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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세처럼' 조용필은 낡지도 늙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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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고금평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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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2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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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금평의 열화일기] '가왕' 조용필 4년만의 단독콘서트…쉴 틈없이 이어진 '폭풍 록의 향연'

올해 72세인 '가왕' 조용필이 4년만에 열린 단독 콘서트에서 열창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올해 72세인 '가왕' 조용필이 4년만에 열린 단독 콘서트에서 열창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가왕' 조용필이 공연 시작과 함께 무대에 오를 때,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대목이 혁신적인 무대 구성과 조명, 음향이다. '조용필 콘서트' 하면 상징적으로 떠오르는 이 세 가지 키워드는 그가 어떻게 늙어가도 '믿고 보는' 콘서트의 본질이다. 그는 콘서트에서 한 치의 오차라는 걸 용납하지 못하는 성격의 소유자다. 대한민국 최초로 '무빙 라이저'를 도입해 좌우상하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스테이지를 구현한 것도 콘서트를 향한 그의 무한 열정과 고뇌의 결과물인 셈이다.

아니나 다를까. 2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에서 4년 만에 선보인 단독 콘서트에서도 가왕이 시간을 딛고 안겨준 충격과 놀라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25평 거실에서 100인치 TV를 보듯 6개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이 콘서트 상단 좌우에 배치돼 관객 1만명 눈에서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들었고 이마저도 부족했는지 가로 6m, 세로 40m에 이르는 직사각형 LED를 공중에 매달아 15도에서 90도까지 움직이며 역동성을 강화했다.

그 속에서 생생하게 움직이는 영상이나 가왕의 라이브 모습은 너무 맑고 투명해서 시종 압도당할 수밖에 없었다. 첫 곡 '꿈'부터 그의 소리는 10년 전과 변함이 없었다. 고음에서 저음으로 툭 떨어지는 순간에도 정확한 음을 짚어 '피치(pitch·음정)의 교과서'라는 수식이 허언이 아니었고 가사가 새지 않는 정확한 발음, 빠른 곡을 연달아 부를 때조차 흔들리지 않는 호흡은 그가 무대에서만큼은 노쇠가 아닌 무쇠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었다.

공연장 가로 무대를 꽉 채운 LED가 화려한 입체미를 뽑내며 관객의 탄성을 자아냈다. /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공연장 가로 무대를 꽉 채운 LED가 화려한 입체미를 뽑내며 관객의 탄성을 자아냈다. /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가왕은 72세지만 27세 같았다. 20분처럼 지나간 2시간여 동안 23곡을 거의 한 번도 쉬지 않고 부르는(특히 3, 4곡씩 하나로 묶어 연달아 부르는 장면이 압권) 이 에너지를 젊음이 아닌 어떤 단어로 설명할 수 있을까.

'가왕' 조용필의 공연엔 언제나 세 가지가 없다. 첫 번째는 게스트다. 게스트는 힘든 무대 여정에 쉼표를 주는 타임인 데다, 상부상조의 미덕으로 자리잡은 관습이라는 점에서 때론 '불가피한 수순'으로 여겨지기도 하나, 조용필은 이를 거의 실현하지 않는다. 히트곡이 워낙 많은 가수의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고, 무대 색깔의 일관성을 위해 감내해야 하는 고독한 '킬리만자로의 표범'의 숙명이기도 하다.

둘째 멘트나 이벤트가 거의 없다. 이날 무대에서도 멘트는 고작 2회에 그쳤을 뿐이다. "여러분, 잘 지내셨습니까" 묻는 안부와 "이 곡 괜찮나요?"하는 반응 정도가 전부다. 그는 콘서트를 '가수가 지닌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 곳'이라고 정의한다. '톱가수'로 정점을 찍던 그가 불현듯 방송에서 라이브 무대로 옮긴 1990년대 초반부터 계속 지켜오던 신념이기도 하다. 조용필은 자신을 늘 "재미없는 가수"로 묘사하면서 부족한 말의 재미를 모두 무대로 집중시킨 '진짜 뮤지션'의 행보를 소리없이 걸어왔다.

