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처럼 ETF 쪼개기 가능? 'ETF 액면분할제도' 도입 검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금융당국이 ETF(상장지수펀드) 액면 분할이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ETF 시가 상승 등에 따른 소액투자자의 투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금융감독원은 14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22년도 금융감독원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올해 ETF 시가 상승 등에 따른 소액투자자의 투자 부담을 완화하고 펀드의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 ETF 액면분할제도 도입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미영 금감원 기획·경영 담당 부원장보는 "ETF 액면분할제도의 필요성이 많이 제기되고 있고 구체적인 분할 방안은 주식 분할과 같은 방안을 포함해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ETF의 경우 주가가 많이 오르고 단위 커진것도 있어 ETF 활성화 차원에서 고민해볼만한 사안"이라며 "한국거래소와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 현재 국내 대부분의 ETF가 신탁형 ETF인데 현행 자본시장법상 회사형 펀드가 아닌 신탁형 ETF 액면분할 관련 규정이 없어, 당국은 법령상 보완해야 할 부분을 찾아 검토하고 있다.


해외에선 주당 가격이 높아진 ETF를 액면분할하거나 추종하는 지수가 같은 ETF라도 주당 가격을 낮춰 새로 상장하기도 한다. 지난달 나스닥 100지수를 3배 추종하는 TQQQ가 2대 1비율로 액면분할됐다.

국내 ETF도 액면분할이 가능해지면 소액투자자들의 ETF 투자 장벽이 낮아질 전망이다. 가령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나스닥100'의 경우 주당 1만원에 상장했지만 현재 지난 11일 기준 7만8140원까지 올랐다.

이에 따라 8만원에 달하는 가격이 부담스러운 투자자들이 가격을 낮췄으면 좋겠다는 요구가 많았다. ETF 규모가 크고 거래도 잘돼 매매하고 싶지만 가격 때문에 좀 부담스럽다는 얘기다. 액면분할이 되면 투자자들이 더 편하게 ETF에 접근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아울러 자산운용업계는 액면분할과 함께 액면병합도 요구해왔다. 한 자산운용업계 대표는 "병합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병합이 안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곱버스로 불리는 '코덱스200선물인버스2X'는 1만원에 상장했는데 현재 가격이 2000원선에 머물고 있다. 코덱스200선물인버스2X는 코스피200 선물지수 수익률을 반대로 2배 추종한다.

이 대표는 "현재 코스피 지수 하락으로 괜찮지만, 만약 1000원대 아래로 내려가면 호가당 반영 변동폭이 커져 투자자들이 비용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 액면병합을 통해 액면가를 키워 호가당 비율을 낮추고 정상적인 거래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 사옥

또 금감원은 올해 자산운용회사의 배타적 사용권 제도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펀드상품의 배타적 사용권 할인이 저조한 이유와 문제점을 분석해서 심의기간이나 부여기간, 인센티브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단 방침이다.

배타적 사용권은 신상품 개발회사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기간 다른 회사가 유사한 상품을 판매할 수 없게 하는 독점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이다.

김 부원장보는 "기존에 출시된 공모펀드와 다른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신규 유형의 공모펀드가 많이 출시되지 않고 있다. 현재 배타적 사용권이 활성화돼 있는 보험권역 등을 참고해 유관기관과 협의해 부여기간 조정 등 다양한 방안 검토해서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자산운용 업계는 이에 대해 환영한단 입장을 밝혔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누가 먼저 좋은 아이디어를 내면 똑같이 따라 보수만 싸게 해서 내는데, 길게 보면 운용사와 투자자 모두 손해"라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 입장에서 보수가 덜 들지만 운용사 입장에선 보수가 저렴한 만큼 관리를 잘 하지 않게 된다. 좋은 상품 발굴에 대한 인센티브가 적어지면 상품의 질이 낮아질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