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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주운 '담배꽁초'…무려 3250개[남기자의 체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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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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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나 널려 있던 '담배꽁초 지옥', 땅에선 화재 위험, 바다로 가면 미세플라스틱 오염…6시간만에 40리터 쓰레기봉투 2개 꽉 차, 꽁초 주우며 본 '세 가지 희망'도

[편집자주] 수습기자 때 휠체어를 타고 서울시내를 다녀 봤습니다. 장애인들 심정을 알고 싶었습니다. 그러자 생전 안 보였던, 불편한 세상이 처음 펼쳐졌습니다. 뭐든 직접 해보니 다르더군요. 그래서 체험해 깨닫고 알리는 기획 기사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이름은 '체헐리즘' 입니다. 제가 만든 말입니다. 체험과 저널리즘(journalism)을 하나로 합쳐 봤습니다. 사서 고생한단 마음으로 현장 곳곳을 몸소 누비겠습니다. 깊숙한 이면의 진실을 알리겠습니다. 소외된 곳에 따뜻한 관심을 불어넣겠습니다.
서울 홍대 번화가에서 담배꽁초를 주우러 다니다 발견한 쓰레기 더미들. 담뱃값과 담배꽁초들이 말도 못하게 쌓여 있었다. 흡연자가 담배를 피우고, 다시 그 위에 버리고, 또 버리고, 또 버렸다./사진=쓰레받기가 필요하다 생각 중인 남기자
서울 홍대 번화가에서 담배꽁초를 주우러 다니다 발견한 쓰레기 더미들. 담뱃값과 담배꽁초들이 말도 못하게 쌓여 있었다. 흡연자가 담배를 피우고, 다시 그 위에 버리고, 또 버리고, 또 버렸다./사진=쓰레받기가 필요하다 생각 중인 남기자
어느 평범한 오후였다. 귀여운 초등학생 아이들이 웅성거리며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한 남자아이가 바닥을 보며 탄성을 질렀다.

"와, 진짜 담배꽁초 X 많아!"(얘들아, 예쁜 말 써야지^^)

아이는 때 묻지 않은 눈으로, 새삼 거리 민낯을 낯설게 만들고 있었다. 그러려니 보며 살았던, 해묵은 어른인 내게 따져 묻는 듯했다. 그건 당연한 게 아니지 않냐고, 바꿨으면 좋겠다고. 허릴 한껏 숙여 자그마한 손으로 담배꽁초를 주우며 말이다.

부끄러웠다. 내가 그걸 버려서가 아니라(비흡연자다), 하물며 저 아이도 저렇게 줍는데 난 그동안 아무것도 안 했다는 게. 그래서 뭐라도 하기로 했다. 담배꽁초를 주워보기로 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주우며 곰곰이 생각해보기로 했다.

어떻게 하면 이 담배꽁초를 아이까지 줍게 하지 않을지를. 그건 확실히, 아이가 짊어질 몫은 아니니까.



동네부터 '허리'가 나갈 뻔했다


어찌 이리 구석구석 담배꽁초가 없는 곳이 없을지. 가까운 동네에도 늘 이렇게 많았다.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살았을 뿐./사진=남형도 기자
어찌 이리 구석구석 담배꽁초가 없는 곳이 없을지. 가까운 동네에도 늘 이렇게 많았다.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살았을 뿐./사진=남형도 기자
보려고 보니 보이기 시작했다. 허옇고 축축하거나 메말라 구겨진, 흡연자 취향에 따라 기다랗거나 짤막하게 닳아 버려진 담배꽁초들이.

힘들여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어디서나 잘 보였다. 인적 드문 구석엔 어김없이 담배꽁초가 무더기로 흩어져 있었다. 철물점서 산 기다란 집게로 낯선 이의 비양심을 집어, 쓰레기봉투에 쑤셔 넣었다. 봄에 새싹이 날 값진 흙이 아닌, 그에 걸맞은 곳으로.

여기 많겠다 싶으면 '담배꽁초 투기 금지' 같은 문구가 보였고, 그 아래엔 여지없이 담배꽁초가 수북했다. 한 상가 옆 일대는 초토화 돼 있었다. 화단, 화분 안, 나무 옆, 주차된 차량 아래, 콘크리트의 작은 틈까지. 담배꽁초는 어디에나 박혀 있었다.

