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꺾이고 투자 줄고 수출 마이너스…기대할 것은 中 리오프닝

지난해 4분기 역성장은 예상됐던 바다. 다만 속을 들여다보면 우려 지점이 적잖다.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 이후 경기를 떠받쳐온 민간 소비가 꺾였다. 고금리 영향으로 소비 여력도 줄었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경기에 미치는 영향도 적잖다. 실적이 급감한 기업들의 투자 위축도 불가피하다. 수출은 4개월 연속 마이너스가 확실시되고 있다.


기댈 곳은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정도다. 올해 중국 경제가 살아나면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 증가뿐 아니라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수혜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민간소비가 전기대비 0.4% 감소했다. 3분기 만의 마이너스 전환이다. 민간소비는 지난해 1분기 0.5% 감소했지만 2분기(2.9%)와 3분기(1.7%)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매달 집계하는 소매판매는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 연속 전월대비 감소세를 보였다.

고물가와 고금리, 부동산 등 자산가격 하락 영향으로 소비 부진은 이어질 전망이다. 대신증권은 "올해 1분기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4% 후반의 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난해 8월부터 악화된 고용시장의 영향으로 민간소비가 크게 개선되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투자 지표도 부진한 모습이다. 한은에 따르면 전기대비 설비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7.9%에서 4분기 2.3%로 쪼그라들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설비투자 증가율(전월 대비)은 지난해 9월 -2.8%, 10월 0.4%, 11월 1.0%로 제자리걸음 중이다.

경기 둔화 우려로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투자계획을 세운 기업 중 투자를 지난해보다 축소한다는 응답 비율(19.2%)이 확대하겠다는 비율(13.5%)보다 높았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01.26.

수출은 지난해 10월 감소세로 돌아선 후 3개월째 마이너스를 보였다. 올 1월 실적도 비관적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1월 1~20일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2.7% 줄고 수입은 9.3% 늘어 무역수지가 102억6300만달러 적자를 보였다.

'소비·수출·투자' 등 3개 부문의 지표 악화는 올해 성장 전망을 어둡게 하는 이유다. 정부는 1.7% 성장을 내걸었지만 민간의 무게추는 '0%대 성장' 전망으로 기운다. 긴축 기조 속 재정 투입 등 부양책을 가동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부의 그림은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이다. 정부가 기대를 거는 이슈는 중국 리오프닝이다. 중국은 지난해 말 방역 정책을 '제로 코로나'에서 '위드 코로나'로 전환해 올해 본격적인 경제 활동 재개가 예상된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기 때문에 중국 경기 회복 여부가 우리 수출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은 지난해 6월부터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올해 1월 1~20일 대중 무역수지도 32억4400만 달러 적자를 보였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6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지난해 4분기 우리 경제가 전기대비 0.4% 감소한 사실을 언급하며 "올해 1분기에는 기저효과와 중국경제 활동 재개 등으로 플러스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제한적이며 오히려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 리오프닝이 우리나라 수출을 증가세로 이끌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최근 저조한 반도체 경기를 얼마나 극복하느냐가 수출에 있어 관건인데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효과가) 크게 기대되진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경제 활동 재개가 세계적으로 수요를 끌어올려 원자재 가격을 다시 높이고 수입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으론 한은이 올해 경기 둔화를 고려해 오는 10월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은은 지난 13일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로 종전보다 0.25%포인트(p) 인상했다.

그러나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종전의 '금리인상 기조' 표현을 '긴축'으로 수정하면서 시장에선 사실상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됐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나아가 하반기 경기 둔화가 심화하고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면 한은이 10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