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개통 5대 중 1대는 '알뜰'…車 말고 '진짜 폰'도 늘었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4일 서울 종로구 알뜰폰스퀘어에서 열린 '알뜰폰 1000만 가입자 달성 기념식' 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 2021.11.24. /사진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알뜰폰(MVNO)의 '질적 변화'가 빨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단기 사용 또는 '세컨폰' 목적의 선불폰이 많았는데, 이제는 주로 사용하는 '퍼스트폰' 지위를 두고 이통3사와 경쟁한다. 1000만 가입자 달성에 사물인터넷(IoT) 회선 급증이 주효했지만, 휴대폰 회선도 선불폰은 줄고 '진성 가입자'로 볼 수 있는 후불폰은 늘어난 만큼 질적개선에 더 의미를 둬야한다는 평가다.

2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알뜰폰 가입자는 1036만명으로 2019년 말보다 260만명 늘어났다. 이는 같은 기간 338만 회선 늘어난 IoT 회선의 영향이 컸다. 커넥티드카, 스마트워치 등 늘어난 IoT 기기에 알뜰폰이 활용되고 있어서다. 특히 차량 원격제어, 인포테인먼트 서비스, 자율주행 등을 위해 차를 '달리는 스마트폰'으로 만들려는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대거 알뜰폰 시장에 뛰어들었다.
천만 알뜰폰, IoT 회선 덕분이지만…'질적 개선' 주효했다 반면 작년 말 휴대폰 회선은 609만명으로 2년 전보다 오히려 78만 회선 줄었다. 일각에서 '진짜 알뜰폰은 위축됐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자급제+알뜰폰' 조합이 인기를 끌면서 주변에서 '알뜰폰' 가입자를 흔히 볼 수 있게 된 것을 고려하면 의외의 수치다.


이는 통계의 착시다. IoT 회선을 제외한 휴대폰 회선을 '선불'과 '후불'으로 구분하면, 작년 말 선불폰은 161만 회선으로 2년 전보다 무려 195만회선(54.8%) 급감했다. 반면 후불폰은 449만 회선으로 2년 전보다 117만 회선(35.4%) 순증했다. 2년 전에는 선불폰이 후불폰보다 25만 회선 더 많았는데, 이제는 후불폰 회선이 선불폰의 2.8배에 달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관광 또는 비즈니스 목적으로 입국하는 외국인들은 통화 및 데이터 용량이 미리 정해진 선불폰을 주로 이용했는데, 코로나19로 국가 간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자연스럽게 수요가 줄었고, 반대로 통신비를 절감하려 '퍼스트 폰'으로 알뜰폰을 고려하는 이용자는 많아진 것"으로 분석했다. 또 방역지침 완화로 외국인 입국이 늘어나면 선불폰 수요 역시 빠르게 정상화 될 전망이다.

더욱이 후불폰 기준 지난 2년 간 이통3사의 순증 규모는 437만 회선, 같은 기간 알뜰폰의 순증은 117만 회선이었다. 새로 개통한 후불폰 5대 중 1대는 알뜰폰인 셈이다. 이통3사 위상을 위협하는 '퍼스트 폰' 경쟁자로서 알뜰폰의 지위 상승을 과시하는 대목이다.
이통3사 자회사 '영향력 확대' 논란…해외는 알뜰폰 시장 내 이통3사 자회사 비중의 증가는 논란 거리다. KT엠모바일·KT스카이라이프·SK텔링크·미디어로그·LG헬로비전 등 3사 자회사의 합산 비중이 IoT를 제외한 휴대폰 회선에선 이미 50%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KB국민은행의 '리브엠'까지 가세하면서 중소업체들은 거대 자본력을 등에 업은 대기업 자회사들이 시장을 혼탁하게 만든다고 비판한다.


이에 정치권에선 이통3사 자회사의 점유율 관련 규제 강화를 고려하고 있다. 이통3사의 영향력이 알뜰폰 시장에도 전이되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통사 계열 알뜰폰 자회사 한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이라고 영업에 제한을 두는 것은 시장 원칙에도 어긋날 뿐더러 이용자 편익 측면에서도 맞지 않다"고 반론을 폈다. 지금은 전체 알뜰폰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한편 이통사의 알뜰폰 사업 확장이 국내만의 사정은 아니다. 미국·일본 등에서도 주요 이통사가 알뜰폰을 자회사로 두거나 직접 뛰어들어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는 흐름이다. 예컨대 미국의 버라이즌(Verizon)·티모바일(T-Mobile)·AT&T는 각각 알뜰폰 1~3위 사업자인 트랙폰(Tracfone)·메트로 바이(Metro by) 티모바일, 크리켓(Cricket) 등을 소유했으며, 일본에서는 통신 2·3위 KDDI와 소프트뱅크가 애초 자회사가 운영하던 알뜰폰을 오히려 흡수해 각각 'UQ모바일' 'Y!모바일' 등 세컨 브랜드로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