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정상 우크라 방문, 러시아는 미사일 더…서방 언론인 또 사망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키예프)에서 러시아 군의 폭격을 받아 아파트가 불길에 휩싸여 있다. /AFP=뉴스1

폴란드·체코·슬로베니아 등 동유럽 3개국 정상이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키예프)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유럽연합(EU)의 지지를 재확인한 가운데 러시아군이 크이우에 대한 공격을 한층 강화했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CNN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수도 진입을 위해 크이우에 더 많은 미사일을 쏘는 등 공격 강도를 높이고 있다. 크이우 외곽에서의 양측의 교전도 격화하고 있다.


CNN은 "크이우 전역에선 공습 사이렌이 멈추지 않고, 외곽에선 폭발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WSJ은 "러시아군의 미사일 포격으로 도시가 다시 뒤흔들렸고, 밤새 이어진 총격전으로 인한 불길이 (도시의) 서쪽 지평선을 밝혔다"고 했다.

/영상=우크라이나 응급서비스국(SES) 제공

WSJ은 러시아군의 이날 새벽 공습으로 크이우 중심부에 있는 무기 제조업체와 관련된 건물이 파괴됐고, 민간인이 거주하는 아파트 2채도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특히 아파트 1채는 러시아군의 포격에 대형 화재가 발생해 주민 2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연기 흡입으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인 우크라이나24는 이날 새벽 공습이 벨라루스에서 발사된 미사일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크이우 외곽에서는 언론인 추가 사망자가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크이우 외곽 호렌카에서 취재 중이던 미국 폭스뉴스의 영상기자 피에르 자크르제우스키와 그의 컨설턴트가 러시아군의 총격에 사망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다른 기자도 앞서 취재 중 부상을 당해 입원한 상태다.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키예프) 외곽 호렌카에서 취재 도중 러시아군의 포격에 사망한 미국 폭스뉴스의 카메라맨(영상기자) 피에르 자크르제우스키(맨 앞). /사진=AFP

앞서 전 NYT 기자인 브렌트 르노는 크이우 외곽 이르핀에서 취재 도중 러시아군의 총격에 목숨을 잃었다. 르노의 사망은 우크라이나 전쟁 중 러시아군의 공격에 서방 언론인이 목숨을 잃은 첫 사례였다.

우크라이나 인권 활동가인 류드밀라 데니소바는 dpa통신에 러시아의 침공 이후 지금까지 언론인 4명(우크라이나 국적 기자 2명 포함)이 목숨을 잃고, 30명 이상이 다쳤다고 전했다. 그는 "러시아 점령군은 적극적으로 외국 취재진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크이우의 숨통을 조여오는 러시아군의 거침없는 공격에 크이우 시 당국은 35시간 통행금지령을 발령했다. 비탈리 클리치코 크이우 시장은 "(크이우가) 어렵고 위험한 시간에 직면했다"며 "군 당국의 결정에 따라 15일 오후 8시(한국시간 16일 오전 3시)부터 17일 오전 7시까지 크이우에 통행금지령이 시행된다"고 발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키예프)에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 페트로 피알라 체코 총리, 야네스 얀샤 슬로베니아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사진=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텔레그램 공식 채널 영상 갈무리

한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이자 유럽연합(EU) 국가인 폴란드, 체코, 슬로베니아 동유럽 3개국 정상은 이날 러시아 침공 이후 처음으로 크이우를 방문했다. 폴란드 국경에서 기차로 7시간 만에 크이우에 도착한 이들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EU의 지지를 재확인했다.

이들 정상은 "우리는 EU 이사회 자격으로 크이우를 방문했다"며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독립에 대한 EU의 분명한 지지 확인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폭넓은 지원책 제시를 이번 순방의 주요 목적으로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동유럽 3개국 정상의 크이우 방문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유럽 지지의 강력한 증거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다만 대다수의 EU 회원국은 이들을 EU의 공식적인 사절로 인정하지 않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EU 당국자를 인용해 "대다수 EU 회원국들은 이들 정상의 행보에 반대하고 있다. 그들이 (EU가) 이행하기 어려운 약속을 (우크라이나에) 남발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