불과 30분 만에, 40년산 허리가 몸을 뛰쳐나갈 듯 울부짖어서 줍는 방식을 바꿨다. 아예 무릎을 굽혀 주저앉아 담배꽁초를 줍는 것으로. 그랬더니 이번엔 무릎이 저렸다. 다 주운 줄 알고 끙하고 일어섰는데, 미처 못 본 담배꽁초 서너 개가 '까꿍!'하며 비웃는 일이 반복됐다. 그만큼 여기저기 버려져 있었다.



고압 가스통 앞 '담배꽁초', 위태롭고도 위태로운


고압가스통 앞에 떨어져 있던 담배꽁초. 실제 화재 원인 중 아주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빨간색 원 안에 있는 게 담배꽁초./사진=빨리 여길 벗어나고픈 기자.
고압가스통 앞에 떨어져 있던 담배꽁초. 실제 화재 원인 중 아주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빨간색 원 안에 있는 게 담배꽁초./사진=빨리 여길 벗어나고픈 기자.
위태로운 장소에서 담배꽁초를 주울 땐 가슴이 철렁하기도 했다.

이를테면 새빨간 띠로 '위험'이라 쓰인, 고압 가스통 앞 같은 곳 말이다. 거기 버려진 담배꽁초는 '폭탄 스위치'나 다름없어 보였다. 운이 좋아 불발된 것일 뿐, 아직은. 줍는 순간에 주변 건물이 날아가는 상상을 잠시 했다. 건물 옆을 한 아이와 엄마가 지나가고 있었다. 투명하고 섬찟한 가스 내음과 피비린내가 섞인 상상의 장면을, 머릿속에서 얼른 지웠다. 그리고 집게로 담배꽁초 세 개를 제거했다. 다른 곳엔 고압가스 구역엔 아예 '흡연 시 폭발 위험'이라 붙여 놓았는데도, 주위에 담배꽁초가 떨어져 있었다. 에어컨 실외기 앞에도 많았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던진 담배꽁초 때문에 건물창고가 탔다./사진=뉴스1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던진 담배꽁초 때문에 건물창고가 탔다./사진=뉴스1
영하 날씨에도 땀이 흘러, 잠시 숨을 고를 겸 서서 쉬었다. '담배꽁초''화재'를 검색하니 뉴스가 셀 수 없이 쏟아졌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담배꽁초를 날려 옆 건물 창고를 태웠고, 원룸 건물에서 담배꽁초로 외벽이 탔으며, 야산이 담배꽁초로 160㎡(제곱미터)가 불탔고, 부산 건물 4개 동이 담배꽁초로 불타 소방관 280명이 투입됐다.

담배 1개비가 완전히 타는 시간은 15분이란다. 실제 불을 안 끄고 툭 버리는 흡연자도 많이 보였다. 그중 한 명에게 "담뱃불 안 끄시고 버리시는 편이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다. "놔두면 어차피 꺼지잖아요?"



300개비씩 쏟아지는 '꽁초 지옥'…쓰레받기로 퍼담았다


Ah.... /사진=남형도 기자
Ah.... /사진=남형도 기자
번화가는 또 담배꽁초가 얼마나 많을까. 동네를 벗어나 홍대로 가봤다.

홍대입구역 인근, 걷다가 왼쪽으로 꺾어 좁다란 골목에 들어서며 경악했다. 건물 1층 빈 가게 앞에 담배꽁초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그런 커다란 담배꽁초 무더기가 무려 세 곳이나 됐다. 그걸 보는 사이에도 흡연자들이 수시로 피우고, 부지런히 바닥에 버렸다.

집게로 하나씩 집다가 울화병이 날 것 같아, 인근 잡화점에 가서 쓰레받기를 샀다. 담배꽁초와 담뱃갑이 뒤범벅된 쓰레기를 아예 퍼담았다. 빗자루로 쓰느라 담배꽁초와, 찢어진 꽁초가 토해낸 갈색 담뱃잎 가루와, 뱉어놓은 침이 범벅됐을 땐, 비위가 많이 상했다.
위에 있는 사진과 같은 장소다. 담배꽁초를 다 치우니 깨끗해졌다. 그래도 담뱃잎 가루들은 많이 떨어졌지만./사진=뿌듯하지만 찝찝한 기자.
위에 있는 사진과 같은 장소다. 담배꽁초를 다 치우니 깨끗해졌다. 그래도 담뱃잎 가루들은 많이 떨어졌지만./사진=뿌듯하지만 찝찝한 기자.
그중 한 무더기를 다 치우는 데에만 25분이 걸렸다. 무릎이 너무 저려, 앞으로 고꾸라져 담배꽁초와 하나가 될뻔했다. 한 곳에서 나온 담배꽁초만 무려 200~300개씩이나 됐다. 나머지 두 곳도 온몸이 비명을 지르는 대가로, 차근차근 다 치웠다. 깨끗해지니 얼마나 보기 좋던지.

