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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 가스! 가스!…'미슐랭 셰프'도 인정한 붕어빵, 왜 안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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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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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1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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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터뷰 : ZZINTERVIEW]2-② 붕어빵 포장마차들을 찾기 어려워진 이유

[편집자주] '찐'한 삶을 살고 있는 '찐'한 사람들을 인터뷰합니다. 유명한 사람이든, 무명의 사람이든 누구든 '찐'하게 만나겠습니다.
뱅쇼에 붕어빵을 먹으며 감탄하고 있는 파브리 셰프. 실제 저렇게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습니다. /사진=유튜브 '이태리 파브리' 캡처
뱅쇼에 붕어빵을 먹으며 감탄하고 있는 파브리 셰프. 실제 저렇게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습니다. /사진=유튜브 '이태리 파브리' 캡처
이탈리아 출신의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 오너셰프인 파브리치오 페라리(파브리 셰프)는 지난해 1월 유튜브 방송에서 뱅쇼(와인을 따뜻하게 끓인 음료수)를 만들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길거리로 나가 붕어빵을 사와 뱅쇼와 함께 먹는 '먹방'을 펼쳤다.

파브리 셰프는 "붕어빵은 진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겨울 과자다. 붕어빵이랑 뱅쇼는 그 조합이 완벽하게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붕어빵이 이탈리아 '미슐랭 셰프'의 입맛까지 사로잡은 것이다.

붕어빵은 한국 사람들에게는 맛 외에도 '추억 보정'까지 들어가 있는 음식이다. 추운 겨울에 뜨거운 틀에서 갓 나온 붕어빵을 호호 불어먹다가 입천장이 데어본 것은 우리 모두의 공통의 기억이다.

맛과 추억이 모두 담긴 국민간식을 만드는 게 사양 업종이 돼 가는 것은 안타까움을 넘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난 10~11일 서울 곳곳의 붕어빵집을 돌아다니며 주변의 붕어빵집들이 문을 닫는 이유를 '찐터뷰'가 물어봤다. 가스비 등 물가인상은 만장일치로 지적된 문제였다. 이외에도 인건비 상승, 사라져가는 노점, 코로나19 등의 이유가 꼽혔다.


가스비 인상


붕어빵 상인들은 이구동성 물가인상을 첫 이유로 꼽았다. 팥과 밀가루 가격 등이 너무 올랐다는 것이다. 결정타는 가스비 인상이라고 한다. 붕어빵 포장마차는 LPG(액화석유가스) 20kg 들이를 써 빵 틀을 데운다. 장사 특성상 가스를 끌 수 없다. 20kg 들이는 약 3일 정도면 동난다. 1달이면 10회 정도 교체해줘야 하는 셈이다.

상인들마다 편차는 있지만, 대부분은 올 겨울 이전에 LPG 20kg 들이를 약 3만원대 초중반에 공급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가격이 최근 4만~5만원대까지 치솟았다고 상인들은 불평했다. 적게는 1만원, 많게는 2만원이 오른 것이다. 한 달로 따지면 약 10만~20만원의 추가 비용이 생겼다.

서울에서 붕어빵 시세는 일반적으로 1000원에 2개, 2000원에 5개 수준이다. 올 겨울들어 기존(1000원에 3개) 대비 인상됐다. 하지만 물가 인상을 따라가긴 힘들다. 그렇다고 '서민 간식' 이미지가 강한 붕어빵의 가격을 더 올리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목동에서 20여년 붕어빵 장사를 해온 A씨(여, 72세)는 "재료값의 경우 70% 정도 오른 거 같다. 가스값은 너무 올랐는데 나라에서 어떻게 조절 좀 해줬으면 좋겠다"며 "물가가 올라서 재료비가 비싸지고, 돈이 안 남으니까 노점들을 장사를 접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제동에서 약 30년 붕어빵을 팔아온 최종원씨(남, 73세)는 "가스비가 가장 중요하다. 반죽이나 팥 가격은 올라봤자 얼마 안 오른다"며 "가스가 너무 비싸지니까 사람들이 그만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건비 상승


인건비 상승도 붕어빵 장사에 영향을 미쳤다. 올해 최저임금은 9160원에 달한다. 거의 1만원대에 육박한 것이다. 단순 계산으로 하루 8시간 일하고 최저임금만 받으면 거의 7만~8만원을 벌 수 있는 시대다.
따뜻한 붕어빵의 황금빛 아리따운 자태/사진=최경민 기자
따뜻한 붕어빵의 황금빛 아리따운 자태/사진=최경민 기자
붕어빵의 경우 적게는 하루 1만~3만원, 조금 잘 팔리면 5만원 정도의 순이익이 난다고 한다. 최저임금 등 인건비 상승은 명백한 시대적 흐름이다. 그러나 붕어빵 장사는 이 시대적 흐름을 못쫓아가고 있다. 자연스레 사양 업종이 된 모양새다.

특히 붕어빵의 경우 오전 9~10시에 영업 준비를 해서 오후 9시 무렵까지 칼바람을 맞으며 일해야 하는 장사다. 비교적 젊은 사람들이 붕어빵과 같은 노점을 하기보다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일을 택하는 이유다. 실제 다른 기술을 배우기 힘든 60~70대들이 반죽과 소를 붓고, 빵 틀을 돌리면 되는 단순노동인 붕어빵 장사를 많이 하고 있었다.

은평구 슈퍼마켓 앞에서 붕어빵 장사를 하는 성기숙씨(여, 70세)는 "붕어빵을 하루 팔면 어디가서 일하는 것보다 일당이 안 나온다. 식당가에서 서빙이나 주방일을 하면 일당이 10만원까지 나온다. 그걸 하지 누가 붕어빵을 팔겠나"라며 "그래서 노인들이 붕어빵 장사를 많이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줄어드는 노점


노점 자체가 줄어드는 시대이기도 하다. 도시 미화를 위해 큰 길에서 세금을 내지 않는 노점 단속이 해마다 강화되는 추세다. 붕어빵 포장마차들도 이런 시대에 발맞춰 골목 위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것도 십수년 장사를 하며 터줏대감 격이 돼야 겨우 단속을 피할 수 있다.

응암오거리 주변 골목에서 약 15년 붕어빵을 팔아온 설정이씨(여, 64세)는 "자리를 찾기가 힘들다. 포장마차를 어딘가에 보관해야 하는데 그 자리를 찾기도 힘들다. 붕어빵을 팔 수 있는 장소 자체가 없는 것"이라며 "나같은 경우 워낙 오래해서 단속을 안 받는 것이다. 내가 쓰레기 버리는 장소 청소도 하고 하니까, 동네 분들이 봐주고 계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어느덧 2년 동안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 역시 붕어빵 장사에 악영향을 준 요인으로 꼽힌다. 물가 상승 효과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길거리에 사람들이 줄어든 게 문제다. 길에 오가는 사람이 많아야 그만큼 붕어빵을 팔 기회가 늘어나는데, 요즘은 재택근무와 거리두기 등으로 사람 자체가 거리에 적다는 것이다.

홍제동 통일로 대로변에서 붕어빵을 20년 이상 팔고 있는 홍경애씨(여, 78세)는 "코로나19 때문에 사람이 길거리에 없으니 붕어빵이 잘 팔리지도 않는다. 코로나19 이후로 다 바뀌었다"며 "나는 세상 다 산 몸이다. 내가 코로나19를 죽일 수만 있으면 그렇게 하고, 나도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제동에서 붕어빵을 팔고 있는 홍경애씨/사진=최경민 기자
홍제동에서 붕어빵을 팔고 있는 홍경애씨/사진=최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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