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탕? 아니 감자국입니다" 60년 넘게 3대가 우려낸 맛은?

본점이었던 돈암 시장안 태조감자국 내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호광 대표.시장에 있던 본점은 건물주가 부지를 팔면서 폐점된 후 직영점이던 성신여대점이 현재 본점이 됐다. /사진=태조감자국 제공

60여년을 한결같이 한 집안에서 우려낸 감자탕은 어떤 맛일까? 서울 성북구에 3대에 걸쳐 감자탕을 가업으로 이어온 가게가 있다. 2021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백년가게'로 선정된 '태조감자국'이다.

이호광 대표의 조부인 고(故) 이두환씨는 1958년 1월24일 '부암집'이란 간판을 걸고 서민들을 상대로 감자국(감자탕), 콩비지 등을 파는 실비집을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 열었다. 당시엔 감자국이란 명칭이 일반적이었고, 1980년대에 들어서야 감자탕이라는 명칭이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1971년 이 대표의 아버지인 고 이규회씨가 가게를 물려받고, 메뉴를 단일화해 지금의 감자탕 전문집으로 거듭났다. 이 대표는 "상호는 누구나가 당시 '원조가게'를 강조하던 시절이라 우린 원조가 아닌 시작을 알리는 '태조'라는 단어를 사용해 '태조감자국'으로 지었다"며 "감자탕의 크기도 대, 중, 소라는 이름보다 해학이 넘치는 명칭인 '좋~다', '최고다', '무진장', '혹시나'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왼쪽)현재 본점인 태조감자국 성신여대점. (오른쪽) 가게 내부에는 태조감자국이 지난 온 반세기가 넘는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사진=태조감자국 제공

3대째인 이 대표는 어려서부터 부모님의 일손을 도우며 자연스럽게 감자탕을 배우고 익혔다.

이 대표의 부친이 작고한 2002년 이후 모친인 박이순씨가 홀로 가게를 운영해오다 2017년 이 대표가 '태조감자국 성신여대점'을 직영점으로 개업하면서 어머니가 이끄는 본점과 직영점을 동시에 운영하게 됐다.

그러나 2019년 1월 본점이 입주해 있던 곳의 건물주가 개발을 이유로 건물을 팔면서 본점의 문을 부득이하게 닫아야했고, 이후 현재의 직영점과 통합해 63년째 태조감자국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는 "오랜 기간 거래해 온 (서울) 마장동(정육전문시장) 거래처에서 신선한 재료를 납품받고 있다. 부위마다 맛이 다른 특성을 살려 일반적으로 알려진 '등뼈' 외에도 '목뼈, 꼬리뼈' 등을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다"며 "100% 국내산 돼지사골을 우려낸 깊은 맛의 육수와 100% 국내산 돼지등백만을 사용하며 신선하고 향긋한 깻잎을 풍성하게 담아내는 건강한 전통음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비법으로는 1대 '육수' → 2대 '양념장' → 3대 '깍두기'를 통해 맛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며 "고객들로부터 '중독성이 있다, 술이 안 취한다'는 평을 듣고 있는 것은 태조감자국만의 육수 비법이 녹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근까지 '양념'은 모친이 맡고, '깍두기'는 이 대표가 전담했지만 현재는 연로하신 모친께서 일손을 놓으시면서 이 대표가 양념비법까지 전수받아 '태조감자국'만의 감자탕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2013년에는 서울시에서 지정한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등재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코로나19(COVID-19)로 매출이 꺾이고 본점처럼 세들어 가게를 할 경우 부득이하게 쫓겨나면서 폐업을 해야할 수도 있기에 가업을 잇는 게 쉽지만은 않다"며 "가업을 잇는 가게들이 안정적으로 한 장소에서 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임대 등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백년가게들로 선정된 가게들의 모임도 활성화돼 서로 경영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면 시대를 겪으면서 태조감자국도 대형유통업체와 밀키트도 만들고 있다"며 "디지털 전환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온라인 진출길도 모색하면서 태조감자국의 역사를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태조감자국의 감자탕./사진=태조감자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