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共 엘리트집단 '공청단', 허무하게 무너진 이유[김지산의 '군맹무中']

후진타오 퇴장 당시 공청단 후배 왕양(맨 왼쪽)이 모든 걸 체념한 듯한 표졍으로 먼 곳을 응시하고 있다. 리커창(왼쪽에서 두 번째)은 어찌할 바를 모르는 듯 주저하고 있다./사진=유튜브 캡처

지난달 22일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폐막식에서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의 퇴장은 구구한 뒷말을 남겼다. 관영 통신 신화사 기자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건강상 문제라고 했지만 주변에 이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런저런 추측 속에 기자가 주목한 건 리커창 총리 어깨를 위로하듯 두드린 후진타오 손길, 리커창 바로 옆 왕양 정치협상회의 주석, 후진타오 주석 퇴장 길 끝자락에 앉아있던 후춘화 부총리 표정이었다.


모두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출신들이다. 공청단의 대부격인 인물이 석연치 않은 모습으로 퇴장할 때 리커창 총리는 살짝 목례를 하고 왕양은 무표정하게 앉아 있었다. 후춘화 부총리는 팔짱을 끼고 정면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대선배의 쓸쓸한 퇴장에 예의를 갖추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기자가 본 것은 끊어오르는 분노와 깊은 좌절감, 무력감, 그리고 그 상황에서 대선배를 위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신에 대한 원망 같은 복잡한 감정이었다.

7상8하(67세는 유임, 68세는 퇴임) 불문율에 의해 공산당 최고 권력층인 7인 상무위원으로 자리를 이어갈 수 있었지만 자의인지, 타의인지 모를 이유로 은퇴해야 하는 리커창과 왕양, 시진핑 주석 후임으로 차기 대권의 주인이었어야 하지만 24인 정치국원에서조차 밀린 후춘화의 참담함은 이루 말하기 어려운 것이었으리라.


올해로 100주년을 맞은 공청단의 찬란했던 한때가 저무는 장면으로 기록될 것이다.

공청단 출신으로 시진핑 주석 후계자로 거론되던 후춘화 부총리는 후진타오가 퇴장할 때 팔짱을 낀 채 무표정으로 미동도 하지 않았다./사진=유튜브 캡처

공청단은 장쩌민의 상하이방, 혁명 1세대들의 자녀, 즉 정치적 금수저들인 태자당과 함께 공산당 내 3대 파벌로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공청단 출발은 1920년 8월 상하이에서 조직된 사회주의 청년단이다. 그러나 역사적 의미가 부여되는 실체적 출발은 1922년 5월5일부터 10일까지 광저우에서 열린 사회주의 청년단 전국대표대회로 본다. 이후 1925년 1월 제3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이름을 오늘날 중국 공산주의청년단으로 바꿨다.

2021년 말 현재 전국에 단원 7371만5000명. 14세에서 28세 사이 젊은이들이 있는 조직이면 어디든 공청단이 존재한다. 중학교부터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두루 걸쳐 있는데 베이징대만 해도 학교 행정조직과 학생회 조직, 공청단이 학생들을 이끈다.

공청단은 원서만 내면 누구나 가입 가능한 조직이 아니다. 성적이 뛰어나고 학생들 사이에서 신망이 높은 학생들에 한해 교수나 기존 공청단원이 추천을 해야만 한다.

공청단원으로 추천 받으면 거절하는 일이 없다. 대단한 명예이기 때문이다. 공청단 가입 자체가 능력과 리더십, 인성까지 모든 면에서 검증이 끝났다는 것이다. 그 자체로 출세의 보증수표다.

공청단 내 최고령층인 28세가 되면 공산당원이 된다. 자부심은 상당하다. 스스로를 '중국 공산당의 조수이자 예비군'이라고 규정한다. 중국을 이끌어갈 미래 권력이라는 것이다.

공청단이 공산당 내 강력한 세력으로 부상한 건 후진타오 주석에 의해서였다. 2002년 후진타오가 당과 정부, 군 최고권력을 모두 장악하면서다. 후진타오는 중고교와 칭화대 시절 공청단 활동을 하지 않다가 40살이 되던 1982년 공청단 간쑤성 위원회 서기로 발탁되고 2년 뒤 중앙서기처 제1서기를 맡으며 그의 정치인생은 활짝 피기 시작했다.

중국 사회주의청년단 제1차 전국대표대회/사진=바이두

후진타오의 정치적 후견인은 덩샤오핑 측근이던 당총서기 후야오방이었다. 후야오방은 1953년부터 1978년까지 공청단 제1서기를 지낸 공청단 선배였다. 후야오방으로부터 신임을 얻은 후진타오는 전 최고 권력자가 현 지도자 다음 미래 최고 권력자를 지정하는 격대지정 워칙에 위해 덩샤오핑으로부터 장쩌민 후임으로 지목받았다.

격대지정 원칙에 의해 최고 권력자가 된 후진타오였지만 자신의 후계자를 정할 때는 장쩌민에게 온전한 권한을 주지 않으려 했다. 그러면서 공청단 후배 리커창을 지지했다. 상하이방과 공청단의 세력 다툼의 결과는 엉뚱하게도 무당파였던 시진핑의 부상이었다. 두 세력 모두에 속하지 않고 공산당 8대 원로 중 한명인 시중쉰의 아들이어서 배경도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시진핑과 리커창은 국가주석과 총리가 됐다. 후진타오는 다시 시진핑 이후를 노렸다. 이번에야 말로 격대지정 권한이 자신에게 있다고 보고 또 다른 공청단 후배 후춘화를 지목했다. 격대지정 전통대로라면 2017년 19차 당대회에서 후춘화는 7인 상무위원에 올랐어야 했다. 그러나 시 주석은 후진타오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당 총서기와 국가주석 10년 임기제한 법을 없앴다. 장기 집권 의사를 이런 식으로 밝힌 것이다.

그리고 2022년 20차 당대회에서 리커창과 왕양은 연임 자격이 있음에도 상무위원에서 물러나고 후춘화는 상무위는커녕 24인 정치국원에서조차 밀렸다. 이들의 정치 인생은 이렇게 막을 내린 것이다.

이들만 정치판에서 물러난 게 아니다. 현재 이렇다 할 거물이 없는 공청단 역시 화려한 시절은 끝났다.

앞으로 시 주석 임기가 5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예단하기 어렵다. 확실한 건 시 주석이 있는 한 공청단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는 것이다. 맞은 편 거대 정치 세력의 부활을 시 주석이 용인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가 알겠는가. 중국 공산당이 존재하는 한 공청단은 계속 갈 것이고 그 중에 또 걸출한 인물이 나올지. 역사란 돌고 도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