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빅스텝' 배제못해" 한은 총재 경고에도 버틴 환율

추경호(왼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조찬 회동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사진=뉴시스

장초반 1270원대로 내려갔던 원/달러 환율이 장중 상승 전환하면서 1280대에 다시 안착했다. "우리나라도 0.5%p(포인트)의 '빅스텝' 금리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 둔화 등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원화 강세(환율 하락)를 막은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1원 내린 1284.1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7.2원 내린 1277원에 거래를 시작했지만 장 중 상승 전환하며 3거래일 연속 1280원대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오전 장 시작 직전 이 총재는 추경호 국무총리 직무대행(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회동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우리나라도 앞으로 50bp(0.5%포인트)의 '빅스텝' 금리인상을 완전 배제할 수 있을지는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앞으로 물가와 성장률 상황이 어떻게 변하는지 좀 더 지켜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가 0.5%p 금리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친 것은 아니지만 이전까지는 "4월까지는 (빅스텝 인상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언급했던 만큼 이날 발언으로 오는 26일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시장은 평가했다.

이 같은 발언은 원화강세, 즉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이날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높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원론적인 설명일 뿐이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면서다. 한은에서도 곧바로 "원론적인 발언일 뿐"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최근 물가 상승률이 크게 높아지고 앞으로도 당분간 물가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통화정책을 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제유가 상승이나 환율뿐 아니라 최근 인도의 밀수출 금지조치처럼 예상치 못한 변수로 향후 물가 전망의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도 환율에 대한 언급을 했던 만큼 이날 발언이 큰 영향을 미치진 않았을 것"이라며 "최근 미국 물가지표와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등 큰 이벤트에 따라 급등했던 환율이 조정 압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율은 때때로 1300원을 위협할 수 있지만 고점은 1280원 수준일 것으로 전망한다"며 "당분간 지금과 같은 수준의 국면이 적어도 두 달 이상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중국의 4월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지표가 2년 전 '우한사태' 수준까지 추락한 것이 원/달러 환율에 더 큰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상하기 봉쇄가 시작됐던 지난달 중국의소매판매와 산업생산 증가율은 각각 -11.1%, -2.9%를 기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3일 달러가 주춤했고 한은 총재의 '빅스텝' 언급이 더해져 이날 원/달러 환율이 하락 출발하긴했다"면서도 "이날 오전 11시쯤 발표된 중국 지표 자체가 쇼크에 수준에 가깝다보니 위안화가 약세 흐름으로 가면서 전체적으로 환율이 보합세로 되돌아왔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달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오르는 것보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완만해지는가'하는 부분이 더 중요하다"며 "또 중국 경기둔화는 큰 악재인 만큼 우리나라 대중 수출이 더 악화될 수 있는 상황과 무역수지 적자 폭을 키울 수 있는 상황이 올 수밖에 없어서 '빅스텝'으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는 이상 원화 강세 심리로 돌리기엔 한계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