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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돌본 중증장애 딸 살해한 母…"우린 이해한다" 그들의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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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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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2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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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씨의 아들 한모군(31). 지난해 말 서울시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각 지방자치단체들을 상대로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을 철회하라는 집회에 참석했다./사진제공=김현아씨
김현아씨의 아들 한모군(31). 지난해 말 서울시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각 지방자치단체들을 상대로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을 철회하라는 집회에 참석했다./사진제공=김현아씨
26일 경기 김포시에 사는 김현아씨(58)의 하루는 새벽 3시에 시작됐다. 자폐증이 있는 아들 한모군(31)은 이날따라 잠에서 일찍 깼다. 모두가 잠든 시간이지만 아들은 부엌으로 향했다. 자폐증 환자들은 본능에 충실하다고 한다. 김씨는 돼지고기 넣은 김치찌개를 내줬다. 아들은 찌개에 밥 한그릇을 비웠다.

아들은 7살에 자폐 진단을 받았다. 김씨와 남편이 가진 첫 자녀였다. 이들은 진작에 아들의 자폐 증세를 의심했다. 하지만 검사를 몇번이고 미뤘다. 혹여나 상태가 나아지지 않을까 해서였다. 초등학교 입학이 다가오자 더는 미룰 수 없어 검사를 받았다.

자폐증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자폐 여부는 도형 그리기, 이름 쓰기 등 지능검사 결과로 판가름된다. 아들은 검사가 불가능할 정도로 의사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다. 김씨는 의사의 말이 아직 생생하다. 의사는 "이 정도면 '충분히' 발달장애 1급이 나온다"고 했다. 아들의 지능은 2~3세 수준으로 추정된다. 지금도 '이리 와', '먹어' 등 부모의 말을 뉘앙스로 이해한다.

김씨는 7년간 다녔던 은행에서 퇴사했다. 아들은 혼자 머리감기, 양치를 하지 못한다. 화장실을 이용한 후 뒤처리도 어려워해 자주 씻겨야 한다. 김씨는 편하게 지인을 만나지도 못한다. 언젠가 집에 손님이 와서 맞이하는 동안 아들이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김씨와 남편은 아들을 찾아 온 동네를 돌아다녔다.

김씨는 "발달장애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는 모두가 내 일상을 이해할 것"이라며 "단 한시간도 자신의 삶을 누리기 어렵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아들은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어느날 아들을 양치시키는데 아랫니가 부러져 있었다. 비장애인은 입 주변만 마취하고 임플란트를 받지만 자폐증 있는 아들은 전신마취가 필요했다. 혹여나 마취 상태에서 지혈이 안될지 몰라 혈액 검사를 했다. 헤모글로빈 수치가 낮았다. 며칠간 약을 먹어도 차도가 없어 골수 검사를 받았다. 넓은 의미의 백혈병인 골수형성 이상 증후군 판정을 받았다. 골수가 붉은 피를 만들지 못한다는 의미였다.

백혈병 치료에는 보통 항암제가 사용된다. 아들은 항암 환자로 등록됐고 수혈을 받았다. 정상적인 헤모글로빈 수치는 14다. 7 아래로 떨어지면 수혈을 받는데 아들은 5.3이었다. 2주 전 첫 수혈을 받았다. 전날 두번째 수혈을 받기 전 측정한 수치는 5.4였다.

반년 사이 신장 약 180cm에 몸무게는 80kg대였던 아들의 몸은 야위었다. 빈혈 증세도 있어서 발이 부어올랐다. 김씨는 "아들이 이런 고통까지 겪어야 하다니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인천 연수구 한 아파트에서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30대 딸에게 수면제를 먹여 살해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60대 친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지난 25일 오후 미추홀구 인천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인천 연수구 한 아파트에서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30대 딸에게 수면제를 먹여 살해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60대 친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지난 25일 오후 미추홀구 인천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인천에서 60대 친모 A씨가 30대 딸에게 수면제를 먹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딸은 뇌병변 1급 중증장애인으로 최근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고 전해졌다.

김씨는 소식을 접하고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김씨는 아들이 백혈병에 걸리기 전부터 우리나라 장애인의 투병 환경이 열악하단 점을 느꼈다. 2년 전 아들은 간 수치가 높게 나와서 간 생검을 받았다. 간 생검은 몸 속에 바늘을 삽입해 간 조직을 채취하는 것을 말한다.

병원 입원이 필요했다. 김씨는 전문 간병인을 구하려 했지만 구하지 못했다. 간병인들 사이 발달장애가 있는 성인은 '힘 센 치매환자'로 표현된다. 치매노인도 돌보기도 어려운데 성인은 더 감당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김씨는 "웃돈을 주고도 간병인을 구하기 어렵다"며 "장애가 있는 자녀가 큰병에 걸리면 결국 간병 책임을 짊어지는 것은 가족"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뜩이나 몸도 잘 못 가누는 자식이 대장암에 걸렸으니 (A씨가) '너와 내가 이렇게 사느니 죽자' 이런 생각을 왜 안했겠나"라며 "남일 같지가 않다"고 했다.

지난 23일 서울 성동구에서 40대 친모가 발달장애가 있는 6세 아들과 극단적 선택을 한 일이 있었다. 지난 3월에도 경기 시흥에서 54세 친모가 발달장애가 있는 20대 딸을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김씨는 장애인 거주시설을 늘려 부모들의 돌봄 부담을 덜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탈시설과 장애인 자립생활주택 확대에 대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요구와 반대되는 주장이다. 정부는 그동안 전장연의 주장을 받아들여 거주시설 신규 입주를 줄이고 자립생활주택으로의 탈시설을 장려했다.

김씨는 자립생활주택이 발달장애인들에게 충분한 돌봄을 제공하지 못한다고 한다. 최근에는 한 자립지원주택에 들어간 발달장애인이 활동지원사의 충분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주택 밖으로 뛰쳐나가 '행방불명' 포스터가 붙는 일도 있었다.

김씨는 "장애인들마다 필요한 돌봄의 수준은 다르다"며 "지금으로선 큰 병에 걸린 장애인들을 위한 요양시설도 부족한데 거주시설이라도 아픈 장애인을 위한 간병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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