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장비, 장바구니에 미리 넣고…필요할 때 적기 구축한다

제3차 국가연구시설장비 고도화계획. /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부가 연구시설·장비를 적기에 구축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한다. 그동안 대형 연구장비를 구축하려면 장기간의 예비타당성조사와 각종 심의를 거쳐 기술 트렌드가 제때 반영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정부는 연구시설·장비에 대한 수요조사체계, 이른바 '장바구니'를 미리 만들고 장비가 필요할 때 적기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9일 제43회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 운영위원회를 개최하고 이런 내용을 담은 '제3차 국가연구시설장비 고도화계획'(2023~2027)을 심의·의결했다. 이 계획은 5년마다 과학기술기본법에 따라 수립되는 중장기 목표·전략이다.


과기정통부는 '연구장비 종합정보시스템'(ZEUS)을 구축해왔다. 글로벌 기술패권 시대를 맞아 세계 각국이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 연구시설·장비를 전략적으로 확충하고 공동활용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계획에는 3가지 추진전략이 제시됐다. 3가지는 △대형연구시설·장비를 체계적으로 구축·관리 △연구장비 관리·활용 시스템을 수요자 중심으로 개선 △연구 인프라 역량 강화 등이다.

그동안 과학계 현장에선 연구장비 한 대를 사려면 1년 이상이 소요되고, 장비가 도입될 쯤엔 기술 트렌드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문제를 제기해왔다. 특히 대형 연구시설·장비를 구축하려면 예타를 거치고, 사업이 개시되면 또 심의를 거쳐 구축되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대형 연구시설·장비의 적기 구축을 위해 예타 후 지체 없이 사업을 착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예타 전 연구장비 구축에 필요한 사전기획이 충실히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다. 또 연구 현장의 실수요를 파악할 수 있는 '통합수요조사체계'를 마련한다. 수요 조사 결과는 부처별 중장기계획 수립과 사업 기획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대형 연구시설·장비 은퇴제도 도입한다. 향후 연구장비 활용 종료 기준과 절차 등을 마련하고 처분 이후 재활용이나 매각 등에 대해 검토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과기정통부는 분야별 연구장비 연계·협력 시스템도 구축한다고 밝혔다. 특히 반도체 팹(Fab) 통합정보 시스템, 정보지원, 실시간 공정 모니터링 등 국가 나노 인프라 연계시스템을 시범 구축해나갈 예정이다. 또 ZEUS와 타 연구정보 시스템 간 연계 강화도 추진한다.

과기정통부는 또 연구장비 전문 운영 인력과 국산 연구장비 산업화 등 연구 인프라 역량 강화에 나선다. 전문 운영 인력을 유형별로 세분화하고, 숙련도와 전문성이 경력으로 인정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주영창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연구장비는 국가전략기술 확보에 반드시 필요한 기반 요소"라면서 "이번 계획이 향후 연구자 중심의 자유롭고 활기찬 연구 환경 조성에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