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쇼크에 커진 인플레 공포"...물가 10년 만에 4% 간다

(이프린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이프린에서 러시아 군의 폭격으로 파괴된 다리를 주민들이 건너고 있다. (C) AFP=뉴스1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국제 에너지·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년동월대비 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약 10년 만에 4%대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원화 약세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에 더해 국내 주류 가격 등 가공식품·외식물가가 전반적으로 인상시점을 맞은 점도 물가 곡선을 추가로 끌어올릴 요인이다.

6일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3.7% 상승하며 5개월 연속 3%대 고물가 흐름을 이어갔다.


일각에선 이달 물가상승률이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만에 4% 대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대한 서방국의 경제 제재 우려가 확산되면서 에너지·곡물 가격 변동성이 커진 카운데, 이러한 영향이 국내 3월 소비자 물가에 직접 반영돼 물가 상승곡선을 추가로 자극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미 최근 세계 3대 산유국인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서방국의 수출 제재가 우려되면서 국제유가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115.6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 대비 7.4%(8.01달러) 오른 수준으로, 2008년 9월 이후 최고치다. 통상 국제유가는 3주 시차로 국내 유가에 반영된다.

국내 유가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6일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ℓ)당 1809원으로, 전날보다 5.8원 올랐다. 서울 지역 휘발유 가격은 1878원으로 1900원 선 진입을 앞뒀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러시아 원유·석유제품 거래 기피현상이 심화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러한 국제유가 상승세가 국내 기름값에 반영되면 국내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이 2000원 선을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면전 여파로 곡물 가격 역시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국제시장에서 밀의 톤(t)당 선물가격은 지난 1월 평균 284달러에서 지난달 25일 310달러까지 급등했다. 옥수수는 같은 기간 240달러에서 260달러로 올랐다. 장기적으로 곡물 수입 가격 상승은 국내 가공식품 등 원재료 가격부담으로 전가돼 물가를 추가로 높이게 된다.

이미 국내 가공식품·외식가격 역시 오름세는 심상치 않다. 2월 가공식품은 전년동월대비 5.4% 올랐고 외식비도 6.2% 뛰었다. 여기에 참이슬·진로 등 소주 제품 가격이 기존보다 7.9% 오른 데 이어 오비 맥주 등 맥주 제품 가격까지 7.7% 인상이 예고되면서 서민 물가 부담을 더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주류 출고가격 상승은 업소의 주류 판매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가공식품·외식가격이 더 오르기 때문이다.

덕분에 물가 고공행진은 한동안 이어질 공산이 크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미 △국제유가 △곡물가격 △공급망 차질에 따른 원자재 가격 등 물가 상승세가 상당한데 더해 '러시아-우크라이나'간 전쟁의 여파로 국제시장에서 에너지·곡물 중심으로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라며 "최근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등 원화 약세 모습도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물가압력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23일 서울시의 한 주유소에서 업무 중인 종업원 뒤로 유가정보 안내판이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되면서 북해산 브렌트유가 장중 한때 99.5달러까지 오르는 등 국제유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 국제유가가 100달러에 육박한 것은 지난 2014년 9월 이후 7년여 만이다. 2022.2.23/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