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큰 도전이었던 차은우의 사제복 입을 결심

차은우, 사진제공=티빙

천진한 얼굴을 하고선 아무렇지 않게 악귀를 처단한다. 분명 사제복을 입고 있는데 귀에는 피어싱을 하고 있고, 목에는 껄렁한 느낌의 헤드폰이 걸려있다. 신부임은 분명한데 풍기는 분위기가 홀리하다기보다는 능글 맞고 장난끼 가득한 소년 같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아일랜드'에서 차은우가 연기한 구마사제 요한은 이처럼 알쏭달쏭한 모습을 하고 있다. "누나 얼굴 보고 당연히 나보다 어린 줄 알았는데"라는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하면서도, 신의 권능을 행할 때는 눈빛의 온도를 높여 뜨겁게 발화한다.


외양은 모든 장면에서 빛을 낸다. '얼굴이 개연성'이라는 말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외모다. 그런 까닭에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시선 집중을 부르는 얼굴. 만화가 원작인 '아일랜드'에서 차은우의 요한은 정말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신비스러운 외양으로 멋스럽게 형상화됐다. 사제복을 입은 차은우의 눈부신 비주얼은 '아일랜드'의 판타지에 때깔 좋은 세계관을 완성한다.



'아일랜드'는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악에 대항해 싸워야 하는 운명을 가진 인물들의 여정을 그린 판타지 액션 드라마다. 수천 년 동안 악(惡)으로부터 세상을 지켜온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차은우는 지상 최고의 최연소 구마사제 요한을 연기했다. 차은우는 악귀를 퇴마하는 과정 속 격렬한 몸싸움 장면을 위해 액션 스쿨에 다녔고, 직접 성당을 찾아가 신부를 인터뷰했다. 구마 의식에 필요한 성경 낭독을 위해 라틴어와 이탈리아도 배웠다.


차은우에게 '아일랜드'는 배움과 성장의 터전이었다. 첫 판타지 액션물에 도전했던 만큼 촬영 전에는 액션과 여러 언어를 배우며 치열하게 준비했고, 현장에 발을 들였을 때는 감독, 배우들과 끊임없는 소통하며 캐릭터와 작품 세계관을 파고들었다. 함께 호흡한 김남길, 이다희 등의 선배 배우들의 연기와 행동도 쉴 새 없이 관찰하며 현장 애티튜드도 익혔다.

차은우, 사진제공=티빙

"요한이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다가온 부분은 사제인데 사제답지 않았다는 점이었어요. 평상시에는 장난기 넘쳐도 구마 의식을 하거나 신의 권능을 행할 때 한없이 강해지는 모습도 매력적이었고요. 연기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모습들이 많이 담겨있던 캐릭터라 욕심이 났어요. 물론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라 준비할 것도 많았어요. 라틴어나 이탈리어도 숙지했어야 했고, 사제로서 애티튜드를 익히고 구마를 위한 액션 소화도 해야 했어요. 준비할 게 많은 작품이라고 느껴졌지만 오히려 그런 과정을 통해 얻고 배우면서 내공을 쌓을 수 있던 경험이었어요. 배우 활동하는 데 있어서 더 욕심을 갖게도 해줬고요. 여러 가지를 느끼게 해준 작품이었어요."


차은우는 연기를 시작한 이래 tvN '여신강림', MBC '신입사관 구해령', JTBC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등의 청춘물 주연으로 활약하며 또래 배우들과의 호흡이 잦았다. 그런 면에서 '아일랜드'는 연차 차이가 꽤나 나는 선배들과 가까이서 호흡을 다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 작품이었다. 극중 반인반요 반 역으로 활약한 김남길과는 17살, 재벌 3세 미호 역의 이다희와는 13살 나이차가 난다. 연륜뿐만 아니라 두 사람은 여러 작품에서 주연으로 활약하며 연기파로 정평난 배우들이다.