거기뿐 아니라 홍대, 합정 번화가 일대는 대부분 담배꽁초 지옥이었다. 가게 하나를 지날 때마다, 담배꽁초가 무더기로 보였다. 어디에나 담배 피우는 이가 있었고, 어디에나 담배꽁초가 버려져 있었다.



"담배꽁초 버리지 마시요, 아우지 탄광행"


이렇게 버리지 말아달라는데, 그 말이 무색하게도 근처엔 다 담배꽁초가 버려져 있었다. 뭐가 문제일지./사진=남형도 기자
이렇게 버리지 말아달라는데, 그 말이 무색하게도 근처엔 다 담배꽁초가 버려져 있었다. 뭐가 문제일지./사진=남형도 기자
상인들, 건물 관리인들, 직원들은 '노이로제'에 걸린 듯했다. 흡연자와 담배꽁초 무단투기 때문에.

소위 '흡연 스팟'으로 정해진 곳마다, 경고 문구가 안 붙은 곳이 없었다. 누군가는 손글씨로, 또 누군가는 인쇄해서 붙여 놓았다. '담배꽁초 버리지 마시오, 아우지 탄광행', '담배꽁초 재떨이에 버립시다', '무단투기 집중 단속 지역 과태료 부과' 등을 써 붙였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 오히려 그런 문구가 붙은 곳엔 담배꽁초가 더 많았다.

홍대 카페 사장 이우혁 씨(33, 가명)는 "재떨이도 놓아보고, 금지 문구도 붙여보고, 다 해봤지만, 담배 피우고 꽁초 버리는 걸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스트레스를 받다가 이젠 포기한 상태"라고 했다.

흡연으로 인한 악영향이 더 취약한, 학교나 어린이집 근처도 마찬가지였다. '유치원·어린이집 경계선으로부터 10m 이내 금연구역, 과태료 10만 원'이라 구청이 안내판을 붙였지만, 담배꽁초가 널려 있었다. 보육교사 이담비 씨(26)는 "흡연자들 때문에 창문도 못 열고, 한 아이가 담배꽁초를 무심코 주워서 놀길래, 놀라서 버리게 한 적도 있다"고 했다.

기자가 홍대 한 건물 출입구에서 취재하느라 흡연자를 지켜볼 때, 지하에 있던 가게 직원이 올라와 말했다. "거기서 담배 피우시면 안 돼요." 서 있기만 해도 걱정하던, 그들의 고단함이 느껴지는지.



6시간 주우니 3250개… 40리터 봉지가 다 찼다


하루 6시간 동안 동네와 번화가를 누비며 잔뜩 주운 담배꽁초와 담뱃갑. 20리터짜리 봉지 2개가 꽉 찼다. 꽉 차니 담배 내음으로 진동했다./사진=빨리 묶고 빨리 버리고 싶었던 기자.
하루 6시간 동안 동네와 번화가를 누비며 잔뜩 주운 담배꽁초와 담뱃갑. 20리터짜리 봉지 2개가 꽉 찼다. 꽉 차니 담배 내음으로 진동했다./사진=빨리 묶고 빨리 버리고 싶었던 기자.
6시간 동안 담배꽁초를 주우며 마음속으로 하나씩 셌다. 20리터짜리 봉지 2개가 꽉 찼다. 태어나 한 번도 안 피워본, 담배 브랜드를 다 외울 정도로 줍고 또 주웠다.

하루 내내 주운 담배꽁초는 모두 3250개. 짧은 산수 실력을 발휘 해보니(지난해 수능 수학 영역 30점), 7초에 한 개비씩 주운 꼴이었다. 담배꽁초가 가득 담긴 분홍색 종량제 봉투를 들고 다녔다. 지나가던 이들이 다 힐끔거리며 바라봤다.

무릎도, 허리도 급히 나이든 듯 쑤셨고, 겉옷은 더워서 벗어버릴 만큼 땀이 났다.

