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시장 한파에 공모주 펀드 자금 '썰물'

공모주 펀드에 몰렸던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다. 최근 3개월 사에이만 1조원이 넘는 자금이 증발했다. 주가가 2500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됐고 IPO(기업공개) 시장에도 한파가 불어 닥친 영향이다.

11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공모주펀드 147개에서 최근 3개월 새 1조1141억원이 빠져나갔다. 배당주, 가치주, 원자재 등 테마형 펀드의 설정액 중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또 6개월 동안에는 1조3282억원이 유출됐고 1개월 사이에도 5075억원의 자금이 이탈했다.


공모주 펀드란 펀드 운용 방침에 공모주 청약이 포함된 펀드다. 일반적으로 전체 설정액의 10~30%를 공모주로 채우고 나머지는 채권이나 일반 주식, 해외 주식 등으로 구성한다. 채권의 안정적인 수익률에 더해 공모주의 공격적인 수익률까지 꾀하는 상품이다.

펀드별로 살펴보면 6개월 사이 흥국멀티플레이30공모주 펀드(1296억원)에서 가장 많은 자금이 빠져나갔다. 다음으로 GB100년 공모주(1203억원), 다올KTB블록딜공모주하이일드(1022억원), 에셋원공모주코넥스하이일드(779억원), 하이공모주플러스(750억원) 순이다.

신규 상장 종목들의 '따상'(공모가 2배의 시초가에서 상한가) 실패에 두 자릿수를 기록하던 공모주 펀드 수익률도 마이너스(-)다. 실제 최근 석달간 공모주 펀드 전체 수익률은 평균 -2.34%를 기록했다. 연초이후(-2.79%), 6개월(-1.98%)도 모두 마이너스다. 에셋원공모주코스닥벤처 펀드와 코레이트코스닥벤처플러스, 삼성코스닥벤처플러스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각각 -9.20%, -8.69%, -7.45%다.


올 들어 대어급들이 잇따라 상장을 철회하고 상장 이후 수익률도 저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공모주 펀드의 설정액이 급감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공모주 펀드는 활황이었다. 지난해 공모주 펀드 설정액은 7조원 가까이로 늘었다. 올들어 공모주 시장은 급변했다. 4월 한 달간 상장한 기업은 6개사에 그쳤다. IPO 열기가 활발했던 2020년 12월(23개)에 비해 4분의 1 수준이다. 최근 대어로 꼽히던 SK쉴더스에 이어 태림페이퍼도 상장을 철회했다. 앞서 현대엔지니어링, 보로노이, 대명에너지도 줄줄이 상장 철회를 한 상태다. 또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상장한 기업 중 시가총액 1조 이상 16개 종목 중에서 13개 종목이 지수 대비 낮은 수익률을 기록중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따상 열풍이 한창일 때는 기관들 사이에서도 공모주는 무조건 담아야 한단 분위기가 있었지 열기가 식으면서 이제는 수익률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종목별 옥석 가리기를 해야 하는 시기"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공모주가 없어도 하이일드채권 및 우량채권에서 이자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예금을 대신해 가입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차익실현에 나선 투자자가 많다"며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채권 가격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환매를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