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세계 초일류" 강조하더니…SK하이닉스 직원들 해외로 나갔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지난해 3월,‘SK그룹 편입 10주년 기념행사’에서 유연한 업무환경 확대를 약속했다./사진제공=SK하이닉스

"해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덜어냈습니다."(윤장훈 SK하이닉스 솔루션개발 TL)

26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회사 직원 12명이 최근 자신의 사무실을 외국으로 옮겨 5주간 일하고 돌아온 특별한 체험을 했다. 회사가 지난해 말 도입한 '글로벌 역량 강화 프로그램'(GXP) 1기에 참가한 것이다. 해외에서 본인의 업무를 처리하고, 해외 파트너사와 협업·교류하는 기회를 가졌다.


GXP는 업무환경의 시공간적 제약을 없애는 동시에 구성원의 글로벌 역량을 드높이겠다는 박정호 부회장의 비전을 구체화한 프로그램이다. 박 부회장은 SK하이닉스가 출범 10주년을 맞았던 지난해 3월 "세계 초일류 회사로 거듭날 것"이라며 업무 환경 혁신을 예고했다. 향후 글로벌 거점 오피스를 구축하는 방안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성원들은 GXP를 통해 세계 각지에서 근무할 기회를 얻는다. 지원 가능 국가는 SK하이닉스 해외 법인 또는 해외 파트너사가 소재한 국가(미국·유럽·중국·일본 등)다. 상세 활동 기관은 △미주법인을 비롯한 해외 법인 △미국 반도체 장비 전문 제조사 램리서치 △미국 법률사무소 WPA △독일 광학 제품 전문 제조사 칼자이스 등이다. 원활한 업무와 생활을 위해 항공·숙박·렌터카 등이 지원된다.

이번 1기 참가자들은 GXP 프로그램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해외 경험을 쌓고 견문을 넓히는 데 특히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또 현지에서 익힌 노하우를 업무에 접목해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SK하이닉스 미주법인으로 GXP 활동을 다녀온 윤장훈 TL은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소스 코드를 분석하는 기회를 얻었고, SSD 아키텍처도 본격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라며 "그간 모바일 프로젝트만 수행했는데 업무 스펙트럼이 한층 넓어졌음을 느낀다"라고 전했다.

/사진제공=SK하이닉스

여승미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 TL은 GXP를 통해 램리서치와 협업하는 기회를 가졌다. 그는 "램리서치 엔지니어와 소통하고 실험하며 업무 기술을 향상시켰다"라며 "특히 엔지니어와 함께 일하며 근본적인 이론부터 현상의 원인과 개선안을 찾는 방법까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여 TL은 일하는 방식도 배웠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 기업과 일하면서 느낀 점은 '느리다'였다"라며 "막상 현지에서 살펴보니 느린 것이 아니라 꼼꼼함과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늘 빠르고 정확한 것을 추구하지만, 그것이 꼭 정답만은 아니겠다 싶었다"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향후에도 유익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확대해 글로벌 최고 수준의 인재를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다운턴(경기 하강 국면) 상황에서도 구성원들의 글로벌 역량 성장을 위한 투자는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다"라며 "전 세계 ICT(정보통신기술)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판단"이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