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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서비스 개발하다 말고 퇴근할 판"…52시간에 갇힌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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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석용 기자
  • 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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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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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시간'에 갇힌 대한민국]1-①일하고 싶은 스타트업들의 한숨

[편집자주] 대한민국 산업현장이 기술혁신과 디지털혁명 등으로 급변하고 있다. 또 일하는 방식과 노동 구조의 변화, 해외 인력 수급, 고령화에 따라 노동시장이 대변혁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주 52시간제'로 정해진 근로시간제도는 여전히 과거 패러다임에 머물고 있다. 기업들은 이 틀에선 새로운 산업환경에 대응하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근로시간제도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머니투데이가 실제 산업현장의 현실을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해본다.
"새 서비스 개발하다 말고 퇴근할 판"…52시간에 갇힌 혁신
#ICT플랫폼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A사는 서비스 개편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새 알고리즘을 적용한 서비스 개발을 마감하고 초기오류 등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일시적으로 직원들의 주말근무와 야근이 필요해서다. 주52시간 규제를 피하기 위해 탄력근로제도 도입했지만 주64시간을 넘기면 안된다는 규정이 발목을 잡았다. A씨는 새 서비스가 안정화되면 직원들에게 단축근무를 제공할 예정이지만, 당장 근로기준법 위반이 될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주52시간 관련 근로시간 산정단위를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주52시간 이하로 일하며 '워라밸(일과 삶 균형)'을 지켜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시스템 업데이트나 납기·임상시험 등을 위해서는 '크런치 모드'(반짝 야근)를 할 수 있도록 월단위로 근로시간 산정단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8일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올해 초 업력 5년 미만의 스타트업 47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심층면접에 따르면, 스타트업의 85.1%는 주당 근로시간이 50시간 미만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절반(44.6%)가량은 주당 근로시간을 40시간 이하로 설정해 대부분 직원들의 워라밸을 보장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항상 지켜질 수 없다는 점이다. 개발이나 시험, 거래처 요청 등 특정한 업무 마감이 있을 때는 '크런치 모드'가 필요해서다. 에듀테크 스타트업 B사 관계자는 "대부분 직원들이 MZ(밀레니얼) 세대인 만큼 평상시에 40시간 이하의 근무시간을 보장하지 않으면 직원 채용 자체가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 특성 상 업데이트 주간에는 주52시간을 넘길만큼 야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인건비가 올라 1년에 몇 번 있을 크런치 모드를 위해 직원을 충원하기는 부담이 된다"고도 덧붙였다.
사진제공=위워크코리아
사진제공=위워크코리아

탄력근로제, 선택근로제, 재량근로제 등 유연근로제도가 있지만 업계는 근본적 대책이 아니라고 호소한다. 최대 6개월 정산기간에 1주 평균 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하는 탄력근로제는 한 주 최대 근로시간을 64시간(1주 추가 연장근로시간 12시간)으로 제한하고 총 근로시간만 정해놓는 선택근로제는 정산기간이 3개월에 그친다.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마저도 유연근로제도의 종류가 많고 요건이 복잡해 초기스타트업들은 활용이 어렵다. 해당 조사를 진행한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스타트업 대부분이 유연근로제 적용방안을 모색하느라 시간·비용을 발생시키고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탄력근로제를 도입해도 구체적 요건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혁신을 위해 근로시간을 완전자율화하거나 최소한 정산 단위를 월이나 분기 단위로 넓혀달라고 주장한다. 근로시간 총량만 제한하고 활용은 현장상황에 맡겨달라는 주장이다. 이를테면 현행 '주52시간 근로제도'를 '월(4주) 208시간 근로제도'로 바꾸는 등의 방식이다.

노동계는 이 경우 특정기간 '장기 야근'으로 인한 과로 문제를 지적하지만 스타트업 생태계는 요즘엔 분위기가 다르다고 반박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직이 잦고 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 특성상 고용자가 일방적으로 무리한 연장근로를 지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스타트업 대표도 "만성적으로 크런치모드를 진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그랬다가는 입소문이 나서 아예 직원을 못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도 업계 의견에 동의하고 있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지난 5월 취임 첫 벤처업계 간담회에서 "벤처·스타트업 근무는 소위 '그 분이 오셔야' 결과를 낸다. 하루 8시간씩 5일 일 한다고 될 게 아니다"며 "주52시간 제도 개편 만큼은 중기부가 목소리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개발·생산의 업무 주기가 주 단위로 있는 게 아닌 만큼 근로시간도 더 넓은 주기에서 맞출 수 있어야 한다"며 "그래야 암묵적인 52시간제 초과 근무나 편법적 유연근로제 등 사라지고 제대로 된 근로시간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재해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지금껏 형식적으로 운용되고 있던 기업의 ‘위험성평가’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8년째 정체 중인 산재 사고사망 만인율을 오는 2026년까지 0.29로 감축하겠다는 계획이다. 2022.11.3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재해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지금껏 형식적으로 운용되고 있던 기업의 ‘위험성평가’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8년째 정체 중인 산재 사고사망 만인율을 오는 2026년까지 0.29로 감축하겠다는 계획이다. 2022.11.3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편 정부는 노동시장 개혁과제 발굴·검토를 위한 전문가 논의기구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를 통해 주 52시간 제도 등 근로시간 제도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 관련 국정과제 중 하나다. 윤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근로시간 유연화를 강조해 왔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110대 국정과제에 '주52시간 근무제'를 완화해 근로시간 제도에 대한 노사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내용을 넣었다.

연구회는 오는 13일 그동안 논의한 내용을 토대로 정부에 권고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연구회는 '주52시간제'의 틀 안에서 근로시간에 관한 노사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최종 권고안을 만들고 있다. 산업·업무의 특수성 등을 감안해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현행 '1주일'에서 '월'이나 '분기' 단위 등 다양화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연구회는 또 휴가 사용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연장·야간·휴일근로 등을 시간으로 저축했다가 근로자가 원하는 경우 임금 보상이 아닌 휴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도 논의하고 있다. 근로일과 출·퇴근 시간 등에 대한 근로자의 자율적 선택을 확대하는 방안도 다루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연구회의 권고안이 나오면 이를 토대로 내년 상반기에 구체적인 개편안을 만들고 하반기에 국회 통과를 목표로 정책 스케줄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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