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잘 키운 韓 배터리 '든든'…LG·삼성 역대급 실적, SK도 호전

LG에너지솔루션 인터배터리 2022

K배터리 3사가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쓰리고(3高)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모습이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은 3분기 실적이 대거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SK온도 수익성 호전으로 흑자전환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 확대에 따른 매출 증대, 원자재 상승에 따른 가격연동제, 고환율에 따른 환차익 수익 등이 주효했단 분석이다.

19일 전자공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 3분기(잠정) 연결기준 매출액 7조6482억원, 영업이익 5219억원 등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했을 때 매출은 89.9% 늘어났으며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했다. 직전분기와 비교해도 차이는 크다. 매출은 50.8%, 영업이익은 166.8% 올랐다. 매출은 역대 최대규모며, 영업이익도 지난해 2분기(7243억원)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당시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받은 소송합의금이 반영됐음을 감안하면 순수 사업실적만 따졌을 때 역대 최대규모다.


에프앤가이드는 삼성SDI의 올 3분기 매출을 지난해보다 53.7% 증가한 5조2924억원, 영업이익은 29.2% 증가한 4828억원으로 전망했다. 시장의 SK온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다. 에프엔가이드는 SK온의 영업손실이 직전분기 대비 절반 이하로 줄어든 1800억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안타증권은 SK온 3분기 매출액이 2조36532억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2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점쳤다. 해외공장들이 안정화되는 4분기에는 흑자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불황 속에서도 이들 3사가 준수한 성적을 나타냈거나 나타낼 것으로 기대되는 것은 주요 전기차 고객사의 판매량 증대 효과가 컸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폭스바겐 ID.4 △포드 머스탱 마하-E, 삼성SDI는 △아우디 E-트론 △BMW iX △BMW i4, SK온은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등의 판매고 상승에 따라 배터리 출하량이 지속 증가하는 중이다.

주요 배터리 원소재 가격 연동계약을 체결한 것도 안정적인 수익성 창출 및 개선이 이뤄진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수년 새 전기차·배터리 수요가 높아지면서 배터리 소재의 원료가 되는 주요 광물가격이 급등했다. 배터리 납품 계약 초기에는 급등한 광물값이 반영되지 않아 수익성이 확보되지 못하는 판가 문제가 대두되기도 했는데, 이를 연동형 계약제로 전환하면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추게 됐다.

그린비즈니스위크 2022(GBW 2022) 삼성 SDI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고환율도 도움이 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경기침체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대거 올리면서 전 세계적인 고물가·고금리 구조가 고착화됐다. 특히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후 시장에서 달러값이 강세를 보이면서 환율도 크게 올랐다. 2분기 120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3분기 1300원 후반대를 유지했다.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고환율에 따른 환차익이 가능하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은 북미·유럽 등을 중심으로 케파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선제적으로 구축한 국내 생산공장의 수출물량 비율이 아직까진 높은 상황이다. 해외공장에서 판매된 배터리도 대부분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해당 실적이 원화 기준으로 회계처리 되는 과정에서 수익이 대거 올랐을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LG·삼성·SK 등의 해외사업장 배터리 생산이 점차 본격화되기 때문에, 3사 모두 향후 3~4년 간 가파른 매출 상승세를 나타낼 것"이라면서 "선제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LG·SK의 경우 신규 공장의 수율 조정 과정을 거치고 나면 안정적인 수익을 낼 것으로 관측되고, 북미 추가 투자가 예상되는 삼성SDI도 수익성 중심의 안정적인 성장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흑자 유지 전략을 고수할 전망"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잠정실적을 발표했던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26일 오전 10시 컨퍼런스콜을 통해 실적의 구체적인 수치와 향후 사업 전개 계획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 같은 시각 삼성SDI도 컨퍼런스콜을 통해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다. SK온은 내달 3일 오전 10시로 예정된 SK이노베이션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성적표가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