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인에 흉기 휘두른 장애인, 美경찰이 총 쏴 사망…또 과잉진압?

머니투데이

황예림 기자

지난 26일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헌팅턴 비치에서 지체장애인 앤서니 로위 주니어(36·남)가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사진=CNN

행인에게 흉기를 휘둘러 경찰에게 쫓기던 미국의 한 장애인이 도망치다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1일(현지시각) CNN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헌팅턴 비치에서 지체장애인 앤서니 로위 주니어(36·남)가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사건 당일 로위는 특별한 이유 없이 휠체어에서 내리더니 길 가는 남성에게 달려가 흉기로 남성의 옆구리를 공격했다. 이후 다시 휠체어를 탄 뒤 현장을 벗어났다. 습격을 당한 피해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범행 현장 인근에서 로위를 발견했다. 경찰은 로위를 향해 칼을 버리라고 명령했으나 로위는 명령을 무시하고 "칼을 던지겠다"고 위협했다.

경찰이 발사한 테이저건 2발마저 로위를 빗나갔다. 경찰은 로위와 대립을 이어가다 총을 발사했고 총에 맞은 로위는 결국 숨졌다. 당시 경찰은 최소 8발을 쏜 것으로 전해졌다.

로위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선 경찰의 과잉 진압 논란이 일었다. 한 목격자는 경찰과 로위의 대립 당시 영상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공개했다. 영상에는 휠체어에서 내린 로위가 불편한 걸음으로 경찰을 피해 달아나는 모습이 담겼다.

로위의 유족과 시민단체는 이번 사건에 연루된 경찰관들을 기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로위의 모친은 "경찰은 두 다리가 없어 휠체어를 탄 아들을 살해했다"고 비판했다. 경찰의 과잉 진압을 규탄하는 시민단체도 "로위를 죽음으로 몰아간 행위를 정당화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헌팅턴파크 경찰은 "용의자가 흉기로 경찰을 계속 위협해 총격 사건이 벌어졌다"고 해명했다. 또 과잉 진압 관련 수사가 끝날 때까지 관련자들을 유급 휴가 보내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7일에도 미국 경찰은 교통단속 과정에서 흑인 남성인 타이어 니컬스(29)를 집단 구타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과잉 진압으로 면직된 경찰관 5명은 현재 2급 살인죄 등으로 기소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