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회사 차리면서 문서 '먹튀' 홍보대행사 직원들…"업무상배임"

머니투데이

성시호 기자

/사진=뉴스1

홍보대행사를 그만두면서 각종 제안서와 기자 이메일 목록 등 업무용 문서 500여건을 빼돌린 직원들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채희인 판사는 업무상 배임 혐의를 받은 40대 여성 회사 임원 A씨에게 벌금 500만원, 동료 직원 4명에게 벌금 3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A씨는 국내 홍보대행업체 B사에서 2년여간 부서장급으로 일하다 2019년 퇴사했다. A씨는 동종 업계에서 새 회사를 설립해 함께 일하던 과장·차장·대리급 직원 4명을 이직시키려고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원들은 A씨가 퇴사하자 같은 달 줄사표를 냈다. B사는 A씨와 직원들이 문서 498건을 무단으로 반출한 것을 뒤늦게 파악하고 고소했다. 유출된 문서는 각종 제안서와 기자 이메일 목록, 광고 분석 보고서로 조사됐다.

검찰은 B사가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며 A씨 일행을 약식기소했다. A씨 등은 정식재판을 청구한 뒤 반출된 파일이 B사의 영업상 주요 자산이 아니었다고 혐의를 부인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과거 대법원은 문서 무단 반출 사건에서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하려면 문서가 영업비밀에 해당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공개되지 않아 통상 입수할 수 없고 △보유자가 상당한 시간·노력·비용을 들인 것이며 △자료 사용을 통해 경쟁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영업상 주요한 자산이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메일 목록은 2017년 7월 하급심 판결로 자산 가치가 인정된 사례가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은 한 홍보대행사에서 영화계 기자 3500여명의 이메일 주소를 빼돌린 직원에게 벌금형을 확정했다. 피해업체는 가공의 이메일 주소를 리스트에 삽입하는 방식으로 직원을 적발했다.

채 판사는 "A씨 일행이 퇴직하면서 반납하지 않은 파일은 홍보대행사의 영업상 주요 자산에 해당한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A씨 일행은 지난 4일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