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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딸 살해했지만 선처…檢 항소 포기시킨 '전문가 의견서 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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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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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0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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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스1) 박아론 기자 = 1급 장애를 앓고 있던 30대 딸을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60대 A씨가 25일 오후 인천지방법원에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들어오고 있다.   A씨는 법원에 출석해 "딸에게 미안하지 않나"는 취재진의 질문에 "너무 미안하다, 같이 살지 못해서"라고 말하며 울음을 터뜨렸다.2022.5.25/뉴스1
(인천=뉴스1) 박아론 기자 = 1급 장애를 앓고 있던 30대 딸을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60대 A씨가 25일 오후 인천지방법원에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들어오고 있다. A씨는 법원에 출석해 "딸에게 미안하지 않나"는 취재진의 질문에 "너무 미안하다, 같이 살지 못해서"라고 말하며 울음을 터뜨렸다.2022.5.25/뉴스1
38년간 돌본 중증 장애인 딸을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60대 어머니에 대해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검찰은 외부 전문가 의견이 반영된 검찰시민위원회 결정을 바탕으로 항소 포기를 결정했는데, 이 전문가는 "간병 가족이 구제받을 수 있는 국가 제도를 만드는 계기가 되도록 검찰이 역할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2일 머니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달 중증 장애인 딸을 살해한 A(64)씨에 대해 항소 부제기를 결정하기 전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윤영호 교수에게 의견을 구했다. 윤 교수는 완화의료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로, 이른바 '연명의료결정법' 제정에 앞장선 인물이기도 하다.

앞서 A씨는 지난해 5월 인천 연수구의 아파트에서 당시 38세였던 딸 B씨에게 수면제를 먹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숨진 B씨는 대장암 말기에 뇌병변 1급 중증 장애를 앓고 있었고 A씨는 38년간 B씨를 돌봐왔다. A씨는 B씨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자신도 수면제를 복용해 극단적 선택을 기도했지만 집을 찾아온 아들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다.

검찰은 A씨를 살인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인천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류경진)는 지난달 19일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통상 검찰은 구형량의 절반 이하 형이 선고되면 항소한다. A씨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데다 혐의가 살인으로 중한만큼 항소해야 마땅하지만 검찰은 사건의 특수성을 감안해 검찰시민위원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윤 교수에게 직접 연락해 의견을 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안은 타인이 생명을 단죄시키는 것을 엄단해야 한다는 요구와 간병하는 사람 입장을 고려해야 하는 가치가 충돌하는 사건"이라며 "검찰은 이를 추상적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의료 현장에서 다수 사례를 접한 분들의 의견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고, 윤 교수께서 간병살인 관련 연구를 많이 하신 걸로 알아 급하게 전화로 요청을 드렸다"고 설명했다.

검찰 요청에 윤 교수는 의학적 적판단과 의료윤리 원칙에 따른 판단이 담긴 2쪽 분량의 의견서를 검찰시민위원회에 제출했다.

우선 의학적으로 B씨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생명을 유지할 기간이 길지 않다고 봤다. 38년간 지적장애를 앓아온 B씨는 지난해 1월 대장암 3기 진단을 받았고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단한 상황이었다. 항암치료를 중단한 상태에서 대장암은 치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B씨가 건강악화로 극심한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이어 '의료윤리 4대 원칙'인 △자율성 존중 원칙 △선의의 원칙 △악행금지 원칙 △정의의 원칙에 따라 사건을 들여다 봤다. 의료윤리에서는 본인 의사대로 결정되는 자율성 존중 원칙이 가장 중요하지만, B씨가 지적장애를 앓고 있었던 만큼 A씨가 선의의 원칙과 악행금지 원칙에 따라 대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판단했다.

윤 교수는 "B씨에 대한 A씨의 대리 결정이 B씨 입장에서 손실보다 이득이 커야 하고, B씨가 가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경우 수용 가능해야 하며, 사회 통념상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A씨의 살인은 타당하지 않다"고 봤다.

그러나 '정의의 원칙' 측면에서 A씨가 B씨를 간병하면서 받았던 고통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A씨가 B씨를 38년간 지속적으로 간병하면서 최선을 다한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다"며 "간병 과정에서 A씨 역시 감당하기 어려운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고통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는 극단적 상황에 처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A씨는 오랜기간 B씨를 간병하면서 우울증 증세 등을 겪었다는 감정서가 재판 과정에서 제출되기도 했다.

윤 교수는 이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가족을 살해한 A씨의 행위는 형법상 살인이 분명하지만 A씨가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수 없는 극단적 상황에서 행한 행위로 해석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은 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윤 교수는 "이번 판결 취지가 '가족에 의한 간병 살인이 실형으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인식으로 왜곡돼선 안 된다"고 당부하면서도 "가족의 장기 간병으로 인한 고통을 개인과 가족에게만 책임을 떠넘겨 발생하는 간병살인을 예방할 수 있도록, 간병 가족이 사회적으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고 구제받을 수 있는 국가제도를 만드는 계기가 되도록 검찰이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 의견서를 전달받은 10명의 검찰시민위원회 위원들은 만장일치로 '항소 부제기' 의견을 냈다. 검찰 역시 범죄의 정상과 판결 이유, 유사 판결례 등을 종합한 심층 검토 끝에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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