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 여는 에스디바이오센서…'기업 품고, 현금 풀고'

코로나19(COVID-19)로 폭발적 성장을 거둔 에스디바이오센서 (10,550원 ▼170 -1.59%)가 두둑해진 곳간을 열기 시작했다. 진단키트 수요 감소에 대비한 공격적 인수합병(M&A)과 신성장동력 마련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에 나선 것. 여기에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1분기에는 사상 첫 중간배당을 실시하는 등 달라진 입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20일 에스디바이오센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오는 30일 이탈리아 체외진단 유통기업 '리랩'의 지분 100%를 취득할 예정이다. 지난 4월 4622만유로(약 619억원) 규모의 지분 취득 사실을 알린지 두달여 만이다. 이번 지분 취득이 완료되면 지난달 약 162억원에 인수를 완료한 독일 체외진단 유통기업 베스트비온에 이어 또 하나의 유럽계 진단사업 업체를 품게 된다. 지난해 회사 전체 매출의 60% 가량을 거둬들인 유럽시장 영향력 강화를 위한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다. 회사는 지난해 11월에도 약 470억원을 투자해 브라질 진단기업 에코디아그노스티카 지분 100%를 인수한 바 있다.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연이은 인수합병은 회사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달성 이후 전략으로 밝혀 온 공격적 사업확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지난 2019년 매출액 730억원, 영업이익 15억원에 불과했던 에스디바이오센서 실적은 코로나19로 인한 진단키트 수요가 반영된 2020년 매출액 1조6862억원, 영업이익 7383억원으로 폭발적 성장에 성공했다. 2%대에 불과했던 영업이익률 역시 40%대로 훌쩍 뛰었다.

이어 지난해에는 3조원에 달하는 매출액(2조9300억원)과 1조원대 영업이익(1조3640억원)으로 제약·바이오업계 최대 실적을 달성한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연초 오미크론 변이 등장에 올 1분기 역시 분기 사상 최대 실적(매출액 1조3884억원, 영업이익 6196억원)을 기록했다. 여름철 재유행 전망 등도 고개를 든 만큼 올해 역시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의 실적 달성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내년부터는 실적이 감소세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2023년 에스디바이오의 실적 전망치는 매출액 1조7880억원, 영업이익 7110억원 수준이다. 점진적 엔데믹(풍토병화) 전환에 따라 주요 매출원인 진단키트 분애 매출 감소가 불가피한 탓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를 이를 M&A를 통한 사업영역 확장과 연구개발에 기반한 제품군 확대로 타개한다는 전략이다. 연이은 실적 경신을 통해 그동안 두둑히 쌓아둔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이 같은 자신감의 동력이 되고 있다. 지난 2019년 398억원에 불과했던 회사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8816억원으로 늘어난 뒤, 1분기 기준 1조원대(1조1636억원)까지 불어난 상태다. 에코디아그노스티카와 베스트비온, 리랩의 지분 전량을 취득하는데 1250억원 정도만 사용한 만큼, 추가 M&A를 위한 여력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 관계자는 "유럽뿐 아니라 미국, 아프리카 등까지 지속적으로 유통망을 확장해 우수한 진단 기기와 시약을 전 세계에 더 원활히 공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풍족해진 자금 사정은 연구개발(R&D) 투자와 주주환원정책으로도 이어지는 중이다. 지난 2019년 49억원이었던 회사 R&D 투자 비용은 지난해 189억원으로 늘었고, 올 1분기에는 지난해 전체의 절반에 달하는 78억원을 투입한 상태다.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 미만으로 다소 낮다는 지적도 있지만, 매출 성장세가 폭발적이었던 만큼 투자금의 점진적 증가에 의미를 두는 시선도 존재한다.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 점도 해당 분석에 무게를 싣는 요소다. 주력 제품 진단키트 제품들의 검사 범위 다양화는 물론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다수 해외보건 당국의 허가를 획득, 선진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차세대 주력 품목으로 꼽히는 유전자증폭(PCR) 진단기기 '스탠다드 M10'의 검사 항목 다양화를 위한 신규 카트리지 출시도 앞두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19에 대비한 검사 범위 확대도 대비 중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 관계자는 "회사가 코로나19를 기반으로 한 성장을 기회로 글로벌 톱 티어 진단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이후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매개감염과 심혈관 질환 등 다양한 진단제품 개발해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상장 이후 첫 중간 배당을 통해 주주친화정책 강화에 나섰다. 회사는 실적 성장이 본격화 된 지난 2020년 499억원의 현금배당을 단행한 뒤, 지난해 1280억원으로 그 규모를 늘린 바 있다. 이번 배당의 구체적 시기와 금액은 추후 이사회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