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지원? 국민들 빚?"…바이든표 학자금 탕감 '570조원' 논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인 수천만명의 학자금 대출을 탕감해주기로 한 프로그램에 570조원이 넘는 정부 예산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당초 백악관이 추산한 것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AFPBBNews=뉴스1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의회예산국(CBO)이 공화당 의원들의 요청에 따라 분석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학자금 대출 탕감 프로그램에 향후 30년 동안 4000억달러(약 572조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별도로 학자금 대출 상환 유예 기간을 연말까지 연장한 데에는 200억달러 예산이 더 필요한 것으로 계산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월 행정명령을 통해 학자금 대출 탕감을 지시한 상태다. 연 소득이 12만5000달러(부부일 경우 합산 25만달러) 미만인 경우 1만달러까지 학자금 대출을 탕감하고, 연방정부 장학금 '펠그랜트'를 받은 이들의 경우 2만달러까지 면제하는 내용이 골자다. 미국 교육부는 다음달 학자금 대출 탕감 신청서를 배포할 예정이다.

CBO는 소득 자격 요건을 충족한 대출자 가운데 90%는 탕감을 신청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CBO는 이번 추산치에 대해 "매우 불확실하다"며 "행정명령이 나온 경우와 나오지 않았을 경우 대출자들이 얼마를 상환할지를 추산하기가 가장 불확실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정책에 소요될 예산을 둘러싼 추산은 기관마다 천차만별이다. 미국 경제학자 그룹 펜와튼 예산모델은 10년 동안 5190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책임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는 3600억달러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어떤 계산이건 정부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많은 예산이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라 논란은 격화될 모양새다. 당초 백악관은 학자금 탕감으로 줄어드는 세수가 10년 동안 2400억달러 규모라고 밝힌 바 있다.

안 그래도 이번 정책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이 일던 터다. 민주당은 수많은 국민들이 학자금 대출 상환 부담에서 벗어나 새 출발을 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며 이번 조치를 반겼지만 공화당과 민주당 중도파 의원들 사이에선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저소득층으로 분류되지 않은 이들에게 불필요한 예산을 쓰면서 재정적자를 악화시킨다고 지적해왔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CBO 발표 후 "사람들에게 돈을 저축하고 집을 마련하고 가족을 꾸릴 기회를 제공하는 중요한 진전"이라며 정책을 옹호했다.

이번 정책을 지지했던 민주당 중진 의원인 척 슈머와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역시 "세금 감면으로 대기업에 2조달러 혜택을 안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공화당과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학자금 대출을 면제함으로써 혁신적인 중산층 구호 조치를 제공했다"는 입장문을 냈다.

하지만 공화당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CBO에 분석을 의뢰한 공화당의 버지니아 폭스 하원의원은 "이날 수치는 행정부가 연방 재정에서 책임감을 완전히 상실했음을 보여준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인을 지속 불가능한 빚더미에 매장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리아네트 밀러-믹스 아이오와주 하원의원은 트위터로 "바이든 대통령은 학자금을 없애주는 게 아니다. 그는 열심히 일하는 미국인들에게 4000억달러의 비용을 떠안기고 있는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CRFB의 마야 맥기네스 대표 역시 "역사상 가장 비싼 행정명령이 될 것"이라며 "CBO의 새로운 추산치는 모든 대출자의 필요 여부를 무시하고 행정명령을 통해 학자금 대출을 탕감하려는 백악관의 계획에 터무니없는 비용이 든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