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피크아웃"…美 물가지수 둔화에 일제히 환호

전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인플레이션이 꺾이는 조짐이다. 미국의 물가 상승률 둔화가 확인되면서다. 시장은 크게 환호했다. 그간 지속되던 고강도 긴축, 금리인상 기조가 다소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11일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10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보다 7.7% 상승했다. 시장 전망치인 7.9%를 밑돌았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같은 기간 동안 6.3%를 기록하며 지난 9월(6.6%) 대비 뚜렷한 둔화세를 보였다.


10월 CPI 둔화에 기여한 건 중고차·트럭, 항공운임, 의류, 의료서비스 등이 가격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전월 보다 중고차·트럭 -2.4%, 항공운임 -1.1%, 의류 -0.7%, 의료서비스 -0.6% 하락했다.

다만 그간 물가 상승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던 에너지와 임대료 등은 여전히 높았다. 에너지의 경우 유가가 지난해 말부터 반등하면서 10월 CPI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임대료의 물가 기여도도 0.25%포인트(p)로 전체 물가 상승분(0.43%)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정여경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고차, 의류, 의료서비스 등의 품목이 기저효과에 힘입어 인플레이션 둔화를 견인했다"며 "임대료가 전년 동기 보다 7% 상승하며 피크아웃(정점 통과)하지 못했으나 선행지표들은 지난 1분기를 고점으로 둔화폭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선 인플레이션의 방향성 전환이 확인됐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과거에 비해 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향후엔 점진적인 둔화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근원 CPI가 둔화됨에 따라 물가 정점 형성 및 방향성 전환 전망을 보다 더 강화시켜줬다"면서도 "주택과 노동시장 내 서비스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해 이후 물가 둔화세가 점진적일 수 있어 물가 수준에 대한 부담이 조기에 해소되긴 어렵다"고 밝혔다.

송주연 다올투자증권 연구원도 "근원 CPI 둔화가 인플레이션 압력이 감소하기 시작했다는 안도감을 제공한 건 긍정적으로 보인다"며 "주택 가격 하락이 주거 물가 하락으로 옮겨지는 시차를 감안하면 당분간 물가 하락 가속화를 제어하는 소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나스닥 7% 급등…2020년 3월 이후 최고치시장도 일제히 환호했다. 전날 S&P(스탠다드앤드푸어스)500지수는 직전 거래일 보다 207.80포인트(5.54%) 오른 3956.37, 나스닥종합지수는 같은 기간 동안 760.97포인트(7.35%) 오른 11114.15로 장을 마쳤다. S&P500과 나스닥지수는 2020년 4월, 3월 이후 각각 최고 일일 상승기록을 썼다.

이제 시장의 눈은 다음달에 있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로 이동하고 있다. 그간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긴축과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 기대했는데 CPI 둔화세가 이를 현실화시켜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현재 시장은 12월 FOMC에서 연준이 50bp(1bp=0.01%)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예측치를 집계하는 패드워치(CME fed Watch)는 다음달 있을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의 '빅스텝'(0.5%) 인상 가능성을 90.2%, '자이언트스텝'(0.75%) 인상 가능성을 9.8%로 보고 있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12월 FOMC에서 50bp 인상을 통해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며 "그 전까지 물가와 고용지표 발표가 한 번씩 더 남아있는데 누적된 긴축 효과가 점차 가시화될 걸 고려하면 물가의 상승 리스크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