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디폴트, 16일이 첫 관문…2가지 경우 위기 초래할 수도"

러시아의 공격으로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도시/로이터=뉴스1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3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행히 전문가들은 러시아 디폴트가 국제 금융시장에 미치는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경제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기관이 러시아 국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거나 러시아 정부의 디폴트가 러시아 기업들의 디폴트로 이어질 경우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러시아는 오는 16일(현지시간) 2건의 달러 표시 국채에 대해 1억1700만달러 규모의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이에 대해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14일 국채 이자를 지급할 준비는 되어 있지만 달러 자금에 접근할 수 없어 루블화로 지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국채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자금력이 있지만 서방 국가들의 금융 제재로 달러 자금에 접근할 수 없는 상태다.

러시아 정부가 16일에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2건의 국채 모두 달러 이외의 통화로는 원리금 상환이 허용되지 않는다.

러시아가 이날 이자를 달러로 지급하지 못하면 30일의 유예기간을 거친 뒤 기술적으로 디폴트를 맞게 된다.

이에 대해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 13일 미국 CBS와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디폴트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사건"으로 치부돼선 안 된다고 경고하면서도 러시아 은행 부문에 대한 외환위험노출액이 1200억달러 가량이라며 무시할 만한 규모는 아니지만 "시스템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라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시장도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피치가 지난주 러시아의 디폴트가 임박했다고 밝히는 등 디폴트 위험이 고조되고 있음에도 패닉(공포) 상태는 보이지 않고 있다.

/자료=캐피탈 이코노믹스, 마켓워치 화면 챕처

이에 대해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수석 신흥시장 이코노미스트인 윌리엄 잭슨은 14일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의 디폴트는 상징적인 사건일 뿐"이라며 "러시아의 디폴트가 세계 다른 지역은 물론 러시아에서도 심각한 파장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러시아의 달러 표시 국채가 액면가 대비 20%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어 "러시아의 디폴트는 이미 채권 가격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러시아인이 아닌 외국인이 보유한 러시아의 외화 표시 채권은 200억달러 규모로 "상대적으로 적다"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 정부가 외화 표시는 물론 루블화 표시 국채까지 외국인 투자자에게 이자와 원금 지급을 중단한다고 해도 전체 국채 규모는 700억달러로 2020년 아르헨티나 디폴트 때 채권 규모보다도 적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르헨티나 디폴트 때는 국채 가격이 지금처럼 많이 떨어지진 않았지만 어쨌든 글로벌 시장에 파장을 일으키진 않았다"고 밝혔다.

잭슨은 다만 2가지 경우 러시아 디폴트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충격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첫째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기관이 러시아 국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경우다.

러시아는 1998년 8월에도 루블화 표시 채권에 대해서는 디폴트를, 해외 채권에 대해서는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을 선언한 적이 있다.

이 모라토리엄 선언 자체는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았지만 러시아 국채에 대규모로 투자했던 미국의 헤지펀드 롱텀캐피탈마켓(LCTM)이 큰 손실을 입고 파산하면서 상당한 2차 충격이 나타났다.

둘째는 러시아 국채 디폴트가 러시아 기업들의 디폴트로 이어지는 경우다. 러시아 기업들의 대외 부채는 정부 부채보다 4배 가량 많다.

잭슨은 "러시아 기업들은 서방 국가들의 경제 제재 이후에도 채권 이자를 잘 지불해왔지만 무역 체계가 무너지고 제재 범위가 확대돼 경제가 깊은 침체에 빠지게 되면 디폴트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