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 우회적 인정? 푸틴 "서방 제재는 선전포고" 경고 (상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여성의 날(8일)을 앞두고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항공사 여성 승무원들과의 면담을 하고 있다. /AFP=뉴스1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에 가해진 제재들이 '선전포고'나 마찬가지라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이하 각 현지시간) 주장했다. 최근 러시아가 잇단 제재로 '국가부도' 가능성까지 언급될 만큼 큰 타격을 입은 데 따른 반발로 보인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영TV 방송으로 방영된 러시아 항공사 여성 승무원들과의 면담에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제재들은 선전포고와 비슷하다"고 언급했다. 이는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 맞서 강력한 대응 조처를 해나갈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방 '스위프트' 차단 등 강력 제재…애플, 에르메스 등 기업들 사업 철수 최근 미국 및 유럽 국가들은 잇따라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경제적, 상업적 제재를 가하고 있다. 앞서 서방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러시아를 차단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러시아 주요 은행을 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고 해외 은행에 예치된 러시아 자산을 동결했다.

미국 정부는 또 다른 G7 국가들과 함께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과 국부펀드를 동결하고, 러시아 재무부와의 거래도 전면 차단하는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 이에 러시아 중앙은행은 해외에 보관 중인 외환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이 소식이 전해지며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사상 최저로 폭락했고 주식거래도 중단되는 등 러시아 경제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S&P가 러시아의 국가 신용등급을 기존 'BB+'에서 'CCC-'로 8단계나 강등시키는 등 국가 신용등급도 줄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기업들도 잇따라 러시아의 침공행위를 규탄하고 러시아 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애플, 나이키 등 인기 소매기업들을 비롯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의 명품 브랜드들도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비자, 마스터카드 등도 젤렌스키 대통령의 상업거래 중단 요청을 수락해 러시아 사업을 제한한다고 밝히며 러시아 내 일반인들의 고충도 커져가는 상황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같은 러시아의 지속적인 포격과 자포리아 원전 공격 등을 언급하며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에 더욱 강력한 제재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필요하다면 더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는 입장이다.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정부는 이같은 움직임에 강력 항의하고 있다. 러시아 하원은 지난 4일 '외국의 제재에 맞서 시민과 경제를 방어하기 위한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항공사 여성 승무원들과 여성의 날(8일)을 맞이해 진행된 면담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우크라이나 군사 초기작전 '성공적' 자평한편 푸틴 대통령은 이날 승무원들과의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에서의 초기 군사 작전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전력을 과시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작전에서) 우선하여서 한 일은 군사 인프라 제거"라며 "모든 인프라는 아니지만 주요 무기고, 탄약고, 군용기, 방공미사일 시스템 등을 파괴했다"고 말했다. 또 사실상 이 작업이 거의 완료됐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군사작전 과제를 수행할 충분한 전력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다른 강대국이 우크라이나에 비행금지구역(No-fly Zone)을 부과하려는 시도는 군사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조치로 간주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최근 우크라이나의 비행금지 구역 요청을 거절했는데, 이는 전쟁이 우크라이나를 넘어 더욱 광범위한 분쟁으로 확대시킬 명분을 주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징집병들이 이용됐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련되지 않았다"며 "징집병은 한 명도 없으며 징집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또 "우리 군대는 모든 임무를 완수할 것"이라며 그것에 대해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 러시아인들이 우려하는 자국 내 계엄령이나 비상사태를 선포할 계획도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