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사실 준비한 수상 소감 있었다, 알고보니 '감동'

키움 이정후가 17일 ‘2022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서 MVP를 수상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타격 5관왕을 차지한 데 이어 MVP까지 거머쥔 이정후(24·키움)가 자신을 지도했던 은사들과 함께 지냈던 선배들을 잊지 않았다.

이정후는 17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서 MVP로 선정됐다.


142경기에 출장해 타율 0.349, 193안타 23홈런 113타점을 마크했다. 타율과 안타, 타점, 출루율(0.421), 장타율(0.575) 부문에서 모두 1위에 랭크되며 5관왕을 차지했다.

휘문고 졸업 후 2017년 1차 지명으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 입단한 그는 데뷔 시즌 신인상 수상한데 이어 2021시즌 타격왕에 오르는 등 리그 정상급 타자로 발돋움했다. 그리고 올해 타격 5관왕으로 방점을 찍었다.

어느덧 입단 5년차가 됐다. 24세에 아버지와 같은 나이로 최초 부자 MVP라는 새 역사를 썼다.


이런 영광을 얻을 수 있었던 데는 이정후를 지도한 스승들과 선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정후는 잊지 않고 모든 이들의 이름을 열거하며 감사함을 전했다.

먼저 은사들이다. 이정후를 지도한 은사는 총 3명이다. 장정석(현 KIA 단장) 전 감독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2020년 손혁(현 한화 단장) 전 감독이 이정후와 함께 했다. 그리고 2021시즌부터 지금까지 홍원기 감독의 지도를 받고 있다.

이정후는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선수를 신인 시절부터 바로 1군 무대에 써주고, 국가대표 선수로 키워주신 장정석 단장님께 감사하다. 또 우승이라는 목표를 바라보고 함께 야구했던 손혁 단장님께도 고맙다는 인사 전하고 싶다"며 지금은 팀을 떠난 히어로즈 감독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이어 "나는 고교 시절 수비에 약점이 있는 선수였다. 그렇지만, 단점을 지우기 보다는 장점을 살려 좋은 선수로 키워주신 홍원기 감독님에게도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날 시상식에는 장정석 단장, 손혁 단장, 홍원기 감독이 모두 시상식에 참석했다. 이정후가 고마움을 전할 땐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손혁 한화 단장(왼쪽)과 장정석 KIA 단장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 참석했다./사진=뉴스1

그리고 시상식 무대에서 내려와서는 선배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이정후는 시상 후 취재진과 만나 "사실 준비한 수상 소감이 있었는데 까먹었다. 여기서 말하고 싶다"고 말문을 연 뒤 "난 정말 좋은 선배님들 밑에서 야구를 했다. 선배들이 하는 것을 보고 따라했을 뿐이다. 오후 6시 반에 열릴 경기를 위해서, 한 경기 4타석을 잘 치기 위해서 열심히 준비하신다. '슈퍼스타 선배님들도 경기 시작 8시간 전부터 나와서 준비하는데, 나는 뭘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주셨다. 그래서 나 역시 그때부터 선배님들이 하는 모습을 따라하다 보니 루틴을 일찍 만들 수 있었고, 야구를 잘하고 있는 것 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리고 이름을 한 명 한 명 열거했다. 박병호(36·KT), 이택근(42·은퇴), 오주원(37·은퇴), 김상수(35·롯데), 서건창(33·LG), 김민성(34·LG) 등이 있다. 특히 2019년 이후 3년 만에 홈런왕을 탈환한 박병호에게는 "다시 홈런왕 찾아와서 후배로서 너무 기쁘고, 이제 트로피가 정품인 거 같다. 홈런왕 이름에 박병호의 이름이 박혀 있어야 한다. 역시 홈런왕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선배다"고 웃어보였다.

이정후는 "신인 때부터 2년차 시절까지 선배들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이렇게까지 내가 잘하지 못했을 것이다. 같이 선수 생활을 했던 선배들께 감사하다고 말씀을 드렸어야 했는데, 아까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 선배들께 꼭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17일 '2022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 참석한 KT 박병호(왼쪽)와 키움 이정후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