셋째 하울링(howling·음향 잡음)이 없다. 5만석을 자랑하는 잠실주경기장에 국내외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총출동하지만, 하울링에서 자유로운 가수는 거의 없다. 엘튼 존도 메탈리카도 거리가 조금만 멀어도 객석 뒤쪽에서 들리는 하울링을 잡는 데 애를 먹기 십상이었다. 조용필은 모든 걸 다 놓쳐도 음향만큼은 포기하지 못하는 남다른 고집 때문에 여러 번 인터뷰에서도 전날, 그 전날 늘 무대에서 음향을 고치고 또 고친다고 했다. 이날도 실내에서는 물론, 입구 밖에서도 음향은 찌그러지거나 불편한 잔향의 음들을 거의 들을 수 없었다. 훌륭한 콘서트라는 건 음향의 승부이며 그것은 결국 뮤지션의 끊임없는 학습과 관심의 영역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셈이다.

조용필은 나이가 들수록 강한 록 음악에서 부드러운 어쿠스틱 무대로 전환하는 흔한 가수의 '익숙한 변화'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는 이날도 레드제플린이나 AC/DC처럼 '록생록사'(록에 살고 록에 죽는다)의 기개를 유지하며 시끄러운 록 사운드에 집중하고 취했다. 종종 리드 기타 최희선, 베이스 이태윤과 나란히 서서 플레이를 공유하는 80년대식 전통 액션도 거침없이 소화해냈다.

이 모든 록의 총합은 '태양의 눈'을 통해 확연히 드러났다. 다만 조용필은 이날 처음 선보인 신곡 '세렝게티처럼'과 '찰나'에서 강렬한 록보다 요즘 유행하는 리듬과 신스팝으로 버무려 좀 더 대중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특히 '찰나'에선 목소리를 기계음으로 바꾸는 보코더를 통한 실험을 시도해 참신한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가로 6m, 세로 40m에 이르는 직사각형 LED가 공중에 매달려 시시각각 역동적인 모습을 구현했다. /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가로 6m, 세로 40m에 이르는 직사각형 LED가 공중에 매달려 시시각각 역동적인 모습을 구현했다. /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조용필은 공연 전반부에 이런 말을 했다. "아마, 여기 오신 많은 분들이 '에휴, 저 나이(72)에 노래 제대로 하겠어? 아니, 게스트 없이 혼자 한다고?' 이런 생각 많이 하셨죠?" 정곡이 찔리는 순간이었다. 조용필을 20년간 알고 지내 온 기자도 내심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가 "노래가 안 되는 날, 그때가 바로 은퇴하는 날"이라는 말을 약속처럼 던지던 10년 전의 인터뷰를 떠올리니, 그가 얼마나 자신과의 약속에 철저한 사람인지 새삼 깨닫게 됐다.

'킬로만자로의 표범' 전주가 울려퍼지자, 관객들이 어느 곡보다 숨죽여 귀기울였다. 마치 '중간의 서사를 제대로 읊을 수 있을까' 불안 반 기대 반으로 경청하는 식이었다. 발음은 정확했고 가사는 농익은 허무함과 기개로 메아리쳤다. 그리고 "21세기가 간절히 나를 원했기 때문이야"라고 '외치자' 객석이 일제히 스탠딩으로 변하며 감동의 박수로 영웅의 귀환을 반갑게 맞이했다.

가왕은 2시간 만에 모든 것을 쏟아 붓고 무대를 떠났지만, 2년 뒤 모든 것을 채워 다시 무대에 오늘처럼 나타날 것이다. 변한 것이 있다면 새로운 히트곡과 더 화려해진 무대, '낡고 늙은' 것들과의 이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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