"'아일랜드'라는 작품을 하고 싶었던 이유 중에 김남길, 이다희 선배님과 함께 연기할 수 있다는 게 컸어요. 그래서 선배님들과 함께 하는 순간들이 너무 즐거웠어요. 같이 연기하면서 여러 부분을 배우기도 했고 좋은 영향도 많이 받았어요. 김남길 선배님의 경우는 평소에는 장난기도 많고 아재 개그도 많이 하시는데 작품 리허설을 하거나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갈 때 눈빛부터 싹 변하면서 순간적으로 집중을 딱 하시더라고요. 이다희 선배님은 평소부터 미호라는 캐릭터에 몰입해 계세요. 두 선배 연기자분들의 여러 연기 스타일이나 현장 태도들을 직간접적으로 느끼면서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고 배우게 됐어요."


'아일랜드'는 판타지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CG 후반 작업이 많았던 작품이다. 배우로선 CG로 입혀질 장면들을 상상하며 연기해야 하는 고충이 있다. 차은우는 초록 쫄쫄이를 입은 스태프들에게 둘러싸인 채 감정과 액션신 모두를 소화해야 했다. 웃음이 날 법도 한 상황이었지만 진지한 마음가짐과 얼굴로 분주히 완성본을 상상하며 살을 채워넣으려 노력했다.

차은우, 사진제공=티빙

"주변 스태프 분들이 초록색 쫄쫄이를 입고 계셨어요. 재밌는 부분들이 있었죠. 사전에 감독님과 대화하면서 나중에 구현되어질 모습들을 듣다 보니 촬영에 진지하게 임할 수 있었어요. 카메라 밖에서는 같이 인증 사진도 찍으면서 화기애애했어요. 특히 대본에는 글로만 묘사가 되어 있어서 상황적으로 연결이 되려면 대본에 써있지 않은 틈을 메워야 하는 부분들이 있었어요. 벤줄레한테 당하는 장면에서 대본에는 '목이 칭칭 감긴다'라고만 쓰여 있었는데 그 사이를 구체적인 행동과 말로 채워넣어야 하는 부분들이 있었어서 대본에 명시되어 있지 않아도 그 안에 살을 채워넣으려고 했어요."


차은우는 어딜가나 외모에 대한 찬사가 따라붙는 연예인이다. 이는 작품 출연 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때문에 연기력보다 비주얼에 집중한 평가들이 더 많다. '아일랜드'에서도 '사제복을 입은 차은우'와 같은 비주얼 장면들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외모에 치중된 시선에 대한 아쉬움은 없을지 궁금했다.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아요. 그런데 아쉽다기보다는 그것도 정말 감사해요. 제 강점 중 하나라고 생각해서 활용할 수 있으면 최대한 하려고 해요. 제가 배우로서 진정성 있게 꿋꿋하게 나아간다면 언젠가는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질 거라고 생각해서 그저 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연기 변신에 대해서는 자연스럽게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주어지는 대로 흘러가려고 해요."


'아일랜드'는 파트1과 파트2로 나뉜 시리즈다. 파트1이 지난해 12월 공개됐고, 파트2는 오는 24일 공개된다. 파트1에서 차은우가 연기한 요한은 오랜만에 재회한 친형이 정염귀가 되어 직접 처단할 수밖에 없던 가슴 아픈 스토리로 퇴장했다. 파트2에서는 요한의 갈등과 성장을 기대해달라고 당부했다.


"파트2에서는 기존의 장난기 있는 모습이 아예 사라진다기보다는 갈등을 겪기도 하고 성장하는 모습이 중점적으로 그려질 것 같아요. 요한이는 신이 있다는 믿음 하나로 형과 재회하기를 고대하면서 삶을 버티면서 바르게 살아온 친구였어요. 그런데 형의 죽음으로 인해 신이 형을 구제해주지 않은 부분에 대한 물음을 품게 되면서 고뇌하고 갈등하고 성장하는 부분들이 펼쳐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