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자회사 리큐온 설립 10개월만에 흡수합병...직접 키운다

보령 (10,930원 ▼20 -0.18%)이 지난해 12월 항암신약 개발을 위해 설립한 자회사 리큐온을 흡수합병한다. 올해 들어 바이오 업체에 대한 투심이 악화한 상황이라 자회사의 외부 자금조달 대신 합병으로 노선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리큐온의 핵심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에 대한 기대가 커 내부 역량을 연구개발(R&D)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보령은 오는 12월28일까지 자회사 리큐온을 흡수합병한다고 지난 24일 공시했다.


리큐온은 보령이 지난해 12월16일 5억원의 자본을 출자해 설립한 연구개발 자회사다. 보령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대표는 김봉석 보령 R&D 센터장이다.

리큐온의 핵심 파이프라인은 항암신약(비호지킨성 림프종) 후보물질 'BR101801'이다. 앞서 보령은 미국과 한국에서 이 물질의 임상 1a상 시험을 진행했고 임상 결과 1명에서 '완전관해', 2명에서 '부분관해'를 확인했다. 관해는 증상이 없어진 상태를 의미한다. 완전 관해는 암 치료 후 검사에서 암이 없어진 것을, 부분관해는 부분적으로 줄었음을 뜻한다.

보령은 이 임상 결과를 보고 물질이 신약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연구 전문 자회사 리큐온을 설립한 것이다. 물질의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외부 자금 조달로 후속 임상을 진행할 수 있고 추후 기업공개(IPO)까지 가능하다는 청사진을 그렸던 것으로 풀이된다.


리큐온은 설립 후 BR101801의 국내 임상 1b·2상에 들어갔다. 고정 매출 없이 임상을 진행하면서 자금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올 상반기 기준 리큐온의 순손실은 37억원이다. 부채는 42억7000만원이 생겼다.

이 과정에서 보령이 예측하지 못한 변수는 바이오 업계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였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바이오·의료 업종의 신규 투자 금액은 6758억원이다. 전년 동기(8066억원) 대비 16%나 줄어들었다.

당초 계획과 달리 리큐원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자회사 설립의 이점이 사라졌다. 리큐온 설립 이전에 보령이 연구개발을 진행한 물질인 만큼 후속 개발을 이어갈 역량도 충분하다고 봤다.

BR108101에 대한 기대감도 합병의 요인이 됐다. BR108101은 미국과 대만에서 임상을 준비중이다. 추후 개발 단계에서 자금이 필요할 때, 개발을 거쳐 상용화에 성공하게 됐을 때 리큐온보다 인지도가 높고 규모가 큰 보령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보령 관계자는 "이번 흡수합병 건은 중복되는 사업을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함과 동시에 비용 절감을 통해 경영 효율성을 제고해 궁극적으로 회사 재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단일법인으로 통합함으로써 유망한 파이프라인에 대한 연구개발능력을 제고하고 기반인프라 공유를 통한 사업기회 확장 등 시너지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