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 "말 안 끝났어!" 원안위 심의파행, 그날 무슨일 있었기에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원자력안전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57회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위원들과 안건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원자력안전위원회 제공) 2022.05.13.

"제가 정리 좀 해드릴게요."(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

"이것 봐" "정리하지 마세요" "아니, 말 다 안 끝났어!"(이병령 원안위 위원)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신한울 1호기' 운영허가 조건 변경안을 두고 고성이 오가며 파행이 빚어졌다. 신한울 1호기는 2020년 4월 사실상 완공됐지만 각종 안전성 평가가 지연돼 운영이 안 되고 있는 원전이다. 원전 내 안전성 문제가 없다면 오는 9월 상업운전을 시작할 전망이다.

19일 머니투데이는 원안위가 지난 13일 신한울 1호기 관련 심의·의결한 내용이 담긴 제157회 회의록 초안을 입수했다. 총 164페이지 분량이다. 회의록에 따르면 파행의 발단은 '피동 촉매형 수소재결합기'(PAR)로 부터 시작됐다. PAR은 원전 내에서 대형사고 발생 시 폭발 위험성이 있는 수소 농도를 별도의 전원 없이 제거하는 안전설비다.

제157회 원안위 회의록 초안. / 사진=원자력안전위원회

앞서 원안위는 지난해 7월 신한울 1호기 운영을 조건부로 허가하면서 PAR 안전성 문제 등을 가동 전까지 검증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한국수력원자력이 올 3월까지 PAR 최종보고서를 제출키로 했었다. 그러나 PAR 실험을 담당한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실험상 지연 요소가 있었고, 이번 원안위 회의에서 이를 6월까지 연장하는 안이 심의·의결됐다.


문제는 6월까지 보고서를 제출하되 '실험일정 지연, 실험결과의 분석·평가 등으로 추가 시일소요가 불가피한 경우 이를 마친 후 즉시'라는 조항이 달렸다. 이에 대해 이병령 원안위원은 PAR 실험을 사실상 6월 이후로 미뤄도 무방하다는 독소조항이라며 원전 가동을 지연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6월까지라는 건 그냥 형식적으로 써놓은 것이고 아무런 의미도 뜻도 없는 것"이라면서 "이것(괄호 내용)은 사업자(한수원)가 요구하거나 써내지도 않았는데 원안위가 조항을 넣었다는 건 원전 가동을 지연시키려는 그런 의도가 없으면 안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한울 1,2호기 전경. /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6월까지 보고서를 제출하되 '실험일정 지연, 실험결과의 분석·평가 등으로 추가 시일소요가 불가피한 경우 이를 마친 후 즉시'라는 조항이 빠진 사진. 왼쪽은 심의 전 자료, 오른쪽은 수정 심의한 내용. / 사진=원자력안전위원회

이 과정에서 이 위원은 고성을 냈고 유국희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 간 이견이 나타나 정회까지 이어졌다. 속개 이후 원안위원들이 "괄호 안에 있는 부분은 삭제하고 '6월까지 제출'로 수정하고 향후 문제가 생기면 재논의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결국 관련 조항은 빠진 채 신한울 1호기 운영허가 조건이 수정 의결됐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관계자는 "관련 조항이 PAR 실험에 큰 영향은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원자력연구원의 요청으로 조항이 추가됐다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원안위가 어떤 요청없이 넣었다면 해석에 따라 다른 의도(검사기관 불신 또는 원전 가동 지연)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신한울 1호기는 2020년 4월 사실상 완공했지만 비행기 충돌 위험, 북한의 장사정포 공격 등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허가가 지연됐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당초 2020년 11월 신한울 1호기를 가동하려던 한수원은 오는 9월까지 지연으로 인해 하루 11억원씩 총 7300여 억원 이상의 사업비를 더 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