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 달리고, 원가 치솟는데...현대重 노조 '8일 파업' 예고

(울산=뉴스1) 윤일지 기자 = 현대중공업 노조원들이 6일 오전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내 턴오버 크레인에 올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노조는 2019·2020년 2년 치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이 부진하자 이날 오전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하고 크레인을 점거했다. 2021.7.6/뉴스1

수주 호황에도 후판 공급가 인상으로 수익성 확보에 경고등이 켜진 현대중공업이 새로운 악재를 맞이하게 됐다. 임금협상에 갈등을 겪고 있는 노조가 27일부터 8일간의 파업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노조가 지난해처럼 일부 시설을 점거할 경우 선박생산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고, 추가 파업에 나설 가능성도 커 현대중공업의 근심도 커질 전망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27일 7시간, 28일부터 내달 4일까지 8시간 전면파업에 돌입한다. 현대중공업지부는 현대중공업·현대일렉트릭·현대건설기계 교섭권을 행사하는 3사 단일노조다. 노조는 8일간의 파업에도 교섭에 진전이 없으면 추가 파업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파업이 장기국면에 접어들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해 매듭짓지 못한 임금협상을 해를 넘겨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현대중공업과 노조 집행부는 호봉승급분 2만3000원을 포함한 기본급 7만3000원 인상, 성과급 148%, 격려금 250만원, 특별휴가 1일, 해고자 1명 복직 등을 담은 잠정안을 도출했으나,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됐다.

합의한 부결 후 불과 1개월여가 지났을 뿐인데도 노조는 "회사가 새로운 제시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협상에 진성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파업 배경을 섦여했다. 회사는 "새로운 제시안을 아직 마련하지 못한 상태"라고 설명했지만, 노조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지부 집행부는 지난해 파업 당시 일부 고공 생산설비를 점거한 바 있다. 이번 파업이 작년과 유사한 방식으로 전개되면서 장기화로 치닫게 되면, 일부 선박의 납기를 준수하는 데도 지장을 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경우 현대중공업은 원자재 인상에 따른 수익 악화와 더불어 이중고를 겪게 된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25일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금주 내 후판 가격 협상이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업계는 톤당 10~15만원 선에서 후판 가격이 인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상폭은 당초 철강사들이 요구한 톤당 15~20만원보다 낮지만, 후판이 선박 생산 원가의 20% 안팎을 차지하는 만큼 조선사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조선·철강업계는 매년 상·하반기 2차례 업체별로 후판 납품가격 협상을 진행한다. 상당 기간 동결돼온 후판 가격은 조선시황 회복과 철광석값 폭등으로 최근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지난해 상·하반기에는 각각 톤당 10만원, 40만원 인상됐다. 2020년 하반기 대비 올 상반기 후판 가격이 톤당 최대 65만원 가까이 오르게 된 셈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최근 원자재가 급등, 인력난 등으로 조선업 대외환경의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한 상황"이라며 "지금은 파업이 아니라 노사가 경쟁력 강화에 힘을 모아야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