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산 아파트 붕괴 원인 "구조변경에 15개층 콘크리트 부실까지"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11일 오후 3시 47분께 광주 서구 화정동 한 고층아파트 신축 현장 외벽이 무너져 내렸다.(사진=독자 제공) 2022.01.11. *재판매 및 DB 금지

HDC현대산업개발 시공의 광주 화정동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원인으로 무리한 구조 변경, 하중을 지지할 가설 지지대(동바리) 조기 철거, 콘크리트 부실, 감리 부실 등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감리제도와 품질관리 개선, 하도급 문제 등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는 한편 현산에 대한 구체적인 제재 수위 검토에도 착수한다. 7명의 사상자를 낸 만큼 1년 이상의 영업정지 가능성이 거론된다.
광주 화정동 사고 조사위, "설계도와 달리 구조변경하고 지지대 조기 철거, 콘크리트 부실, 감리 역할도 부족" 발표국토교통부 현산 아파트 붕괴사고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지난 1월 11일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사고 조사결과를 14일 발표했다.

이 사고는 신축공사 현장에서 39층(옥상층)과 38층 사이에 배관 등을 설치하는 별도의 층인 PIT층 바닥이 붕괴되면서 39층 아래로 16층 이상의 외벽이 파손·붕괴돼 근로자 7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당한 사고다. 지하4층~지상39층 8개동 총 847가구를 짓는 공사로 공사기간은 2019년 5월~올해 12월까지 예정됐다. 공사규모는 1237억원으로 '고급아파트'로 알려진 아이파크 브랜드에서 발생한 사고여서 해당 지역의 충격은 더 컸다.


사조위는 건축구조, 건축시공, 법률 등 관련 분야별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돼 지난 1월 12일부터 약 2개월간 사고원인을 조사했다. 사조위는 △무리한 구조 변경 △하중을 지지할 동바리 조기 철거 △콘크리트 부실 △감리 부실 등일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했다.

우선 건축 구조와 시공 안전성 측면에서 보면 39층 바닥 시공방법 및 지지방식을 당초 설계도서와 다르게 임의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닥시공이 당초엔 일반 슬래브였는데 데크슬래브로 바뀌었고 지지방식도 당초 가설지지대(동바리)에서 콘크리트 가벽으로 변경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PIT층 하부를 지지할 동바리가 조기에 철거돼 건물 연속 붕괴 참사로 이어졌다.

조사위는 또 붕괴 건축물에서 채취한 콘크리트 시험체의 강도시험 결과 대다수 시험체가 설계기준강도의 85% 수준에 미달했다고 밝혔다. 외벽이 붕괴된 17개층 중에서 15개 층에서 콘크리트 부실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콘크리트 강도 부족은 철근과 부착 저하를 유발해 결국 붕괴 등으로 이어졌다.


사고관리 측면에서도 문제가 심각했다. 우선 시공 과정을 확인하고 붕괴위험을 차단해야 할 감리자의 역할이 부족했다. 공사감리 시 관계전문기술자와의 업무협력을 이행하지 않아 구조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감리자는 발주기관에 제출된 '건축분야 공종별 검측업무 기준'과 다르게 작성한 검측 체크리스트를 사용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콘크리트 가벽'에 대한 구조안전성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조사위 "재발방지책 필요" 국토부 "위법사항 엄정 조치 요구하겠다"...결국 1년이상 영업정지로 가나사조위에서는 사고원인 분석 결과에 따라 △제도이행 강화 △현감리제도 개선 △자재·품질관리 개선 △하도급 제도 개선 등의 재발방지방안을 제시했다. 김규용 사주위 위원장은 "최종보고서는 지금까지 분석된 조사결과 등을 정리하고 세부적인 사항을 보완하여 약 3주 후 국토교통부에 제출할 예정"이라 밝혔다.

김영국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사조위에서 규명된 원인조사 결과를 토대로 위법사항에 대해서는 관계기관에 엄정한 조치를 요구하고, 재발방지대책도 조속히 마련해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다만 엄정한 조치와 관련해 현산에 대한 구체적인 제재 수위는 밝히지 않았다.

노형국 국토부 장관은 사고가 발생한 지난 1월 "정부는 현재 모든 법규, 규정상 내릴 수 있는 가장 강한 패널티(불이익)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최고로 등록말소까지 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건설안전기본법상 사망사고가 나는 경우 최대 1년 영업정기가 가능하고, '고의과실에 따른 구조상의 손괴'인 경우 등록말소에 처할 수 있다. 특히 현산은 광주 화정동 사고 이전에도 지난해 광주 학동 철거사고 붕괴사고를 내 국토부가 8개월 영업정지를 서울시에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