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도 뒤집힌 이준석 가처분 결론...'당헌 개정'이 열쇠였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8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헌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 심문을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 전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3개월 전 법원은 이 전 대표 손을 들어줬는데, 국민의힘이 '당헌'을 바꿔 절차상 문제를 보완한 것이 결론을 뒤집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황정수)는 6일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 당헌 개정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3차)은 각하하고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현 비대위원 6명 직무를 정지해달라고 낸 가처분 신청(4·5차)은 기각했다.


이로써 국민의힘은 정진석 비대위 체제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재판부는 당헌 개정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이 전 대표 신청에 "채권자(이 전 대표)는 정 비대위원자과 비대위원들을 상대로 별도 가처분 신청을 했다"며 "채권자가 주장하는 조처는 이 신청들로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의 지위는 당헌 개정이 아니라 비대위 출범으로 상실됐고,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을 상대로 가처분을 이미 신청했기 때문에 국민의힘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은 부적법하다는 취지다.


이 전 대표는 정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들에 대해서는 직무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개정당헌의 실체적·절차적 하자가 있고 국회부의장이 당 비대위원장을 겸직하는 것은 국회법 위반이라는 주장이었다.

법원은 3개월 전 이 전 대표 주장처럼 '실체적 하자'는 있다고 판단했다. 국민의힘은 당헌상 '비상상황'이어야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수 있다. 법원은 "비상상황은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며 최고위원 4명 사퇴는 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5일 당헌을 고쳐 비대위 성립 요건에 해당하는 '비상상황'을 '당 대표 등 사퇴 궐위', '선출직 최고위원 및 청년최고위원 중 4명 이상의 사퇴 등 궐위', '그 밖에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원 찬성으로 비대위 설치를 의결한 경우' 등 3가지로 명시했다.

재판부 판단도 달라졌다. 재판부는 국민의힘의 정진석 비대위 체제 전환은 실체적 하자와 절차적 하자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국회부의장의 비대위원장직 겸직도 있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당헌 개정) 내용 자체가 헌법이나 법률에 명백히 위반된다거나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전 대표 측은 당헌 개정을 공고한 것이 권성동 당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인데, 애당초 비대위 전환 자체의 효력을 잃었으니 공고도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권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은 당시 당대표 직무대행 지위도 가지고 있어서 당헌개정안을 공고할 권한이 있었다"고 했다. 절차적 하자도 없다는 취지의 판단이다.

결국 국민의힘 당헌 개정이 3개월 전 법원이 이 전 대표 손을 들어준 근거인 '실체적 하자'를 해소한 셈이 됐다. 이 전 대표는 법원 결정이 알려진 직후 페이스북에 "재판부에 감사하다"며 "앞으로 더 외롭고 고독하게 제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