그러나 그보다 더 힘들었던 건 코끝을 계속 찔러대던 담배 냄새였다. 담배꽁초인데도, 봉투에 넣었는데도 쉴새 없이 묵은 담배 냄새가 올라와 견디기 힘들었다. 집에 오니 머리며, 옷이며, 신발에 담배 냄새가 짙게 배어 있었다.
하루 주운 '담배꽁초'…무려 3250개[남기자의 체헐리즘]
그게 찝찝했던 건, 버려진 담배 필터 하나에도 5~7㎎(밀리그램)의 니코틴이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담배의 전체 함유량의 4분의 1 정도라고. 미국 환경보호청(EPA)에선 담배꽁초를 담근 물에 물고기를 넣는 실험도 했다. 절반 이상 죽었다. 연기의 해로운 물질을 걸러내는 역할이니, 당연히 담배 필터마저 해로운 게다.



단 한 명도 없었다, '담배꽁초 가져가는 사람'


그나마 재떨이가 있는 곳은 담배꽁초 투기가 덜했다. 합정 한 카페 앞에 놓인 재떨이./사진=남형도 기자
그나마 재떨이가 있는 곳은 담배꽁초 투기가 덜했다. 합정 한 카페 앞에 놓인 재떨이./사진=남형도 기자
국내 일부 지자체에선 담배꽁초 수거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곳도 있다. 성과가 있겠으나, 그건 한계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담배꽁초 내음을 나처럼 온통 몸에 묻히게 한 채, 누군가에게 계속 치우도록 할 것인지. 집에 돌아와서도 내내 햇볕에 말리고 바람을 쐬게 한 뒤에야, 옷이며 신발에 묻은 냄새를 겨우 지울 수 있었으니까.

그러니 분명한 건, 흡연자가 꽁초를 버리는 행위를 멈추게 해야 한단 것이다. 그러지 못하는 한 절대 해결할 수 없다. 아무리 주워도 계속 버리니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무한 반복이었다. 결국은 내가 지쳤다. 깨끗해진 바닥에 뿌듯해하고, 쓰레받기를 사러 갔다 온 그 10분 동안 담배꽁초가 또 버려져 있었다. 보람도 튕겨버리는 그 허탈함이란.

어렵단 걸 안다. 그날 단 한 명도, 담배꽁초를 가져가는 이가 없었다. 예컨대, 담배를 다 피우고 휴대용 담배꽁초통에 꽁초를 넣는 단순한 일 말이다. 과한 기대였다. 전혀 없었다. 하물며 꽁초를 쥐고 있다가 쓰레기통에 버리는 이조차 거의 없었다. 그나마 '거의'란 표현을 쓴 이유는 딱 한 명 봐서다.
어디에나 버려져 있는, 그 말이 이 사진을 가장 잘 설명하는 게 아닐까 싶다./사진=그림자로 등장한 남형도 기자
어디에나 버려져 있는, 그 말이 이 사진을 가장 잘 설명하는 게 아닐까 싶다./사진=그림자로 등장한 남형도 기자
흡연자들 이야기가 간절히 듣고 싶었다. 왜 담배꽁초를 바닥에 버리는지.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흡연구역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거리에서 피우고, 거리에 버리는 거죠."(30대 박모 씨)
"재떨이가 없어서요. 곳곳에 놓아두면 되지 않을까요?"(20대 최모 씨)
"쓰레기통이 너무 없어요. 가지고 가긴 좀 그렇고."(20대 김모 씨)
"그냥요. 오래 그러다 보니 습관이 된 것 같아요."(40대 송모 씨)

혹자는 이들 말을 비판할 수 있겠으나 귀 기울여야 하는 건 분명하다. 어려운 문제이지만, 어쨌거나 버리는 생각을 잘 읽고 해결하기 위해서.



하늘에서도 '담배꽁초'가 떨어진다고


산책하다 담배꽁초를 먹으려는 펑키를 겨우 제지한 보호자./사진=펑키 보호자 제공
산책하다 담배꽁초를 먹으려는 펑키를 겨우 제지한 보호자./사진=펑키 보호자 제공
어렵다고 넋 놓고 있기엔 피해가 커서다. 담배꽁초가 땅에만 얌전히 놓이는 게 아니다. 그건 하늘에서도 떨어지고, 차도에서도 날아가며, 소중한 가족이 눈 깜짝할 새 삼키기도 한다.

