가격을 같이 올려버리면 답이 없다. 레미콘 자체를 만들 수가 없기 때문"이라며 "중소업체뿐 아니라 유진기업 (3,495원 ▼90 -2.51%), 아주산업 등 주요 레미콘 업체들도 손 쓸 방법이 없다.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지방 소규모 건설현장부터 물량이 부족하게 되는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아파트 등 주요건축물 단가 인상을 두고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시멘트 업계는 인상분을 감안해도 직접적인 영향은 미미하다고 반박했다. 업계에 따르면 30평(99㎡)대 아파트에 투입되는 시멘트는 20톤 가량이며 인상분을 반영하면 원가는 157만원에서 186만원으로 인상되는 데 그친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막연히 아파트 분양가도 오를 것이란 시각과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건설업계에선 원재료 가격 인상에 따른 유통단가 등이 잇따라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분양가 인상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멘트 같은 원자재 가격인상은 연쇄적으로 다른 비용을 증가시키게 된다"며 "원재료 가격뿐만 아니라 물류, 인건비 등에 대한 가격도 오르고 있어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