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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0만개' 전기차 폐배터리…"재사용·재활용 기준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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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훈남 기자
  • 조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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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1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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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오염의 종결자 'K-순환경제'(2회): 배터리 리턴즈 (下)

[편집자주] 대한민국에선 매일 50만톤의 쓰레기가 쏟아진다. 국민 한 명이 1년 간 버리는 페트병만 100개에 달한다. 이런 걸 새로 만들 때마다 굴뚝은 탄소를 뿜어낸다. 폐기물 재활용 없이 '탄소중립'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오염 없는 세상, 저탄소의 미래를 향한 'K-순환경제'의 길을 찾아본다.


'매년 10만개' 전기차 폐배터리 어디다 쓰나…"기준이 없어요"


4월 서울 용산역 전기차 충전소에 전기차들이 충전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4월 서울 용산역 전기차 충전소에 전기차들이 충전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전기자동차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보급된 지 10년이 넘은 가운데 2030년엔 전기차 폐배터리가 10만개 이상 배출될 전망이다. 그러나 쏟아지는 전기차 폐배터리의 재사용 여부나 안정성, 잔여 성능을 판단할 기준은 법적으로 정해진 게 없다. 2021년 이후 출고된 전기차의 폐배터리는 민간이 직접 성능평가와 재사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만큼 폐배터리 재사용·재활용 시장 개화를 위해선 국가 차원의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가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기생활용품안전법) 일부 개정안을 분석한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전기차 누적 보급대수는 300만대, 전기차 사용 후 전지(배터리) 발생량은 10만7500대로 추산됐다. 2020년 13만5000대에 불과했던 전기차 보급은 2025년 113만대로 급증한 이후 5년 만에 3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번 개정안은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을 위한 안전성 검사제도의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전기차 보급이 본격화 되고 노후 전기차가 폐차 시장에 나옴에 따라 전기차의 사용 후 배터리 배출량 역시 2025년 전후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부는 올해와 내년 전기차용 사용 후 배터리가 연간 1만9000개 가까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용 폐배터리는 성능평가를 거쳐 ESS(에너지저장장치)나 소형 이동장치 전원으로 재사용할 수 있다.

'매년 10만개' 전기차 폐배터리…"재사용·재활용 기준도 없다"
문제는 현 시점까지 배터리 재사용을 위한 성능이나 안전기준에 대한 국가 차원의 기준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현재 정부의 위임을 받아 2021년 이전 구매보조금을 받은 전기차에 대한 검사와 성능평가를 하는 한국환경공단은 내부 규정에 따라 배터리 재사용 여부를 결정한다.

SOH(잔존수명) 수치 60% 이상 배터리는 ESS(에너지저장장치)나 소형 이동장치 전원 등으로 재사용하고 그 미만 수치의 경우 분해, 파쇄한 뒤 배터리 소재를 추출하는 재활용을 하는 식이다. 공단은 차량용 배터리의 재사용 여부를 결정하면 차량 연식과 배터리의 SOH값, 환율, 조정계수 등을 종합해 매각단가를 산출한다. 산출한 매각단가를 바탕으로 예비가격이 나오면 그에 따라 입찰을 하는 방식으로 차량용 폐배터리를 처분한다.

환경공단 관계자는 "배터리 재사용에 대한 정부 차원의 기준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외관 검사와 성능평가 등 공단 내부 지침에 따라 SOH값 60%를 재사용과 재활용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폐배터리 배출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환경공단이 모든 차량용 배터리에 대한 성능평가와 처분 업무를 맡을 수는 없다. 재사용 배터리 특성상 잔여 성능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데다 재사용 배터리의 발화나 폭발 등을 막기 위한 안전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공공과 민간 모두 차량용 폐배터리 시장을 안정적으로 조성하기 위해선차량용 배터리 분리와 수거, 성능 및 안전성 평가 등 모든 사업자가 공유할 수 있는 국가 단위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 검사 의무를 규정한 전기생활용품안전법 개정안 역시 현재 국회 산중위 위원회 논의에 머물러 있다.

김희영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이나 유럽 등은 재사용 배터리의 불량이나 사고 발생 시 책임소지를 명확히 하기 위한 정의부터 회수 주체, 방법론 등 기준을 만들고 있다"며 "EU(유럽연합)이 도입을 추진 중인 '배터리 여권'의 경우 향후 배터리 수출 과정에서의 규제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재사용 배터리에 대한 기준마련 작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 배터리 버릴거면 나 줘요, 편의점에서 쓸게요"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28일 서울 서초구 웨이브아트센터에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주최로 열린 고투제로(gotozero)전시에서 참석자들이 레고로 만들어진 배터리 재활용 생산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이번 전시는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탄소저감의 필요성을 알리고, 일상생활 속 실천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열렸다. 다음달 13일까지 열리며 별도 예약 없이 누구나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다. 2021.5.28/뉴스1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28일 서울 서초구 웨이브아트센터에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주최로 열린 고투제로(gotozero)전시에서 참석자들이 레고로 만들어진 배터리 재활용 생산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이번 전시는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탄소저감의 필요성을 알리고, 일상생활 속 실천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열렸다. 다음달 13일까지 열리며 별도 예약 없이 누구나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다. 2021.5.28/뉴스1
전 세계적으로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 자동차 시장의 폭발적 성장과 맞물려 폐배터리 활용 시장도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폐배터리의 경우 전기차의 핵심 부품이지만 그대로 폐기할 경우 환경오염 등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재사용 또는 재활용을 위한 국가 정책적 노력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이유로 중국과 유럽은 정부가 앞장서 폐배터리 처리 관련 국가 표준을 정립하는 등 자국 폐배터리 시장 활성화 뿐만 세계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국가주도 시장 조성에 실패, 전기차용 폐배터리를 편의점 등에서만 겨우 사용하고 있는 일본 등의 사례를 감안할 때 우리도 정부 차원에서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관련업계와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국가 차원에서 폐배터리 재활용에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중국이다. 배터리 활용은 크게 재사용과 재활용으로 구분된다. 재사용은 전기차에 한번 쓰이고 난 배터리를 수거(반납) 후 잔존 용량 수명이나 배터리 건강 상태 등에 따라 원래 목적이었던 전기차용 배터리로 다시 사용하는 방식이다. 재활용은 재사용이 불가능한 폐배터리를 분해해 니켈, 망간 등의 핵심 소재를 추출해 새로운 배터리 제작에 활용한다.

