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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산재사망사고 왜 안줄어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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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성규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경사노위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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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0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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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반 년이 지났다. 경영 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형에 처하는 강력한 법률을 시행했음에도 사망사고는 기대만큼 줄지 않는다. 사망사고는 여전히 발생하고, 같은 사업장에서 다시 발생한다. 사고가 나면 근로감독관들은 압수수색을 하고 잘 모르는 서류를 밤늦게까지 검토하느라 죽을 지경이다. 사업장의 안전보건담당 직원들도 사고조사에 대응하느라 본업을 제치고 대관업무에 정신이 없다. 그래도 제대로 처벌받은 경영책임자는 없고, 사망사고도 줄지 않는다. 왜 그럴까?

산재예방 분야도 지난 20년간 한국의 사회경제지표처럼 크게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산재보험 제도가 완성된 2000년에 십만 명 당 사고사망자는 15.6명이었는데, 2020년에는 4.6명이었다. 20년간 70%가 감소했다. 다만 초기부터 워낙 뒤떨어져서 과거보다 개선됐다 하더라도 아직 EU 15개국의 평균 사고사망률에 비해 세 배나 높다.

그렇다면 왜 산재사망사고는 다른 사회경제지표처럼 개선되지 않는 것일까? 그것은 법 제도와 행정집행의 부조화 때문이다. 법 제도는 크게 영미법체계, 대륙법체계 두 가지 방식이 있다. 간단히 정리하면 영미법은 과정의 자유를 갖되 결과에 책임을 진다. 대륙법은 평소에 지켜야 할 규정 준수에 책임을 강조한다. 한국의 법 제도는 대륙법 체계인 일본법을 참고했고 산업안전보건법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행정집행, 즉 감독의 방향은 명확하다. 정해진 규정을 잘 지키도록 감독하고 책임을 묻는 것이다. 우리 법체계로는 영미 국가처럼 결과에 책임을 엄하게 묻는 방식을 취할 수 없다. 아무리 큰 사고를 냈더라도 결과적으로는 규정 하나를 위반한 것이므로 벌을 엄하게 줄 수 없다. 그렇다고 국민의 감정대로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를 벗어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고의 원인에 대해 처벌하는 것이 아니다. 원인과는 무관하게 산업안전보건법 전체를 지키면 무죄요, 위반하면 죄라는 것이다. 그러니 처벌이 불가능하고 법이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산업안전보건 감독은 어떻게 해 왔는가? 정해진 규정을 지키는 것은 소홀히 하다가 사고가 나면 뒷북을 친다. 시민들도 사고가 난 사업장을 엄히 처벌하라고 아우성이다.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에 찾아가 사고조사와 특별감독을 하고 사고의 본질에서 벗어난 규정 위반을 찾아낸다. 그래서 한 번 특별감독을 하면 수백, 수천 개의 위반사항을 적발한다. 아무리 위반사항을 많이 적발해도 사고의 본질에서 벗어나 있으면 처벌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적발한 위반사항이 많으면 제대로 감독한 것 같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원인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고, 원인에 대한 처방을 하지 않으니 사고는 반복해서 난다.

진정으로 산재사망사고를 줄이려면 산업안전보건 감독의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사고에 대한 원인을 명확히 조사하고, 핵심이 되는 사고 원인에 대해 우선순위를 정해 사고가 나지 않은 사업장이 반드시 지키도록 감독행정을 바꿔야 한다. 이미 사고가 난 사업장에 대해서는 재해 근로자가 억울하지 않도록 보상체계가 잘 작동하도록 하고, 산재예방 부서가 뒷북 감독을 하지 말아야 한다. 시민들도 정부에 대해 사고 사업장 특별감독을 닦달하지 말아야 한다. 전문가가 나서 사고의 원인을 명확히 하고 원인에 따라 위험요인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산업안전 감독행정의 주무 부서인 고용노동부는 이달에 발표할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 산업안전 감독행정의 패러다임을 바꿔보겠다는 커다란 포부를 제시할 예정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으나 묵묵히 한 발자국씩 나아가는 감독행정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그래야 모두가 바라는 5년 내 OECD 평균 수준의 안전 선진국 진입 목표가 달성될 것이다.

강성규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경사노위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위원장)
강성규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경사노위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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