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거래소 참여' 너도나도 손들었는데... 메리츠·토스 관심없는 이유?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여의도 증권가. 2021.1.26/뉴스1

한국거래소와 경쟁할 대체거래소(ATS) 설립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최근 30여곳의 증권사가 ATS 참여의사를 밝혔다.

국내 대부분의 증권사가 대체거래소 설립 필요성을 인지하며 기대감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메리츠증권, 토스증권 등은 ATS 설립에 참여하지 않기로 해 궁금증을 남겼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ATS 설립준비위원회'가 최종 확정은 아니지만 최근 중소형 증권사 30여곳에서 ATS 설립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TS 설립준비위원회는 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키움증권·신한금융투자 등 7개 증권사와 금융투자협회가 ATS 설립을 위해 만든 조직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아직 참여의사를 논의하고 있는 단계"라며 "법률적으로 의미있는 서류를 주고받은건 아니라 확정된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국내 대형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메리츠증권이 참석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아 이목이 집중됐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여러 상황을 따져봤을때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서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5.83%)이 KB증권(6.42%) 다음으로 한국거래소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의외란 해석이 나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로 돈을 벌고 있는 회사가 관심이 많다"며 "메리츠증권은 비즈니스 모델이 좀 달라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 전체 매출에서 브로커리지 수수료 비중은 10% 안쪽으로 다른 증권사와 비교했을때 크지 않은 편이다.

(서울=뉴스1) = 5일 오후 서울 한국거래소 사옥 로비에 있던 '소와곰상'이 옥외로 이전돼 있다. (한국거래소 제공) 2022.1.5/뉴스1

또 일각에선 사실상 대체거래소 설립으로 수익이 날 수 있는게 배당밖에 없는데 배당 액수가 크지 않고 이미 갖고 있는 한국거래소 지분 처분도 쉽지 않아 참여 요인을 못느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한국거래소 매출이 시장수수료 증가 등으로 사상 처음 1조원을 돌파했지만 각 증권사가 받는 배당액이 큰 편은 아니다. KB증권 배당액이 약 64억원, 메리츠증권이 약 58억원 정도다.

이외 빅테크(IT대기업) 증권사인 토스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도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 모두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출시로 리테일 영업에 불을 붙이는 상황이라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토스나 카카오페이 같은 경우 아직 대형 증권사와 비교했을 때 브로커리지 비중이 크지 않고 전산 개발 리소스(자원) 부족의 문제도 있어 일단 각자의 서비스 내실을 다지는데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대체거래소 설립은 2013년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법적 근거가 마련된 이후 꾸준히 시도됐지만 거래량 규제와 수익성 우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반발 등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그러나 2020년부터 시작된 주식 시장 활황으로 투자자 수와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ATS 설립 논의에 불이 붙었다.

현재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이 설립 인가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가이드라인이 확정되면 예비 인가→본인가 등을 거쳐 이르면 2024년 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 대체거래소가 설립되면 한국거래소와 경쟁 체제가 형성돼 주식 매매에 드는 시간과 비용 등을 줄일 수 있고 다양한 매매체결 서비스가 제공된단 장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