전 세계 전기차 시장 규모와 구매·판매량 1위인 중국은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에 초점을 맞췄다. 중앙정부 차원의 폐배터리 재활용 시스템 구축 지원을 통해 관련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폐배터리 재활용 등록 업체만 해도 올해 초를 기준으로 4만600개에 달한다.

최근 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간한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산업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폐배터리 규모는 올해 25만2000톤(t)으로 연간 28.3%씩 성장해 2030년에는 237만3000톤에 달할 전망이다. 금액 기준으론 올해 165억 위안(약 3조1000억원)에서 내년에는 280억 위안(약 5조2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2016년 '전기자동차 배터리 회수 이용기술 정책'에서 처음으로 배터리 등록번호 제도 시행과 배터리에 들어간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의 핵심소재 회수율 목표를 제시했다.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는 니켈·코발트·망간은 98%, 리튬 85%, 기타 희소금속은 97%로 현재 코발트와 탄산리튬 회수율은 각각 95%, 85%에 달한다.

2018년에는 자동차 생산기업에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의 주체적 책임을 부여하는 '동력 배터리 재활용 생산 책임제'를 실시했다. 이에 따라 2018년 7월부터 베이징·상하이를 포함해 17개 지역에서 폐배터리 재활용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배터리 제조사, 중고차 판매상, 폐기물 회사와 공동으로 폐배터리 회수·재판매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특히 폐배터리 재활용과 관련한 규격, 등록, 회수, 포장, 운송, 해체 등 각 단계별 국가 표준까지 이미 제정해 적용 중이다. 차량 종류별로 적합한 배터리 종류와 사이즈를 표준화했으며 전기차 배터리에 등록번호를 부여, 정보 추적 플랫폼에 배터리 정보를 등록했다. 배터리 내부 재료 종류와 위험도에 따라 전용 재질로 포장해 회수하며 배터리별 위험도에 따른 운송 규정도 별도로 마련했다.

'매년 10만개' 전기차 폐배터리…"재사용·재활용 기준도 없다"
EU(유럽연합) 역시 폐배터리 재활용에 방점을 찍고 있다. EU는 배터리 재활용 산업을 탈탄소 에너지 전환과 환경정책의 일환으로 접근하면서 글로벌 규제·표준 선점에 적극적으로 나선 상태다. 2035년부터 27개 회원국에서 휘발유, 디젤 등 내연기관 차량 판매가 전면 금지되는 만큼 EU 폐배터리 시장 또한 급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20년에는 약 4만톤의 폐 리튬이온 배터리가 배출됐으며 2030년까지 24만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EU는 '새로운 배터리 규정(New Batteries Regulation)'을 통해 재활용 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 회수율은 50%로, 이를 2030년까지 70%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한 사물인터넷(IoT)를 활용해 배터리 공급과 가치 사슬의 모든 이해관계자가 배터리에 대한 정보와 이력을 공유하며 수명주기 동안 배터리 사용을 최적화하고 수명이 다한 시점에 재활용 효율을 높이는 '배터리 여권(battery passport)'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전기차 배터리 소재의 자국 생산이 적은 미국은 '공급망 관점'에서 폐배터리 활용 산업을 접근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기차 등 핵심 분야의 공급망 격차를 줄이기 위해 자국 기업을 지원하는 한편 동맹국의 광산 채굴 뿐 아니라 국내 폐배터리 재활용을 적극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폐배터리 재활용을 하지 않으면 2040년까지 800만톤의 폐배터리가 생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재활용으로 2040년까지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구리의 55%, , 리튬 25%, 코발트와 니켈의 35%까지 충당할 수 있다는 예측치도 내놨다. 이에 따라 연방정부 차원에서 배터리 재활용 인프라에 2050만달러(257억원)를 투자하고 전기차·배터리 관련 기업에 31억달러(3조9000억원) 지원을 결정했다.

일본은 지난 10년간 전기차 보급률과 시장 점유율이 1%를 밑도는 탓에 정부 차원의 폐배터리 재활용 방안 마련이 탄력을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민간 주도로 수거한 전기차 배터리를 축전지로 사용하는 재사용 사례가 많다.

세븐일레븐 재팬은 일부 점포에 축전지를 배치해 낮에 태양광 패널에서 생산된 전기를 저장해 밤에 사용한다. 소규모 ESS(에너지저장장치)를 만들어 쓰는 셈이다. 동일본 여객철도는 정전시 재사용 배터리를 철도 건널목용 전원으로 전환해 사용한다. 에네오스홀딩스는 주·야간 남는 전기를 활용해 재사용 배터리를 축전지 용도로 가로등에 적용하고 있다.

김희영 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연구위원은 "각국의 사례를 살펴봤을 때, 우리나라의 경우 폐배터리의 명확한 기준 설정과 배터리 이력 관리, 회수 인프라 구축 및 세제 지원, 공급망을 고려한 배터리 얼라이언스 구축, 재활용 단계별 국가표준 제정 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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