주미 씨(가명)는 최근 아파트 출입구로 들어가다가, 담배꽁초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그것도 바로 눈앞에서, 두 번이나 그랬다. 누군가 계단서 피우고 창밖으로 버린 거였다. 뜨거운 꽁초가 아이들 머리나 옷에 맞을 수도 있겠단 생각에 이건 진짜 아니다 싶었단다. 그는 "누군지 몰라 신고도 못 했다""거의 매일 위에서 무단투기를 하는데, 너무 위험하고 기분이 나쁘다"고 했다.
차를 탈 때 창 밖 구경을 좋아하는 펑키는 어느 운전자가 날린 담배꽁초에 맞을 뻔했다./사진=펑키 보호자님
차를 탈 때 창 밖 구경을 좋아하는 펑키는 어느 운전자가 날린 담배꽁초에 맞을 뻔했다./사진=펑키 보호자님
차도서 피운 담배꽁초가 날아오기도 한다. 왕 크고 왕 귀여운, 반려견 펑키(진돗개)는 창밖을 보며 드라이브하는 걸 즐긴다. 그런데 어느 날, 창문을 열고 바깥을 보는 펑키 쪽으로 한 운전자가 튕긴 담배꽁초가 날아들었다. 펑키 보호자는 "너무 놀랐다. 담배가 기호식품이긴 하지만, 다른 이에게 피해 주지 않는 흡연 문화가 생기길 바란다"고 했다.

그리고 땅에 떨어진 걸 반려견이 삼키기도 한다고. 사랑스러운 누렁이 삼순이(진돗개)는 평온한 산책길에서 가끔 보호자와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삼순이가 길에 떨어진 담배꽁초를 씹는 일이 잦아서다. 삼순이 보호자는 "삼순이를 입양하고 산책할 때마다 땅을 보며 담배꽁초를 살피는 일이 많아졌다""계속 씹으려는 걸 강제로 막고 빼내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그리고 그 담배꽁초가, '바다'로 가서 다시 인간에게 온다


빗물받이에 잔뜩 버려져 있는 담배꽁초. 작정하고 빼내어보려 했으나, 정말 힘들었다./사진=남형도 기자
빗물받이에 잔뜩 버려져 있는 담배꽁초. 작정하고 빼내어보려 했으나, 정말 힘들었다./사진=남형도 기자
도로 위에, 허가되지 않은 재떨이가 있었다. '빗물받이'였다. 담배꽁초가 가장 많았고, 줍기 가장 어려운 곳이기도 했다.

문제는 빗물받이, 우수관과 하수구를 통해 담배꽁초들이 '바다'로 간단 것이다. 하루에 적게는 45만 개비, 많게는 231만 개비가 바다로 유입된단다(환경부 통계). 빗물받이는 재떨이가 아니라, '바다로 가는 시작'인 것이다.
담배 필터는 90% 이상이 플라스틱 섬유라, 분해되면 미세 플라스틱이 되어 바다로 간다./사진=픽사베이
담배 필터는 90% 이상이 플라스틱 섬유라, 분해되면 미세 플라스틱이 되어 바다로 간다./사진=픽사베이
바다로 흘러간 담배꽁초는 분해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길면 10년 이상이다. 담배 필터는 전체의 90% 이상을 '셀룰로스 아세테이트'란 아주 가느다란 플라스틱 섬유로 만든다. 해양 오염 주범인 미세플라스틱이 바다로 계속 흘러들어, 2050년엔 전 세계 해양 물고기보다 더 많아진단 통계도 나왔다.

특히 미세플라스틱을 해양 생물들이 먹이로 여기고 삼키기 쉽다. 해양 생물에 쌓인 뒤, 다시 그걸 소비하는 인간에게 되돌아온다. 담배꽁초가 물에 닿아 나오는 유해성분에 발암 물질도 있다. 그게 체내에 쌓여 독성 효과로 악영향을 미친다. 인간이 함부로 던진 담배꽁초가, 다시 인간에게 돌아와 고스란히 칼날을 겨누는 것이다.



잘 수거해서, 재활용해야… 담배꽁초 잡으려면


하루 주운 '담배꽁초'…무려 3250개[남기자의 체헐리즘]
그럼 버려진 담배꽁초를 어떻게 해야 할까. 그걸 '수거'하는 게 우선이다.

