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호반건설 압수수색…대장동 닮은꼴 '위례' 정조준

머니투데이

정경훈 기자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31일 검찰이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관련된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과 관련해 시공사인 호반건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는 이날 오전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에 참여한 시공사 호반건설과 시행사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호반건설 본사 모습. 2022.8.3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장동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2013년 성남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비리 혐의를 포착하고 시공사인 호반건설 등에 대한 대대적인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뇌물 수수가 없었는지, 분양 수익 분배 과정이 적절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31일 부패방지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의 혐의로 서울 우면동 호반건설 본사 등 20여 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푸른위례프로젝트(푸른위례), 위례자산관리, 관련자 주거지 20여곳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지가 많아 반부패수사3부 외에 다른 수사부서도 지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은 경기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 소재 A2-8블록(6만4713㎡)에 1137세대를 건설·분양한 사업이다.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은 2013년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공)가 민관합동으로 추진했다.

이 사업은 2015년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과 판박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대장동 개발과 사업 구조가 유사하고 사업에 참여한 인물도 겹친다. 성남도공은 사업 시행을 위해 자본금 50억원 규모의 특수목적법인(SPC)인 푸른위례를 설립했다. 성남도공은 대장동 개발사업 때도 SPC인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세워 사업을 시행했다.

푸른위례의 자산관리사는 '위례자산관리'다. 위례자산관리는 호반건설이 100% 지분을 보유한 티에스 주택이 전체 지분을 보유한 호반건설의 손자회사다. 위례자산관리는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의 화천대유자산관리처럼 사업에 관한 자산관리 업무를 담당했다.

사업자 관련 논란도 대장동 의혹과 판박이다.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자가 하루만에 선정된 것을 두고 공모 전에 이미 우선협상대상자가 정해졌던 게 아니냐는 논란을 일었다. 대장동 개발 때도 성남도공이 3개 업체의 사업제안서를 심사한 지 하루만에 성남의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대장동 개발에 깊숙이 관여한 유동규 전 성남도공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가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과정에서 드러난 데도 검찰은 주목한다.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는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 전 기획본부장의 경우 2014년 1월 성남도공에서 본부장을 맡아 위례신도시 사업을 추진했다. 이 때가 푸른위례 설립 후 2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는 위례자산관리의 업무에도 깊이 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남 변호사의 배우자가 위례자산관리 사내이사를 지내다 2013년 12월4일 사임했다.

대장동 관련 인물들이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에서도 언급되면서 이들이 위례 사업을 '모의고사' 삼아 대장동에서 더 큰 판을 벌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반부패수사3부는 대장동 전담팀이 수사한 계좌내역 등을 전면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위례신도시 개발 관련 의혹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부패수사3부는 이날 오후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와 남 변호사, 유 전 실장이 수감된 서울구치소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검찰은 2017년 3월 위례신도시 분양 등으로 발생한 수익 306억원 중 155억원의 행방에 대해서도 추적할 계획이다. 당시 성남도공이 배당받은 이익은 150억7500만원이다. 검찰은 155억원이 대장동 사업자나 가족에게 돌아갔을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 고발을 받고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지난달 김상열 전 호반건설 회장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대기업집단 지정자료 누락 제출)로 약식기소했다. 김 전 회장은 2017~2020년 공정거래위원회에 대기업 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할 때 친족이 보유한 13개 회사와 사위와 매제 등 친족 2명을 고의로 누락한 혐의를 받는다.

지정자료는 해마다 공정위가 공시대상 기업집단(대기업 집단) 지정을 위해 각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부터 받는 계열사 현황, 친족(혈족 6촌, 인척 4촌 이내) 현황, 임원 현황, 계열사의 주주현황 등의 자료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