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봉지·참치캔 제작 알고보니 최첨단 기술? "배터리 소재 도전"

21700 규격 원통형 배터리 캔이 생산되고 있는 동원시스템즈 칠곡사업장

참치·햄 등을 담는 캔 용기와 라면·과자 등을 담는 봉지를 만들던 식품기업들이 배터리 포장재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원참치의 캔을 제작해온 동원시스템즈가 지름 21㎜, 높이 70㎜ 규격의 21700 원통형 배터리 캔 양산에 돌입한 가운데, 신라면·새우깡의 포장재를 만들어온 농심 계열사 율촌화학도 파우치형 배터리 포장재 납품에 도전장을 냈다.

동원시스템즈는 경북 칠곡사업장에서 21700 원통형 배터리 캔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양산에 돌입했다고 19일 밝혔다. 이곳에서 생산된 캔은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 등의 원통형 배터리 제작에 사용된다. 동원은 지난 1월 21700 원통형 캔 내식성을 높이는 기술을 업계 최초로 개발했다. 해당 기술이 적용된 완성품이 LG·삼성 등으로부터 승인을 얻어 납품을 개시했다.


식품 포장재를 생산해오던 동원시스템즈가 배터리 소재 사업에 발을 들일 수 있던 것도 알루미늄 캔과 포장재 노하우 덕분이었다. 알루미늄을 얇게 펴는 기술을 적용해 양극박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원통형·각형 배터리 포장재 제조업체 엠케이씨를 인수했다. 인수 당시 엠케이씨는 지름 18㎜, 높이 65㎜ 18650 원통형 배터리 기술력을 보유했다. 동원은 엠케이씨 인수 후 기존 노하우를 더해 21700 원통형 캔 제작에 성공했다.

동원시스템즈는 파우치형 배터리 포장재 사업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SK온 등 파우치형 배터리 제작업체들은 포장재 전량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 동원시스템즈는 현재 파우치 포장재를 개발 중이며 LG·SK 등에 납품하겠다는 포부다. 2023년 시제품 생산을 목표로 충북 진천에 파우치 포장재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파우치형 배터리 포장재 시장에는 또 다른 식품회사 농심이 먼저 진입한 분야기도 하다. 신라면·짜파게티·너구리·새우깡 등 농심의 대표 제품의 포장재를 담당해 온 율촌화학은 2020년 정기주총에서 이차전지 소재 제조 및 판매, 반도체 소재 제조 및 판매, 회로기판 소재 제조 및 판매, 디스플레이 소재 제조 및 판매 등을 추가하면서 소재 시장에 뛰어들었다.


율촌화학의 소재 시장 진출 역시 이미 보유한 기술을 활용도와 판로를 다양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시장에 뛰어든 지 불과 2년 만에 배터리 파우치 포장재 기술을 확보할 수 있던 것도 식품 포장재를 제작하며 축적한 노하우 덕분이었다.

현재 율촌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에 납품하기 위한 사전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기술은 개발했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를 제작하는 국내 배터리업계의 까다로운 심사의 벽을 아직 넘지 못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산화보다 중요한 것이 고품질의 배터리를 생산하는 것"이라며 "율촌화학 기술이 부족하다기보다 배터리업계 기준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까다로운 납품기준을 통과한 동원시스템즈 관계자는 "늘어나는 원통형 배터리 수요에 맞춰 공장 및 생산 설비를 증설해 국내외 고객사를 확보해나갈 것"이라며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로 꼽히는 4680 규격 배터리 캔에 대한 차별화 기술을 확보하고 관련 생산 설비를 도입해 이차전지 소재부품 기업으로서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