그럼 누가 수거해야 할까, 그 주체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유럽연합은 2019년 담배꽁초 수거, 청소 비용을 담배생산자에게 부과토록 제도를 마련했다. 국내 환경단체들도 '담배생산자'가 담배꽁초를 책임지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담배를 생산해 이익을 얻은 담배생산자들이, 한 개비당 1.225원씩 내는 폐기물 부담금 외엔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담배꽁초 수거함을 늘리거나 사람을 통해 수거를 확대하는 방식이 시도된다. 호주 멜버른시는 담배꽁초 재활용을 위해 특수제작 쓰레기통 367개를 설치했고, 캐나다 밴쿠버시에선 2800여 개의 수거함이 설치돼 있다. 이에 KT&G도 지난해부터 담배꽁초 수거함을 설치하고 있고, 서울 강북구, 용산구, 광주 광산구 등은 담배꽁초를 가져오면 보상해주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호주 멜버른에 설치된 담배꽁초 전용 쓰레기통.
호주 멜버른에 설치된 담배꽁초 전용 쓰레기통.
수거한 뒤엔 '재활용'하는 게 필요하다. 프랑스, 미국 등은 담배 필터를 재활용해 벽돌, 가구 등을 만든다. 미국 뉴저지에 있는 '테라사이클'을 예로 들면, 꽁초를 수거한 뒤 이물질을 분리하고, 분쇄, 세척, 건조, 정화 등의 과정을 거쳐 재활용하는 식이다. 프랑스 리옹의 담배꽁초 재활용 기업인 '시-클로프'는 담배꽁초를 재활용해 플라스틱 제품을 만든다.

지난해 9월, 국내에서도 환경부가 서울 강북구와 함께 담배꽁초를 회수해, 재활용하는 시범사업을 올해 5월까지 진행한다. 수거함을 20여 곳 설치해 담배꽁초를 수거한 뒤, 플라스틱 필터만 분리해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남은 종이와 연초 부분은 안전하게 태운다.
홍대서 담배를 가장 많이 피우는 곳에 '검은색 쓰레기통(우측 하단)'을 설치해봤다. 그랬더니 흡연자가 바닥 대신, 그 안에 담배꽁초를 버렸다./사진=바람대로 해줘서 매우 뿌듯한 남형도 기자
홍대서 담배를 가장 많이 피우는 곳에 '검은색 쓰레기통(우측 하단)'을 설치해봤다. 그랬더니 흡연자가 바닥 대신, 그 안에 담배꽁초를 버렸다./사진=바람대로 해줘서 매우 뿌듯한 남형도 기자
에필로그(epilogue).

그날 난 담배꽁초를 주우며 '세 가지 희망'을 봤다.

첫 번째는 담배꽁초를 '버릴 곳'을 놓아보는 실험이었다. 잡화점에 가서 쓰레기통을 산 뒤 종량제 봉투를 끼웠다. 그걸 홍대서 담배꽁초가 가장 많은 구역에 놔뒀다. 30분 동안 서서 흡연자 25명을 지켜봤다. 11명(44%)이 쓰레기통에 담배꽁초를 버렸다. 그 비율이 얼마인지 중요한 게 아니라, 거기에 버린 사람이 있다는 게 중요했다.

두 번째는 담배꽁초로 수북했던 곳을 청소해 깨끗하게 만들었을 때의 '변화'. 합정역 인근 가로수에 가득한 담배꽁초를 다 치워 깨끗하게 만들었더니, 몇 시간이 지난 뒤에도 담배꽁초가 하나도 없었다. 홍대 골목엔 일정 간격으로 세 곳에 담배꽁초 더미가 쌓여 있었다. 그중 가운데만 깨끗하게 치웠다. 그랬더니 흡연자들이 깨끗한 곳에 담배꽁초를 안 버리고, 나머지 두 곳에 집중적으로 더 버렸다.
합정역 인근 가로수 화분에 잔뜩 쌓여 있던 담배꽁초(왼쪽), 그걸 치웠을 당시 모습(가운데). 그런데 해질녘이 된, 몇 시간 후에도 담배꽁초가 버려져 있지 않았다./사진=남형도 기자
합정역 인근 가로수 화분에 잔뜩 쌓여 있던 담배꽁초(왼쪽), 그걸 치웠을 당시 모습(가운데). 그런데 해질녘이 된, 몇 시간 후에도 담배꽁초가 버려져 있지 않았다./사진=남형도 기자
마지막은 담배꽁초를 치우는 모습을 흡연자들에게 보여줬을 때다. 합정 골목에서, 흡연자들이 담배 피울 때 근처에서 묵묵히 담배꽁초를 주웠다. 그런데 흡연하던 두 사람 중, 한 명이 바닥에 담배꽁초를 버리려 했다. 그때였다. 함께 피우던 다른 사람 한 명이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언니, 담배꽁초 거기 버리지 마."
"아, 그래."

그때, 그에게 다가가 쓰레기봉투를 내밀었다. 담배꽁초는 바닥에 버려지지 않았다. 게다가 그들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수고 많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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