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러곳 드론 공격 받았다…"스파이 막아" 푸틴 민감한 대응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주변을 포함해 본토 여러 곳에서 28일(현지시간) 자정 전후로 드론 공격이 포착됐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공항은 한때 운영을 중단했고, 일부 지역방송국은 해킹당했다. 공격 주체는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스파이 활동이 확대되고 있다며 방첩 활동을 강화하라고 명령했다.

/사진=안톤 게라센코(Anton Gerashchenko) 우크라이나 내무부 고문 트위터

이날 미국 AP통신과 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군용 드론이 모스크바 인근을 포함한 4개 지역에서 드론 공격이 확인됐다.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으로 "간밤에 우크라이나가 무인기를 사용해 남부 크라스노다르와 아디게야 지역의 민간 기반 시설을 공격하려 했다"며 "드론 대응 시스템이 공격을 물리쳤다"고 밝혔다.


외신은 러시아 고위 관료의 발언을 인용해 "군용 드론이 모스크바 가스 시설에 공격을 시도했는데, 발견된 잔해 사진을 보면 우크라이나 제품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도 전했다. 드론의 표적은 모스크바 교외에 위치한 에너지기업 가즈프롬의 가스 압축저장고였다. 크렘린에서 남동쪽으로 80㎞ 떨어진 지역이다. 러시아 정부는 "이 드론이 약 20kg의 폭발물을 운반할 수 있고, 최대 800㎞의 자율 비행 범위를 가진 우크라이나산 UJ-22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내무부 고문 안톤 게라셴코(Anton Gerashchenko)는 관련 드론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고 "러시아 언론은 가즈프롬 시설에서 드론을 발견했다고 보도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국경에서 500㎞ 이상 떨어져 있다. 머지않아 푸틴 대통령은 드론의 장거리 비행을 의식해 모습을 드러내는 걸 두려워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다른 도시 곳곳에서도 드론 공격의 흔적이 발견됐다.


안드레이 보로비요프 모스크바 주지사는 성명에서 "모스크바 근처 콜롬나 지역 주유소 부근에 무인기가 추락했다"며 "기반시설을 목표로 한 것으로 보이나 피해가 발생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콜롬나는 모스크바에서 동남쪽으로 약 110㎞ 떨어진 소도시다. 로이터통신은 "우크라이나가 드론 공격을 감행한 것이라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모스크바에 가장 가까운 지역에 대한 공격"이라고 전했다.

또 크라스노다르 지역에서는 유류 저장고에서 드론 공격 결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선 공중에서 미확인 물체가 확인돼 공항 운영이 일시 중단됐다. 일부 지역에선 TV와 라디오 채널에서 공습경보가 흘러나왔는데 해킹 공격에 따른 것으로 밝혀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열린 연방 보안국 이사회 회의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러시아 정부는 본토에 대한 드론공격이 작년 12월부터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당시엔 주로 러시아 폭격기가 위치한 비행장을 표적으로 삼았다. 작년 12월5일엔 우크라이나 동부 국경에서 480~720㎞ 떨어진 러시아 서부 랴잔과 옌겔스의 공군 비행장 2곳이 드론 공격을 받았다. 같은 달 26일에도 옌겔스 공군 비행장이 드론 공격이 있었다. 러시아 국방부는 드론이 격추됐지만 잔해가 일부 항공기를 손상시키고 여러 군인을 죽였다고 밝힌 바 있다.

잇단 드론 공격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스파이 활동'에 철저히 대비하라고 주문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그는 이날 연방보안국(FSB)에 "우크라이나와 서방 각국의 스파이 활동이 파괴공작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같이 명령했다. 이어 "서방 스파이는 늘 러시아에서 활동해왔다"며 "지금은 인원과 기술을 더 늘리는 추세다. 우리가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로 잠입하는 일명 '사보타주' 공작, 러시아 본토에서 테러분자의 활동을 과격하게 만들려는 서방국가들의 음모를 저지하고, 인프라 보호를 강화하라"고 했다.

로이터는 2월 FSB가 우랄 지역 철도 인프라에 대한 '테러 행위' 관련해 러시아인 3명을 구금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