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상 거머 쥔 '오징어 게임' 넘어설 'K-콘텐츠' 또 나올까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배우 이정재가 12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오징어게임'으로 남우주연상을 받고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22.09.13.

13일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의 에미상 시상식에서 '오징어 게임'이 비영어권 드라마 최초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후 장기간 1위를 달성한 '오징어 게임' 기록은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

넷플릭스 집계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은 공개 후 28일 동안 누적 시청 시간 16억5045만 시간을 기록했다. 역대 최고 기록으로 아직 다른 인기작에 비해서도 상당한 격차가 나는 1위다. 한국을 포함해 총 94개국에서 가장 많이 본 작품에 올라 국내 시청자에만 머물지 않았단 점이 '오징어 게임'의 특별한 점이다.


'오징어 게임'이 성공하면서 한류 콘텐츠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한류 콘텐츠의 경쟁력을 몸소 경험한 넷플릭스는 한국에 아시아 최초 영화 특수효과 제작 시설을 구축하는 투자를 결정했다. 자회사인 스캔라인 VFX 코리아를 통해 6년간 1억 달러를 투자한다.

개그맨 유재석, 소녀시대 유리, 배우 이광수, 조효진, 김동진PD가 6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서 열린 디즈니플러스 '더 존: 버텨야 산다'의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더 존: 버텨야 산다'는 위험이 가득한 미지의 세계에서 '살기 위해 무조건 버텨야 한다'는 단 하나의 미션을 수행하는 예측불허 어드벤처 버라이어티. 오는 8일 공개. 2022.09.06 /사진=김창현 기자 chmt@

넷플릭스는 한국에서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을 늘리고 있다. 후발주자인 디즈니플러스도 한국 제작 콘텐츠로 넷플릭스를 따라잡으려는 모양새다. 유재석·이광수 등이 출연하는 가상 재난 예능 '더존: 버텨야 산다'를 내놓았다. 이미 아시아권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런닝맨' 멤버를 활용한 예능을 넷플릭스에서도 선보인 바 있다.

디즈니플러스는 올 상반기에만 한국 제작 콘텐츠를 4편 내놓았고, BTS의 로스앤젤레스 콘서트 라이브 필름(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LA)도 독점 공개했다. 올해에만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예능까지 한국 제작물 5편을 추가로 공개할 계획이다.


애플TV플러스와 HBO맥스 등 미국 플랫폼들은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 전략을 본 따 한국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 제작진과 배우들이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셈이다. 양적인 팽창 속에 '오징어 게임' 뒤를 잇는 콘텐츠도 기대해볼 만 한 상황이다.

정병길 감독, 배우 주원이 2일 오전 서울 동대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진행된 넷플리스 영화 '카터'(감독 정병길)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의문의 작전에 투입된 '카터'가 주어진 시간 안에 자신을 되찾고 미션을 성공시켜야만 하는 리얼 타임 액션물 '카터'는 오는 5일 공개된다. /2022.08.02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오징어 게임' 이후 주목받은 한국 콘텐츠는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카터' 등이다. '오징어 게임'의 성과에 힘입어 한국 제작 오리지널 콘텐츠들에 넷플릭스도 힘을 실어줬고, 공개 초기엔 1위에 쉽게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처럼 장기간 글로벌 흥행을 한 콘텐츠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오징어 게임' 성공 뒤 한국 제작 콘텐츠에 투자가 쉽게 되면서, 질적으로는 성장하지 못하고 있단 평가도 나온다. 예전 같으면 제작으로 이어지기 어려웠던 작품까지 투자를 받고 있다는 지적까지 있다. 글로벌 OTT의 풍부한 자본력으로 스타급 배우들이 쉽게 캐스팅되는 잇점이 있는 반면, 일부 작품에선 배우들이 제 몫을 못하게 만드는 물량공세로 질적으로는 오히려 뒤로가는 작품도 나오고 있다는 평가다.

문현성 감독, 배우 옹성우, 박주현, 유아인, 문소리, 이규형, 고경표가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영화 '서울대작전'(감독 문현성)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1988년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는 상계동 슈프림팀이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받고 VIP 비자금 수사 작전에 투입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서울대작전'은 오는 26일 공개된다. /2022.08.23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선 한류 드라마 콘텐츠가 넷플릭스 등 OTT를 통해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 시청량 10위권내 상당수가 한국 드라마로 도배될 정도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아닌 국내 방송사 등에서 제작한 드라마도 넷플릭스를 통해 유통되면서 시청량 상위권에 랭크되고 있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에 이어 글로벌 누적 시청량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스페인 제작 '종이의 집'을 한국판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으로 리메이크하며 한국 제작 콘텐츠에 신뢰를 보이기도 했다. '오징어 게임'을 통해 제작비 대비 40배 이상의 수익을 올렸던 넷플릭스는 한국 제작 환경의 '가성비'에 매료된 셈이다.

배우 유연석, 박해수, 윤종빈 감독, 배우 황정민, 하정우, 조우진이 7일 오전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호텔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감독 윤종빈)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미 국가 수리남을 장악한 무소불위의 마약 대부로 인해 누명을 쓴 한 민간인이 국정원의 비밀 임무를 수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은 오는 9일 공개된다. /2022.09.07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추석 연휴에 공개된 하정우, 황정민 주연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은 공개 이틀 만에 글로벌 순위 8위에 오르면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 등 아시아 4개국에선 1위에 올라 있다. 그 밖에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아프리카 일부에선 2위와 3위를 기록 중이다.

넷플릭스는 '수리남'에 '오징어게임'의 250억원보다 많은 35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제2의 '오징어 게임'을 기대하고 있다. 연내에 공개될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part 2'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로선 기획단계인 '오징어 게임' 시즌2가 전편의 흥행을 반복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 시즌 2 제작을 확정하면서 속편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어서다. 시나리오를 쓰고 직접 연출을 맡았던 황동혁 감독도 '오징어 게임' 주요 출연자의 시즌 2 출연을 예고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지난해 9월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456억원의 상금을 건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게임에 도전하는 얘기를 담았다. 에미상 수상에 앞서 주연 이정재는 '제28회 미국배우조합상', '제37회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드', '제27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등에서도 남우주연상을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