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휴업' 악몽이 또…노량진 상인들 "일본산 수산물 없어요"

21일 오전 9시46분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 수산물 도매시장 모습. /사진=김진석 기자.

"일본산 생선은 수입을 안하는 게 제일 속 편해요."

21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물 도매시장에서 만난 25년차 수산업 종사자 고모씨는 이같이 말했다. 고씨는 "10년 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사건이 터지고 난 뒤 노량진 수산업자들이 9개월을 강제로 쉬었다"며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수입한다는 말이 다시 나오는 게 무섭다"고 했다.


지난 16일에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후쿠시마 수산물 등에 대한 수입 규제 철폐를 요구했다고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과학적 안전과 국민 정서적 우려가 해결되지 않는 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냈지만 수산업자들은 과거 후쿠시마 논란이 있을 때마다 손님이 급감했던 악몽이 재현될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실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3개월간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 거래량은 12.4% 줄었다. 2021년 4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를 해양 방류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뒤 노량진 수산시장 수입산 활어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약 14% 감소했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일하는 50대 박모씨는 "노량진 시장에 일본산 생선은 많지 않다"며 "국산이어도 손님들이 의심을 해서 잘 사먹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손님들이 좋아하지 않으니 애초에 일본산을 잘 들여오지 않는데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타격을 크게 받는다"고 토로했다.


노량진 상인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횟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도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에 관한 이야기가 불거져 나오는 데 우려를 표했다.

아이 셋을 키우는 50대 주부 김모씨는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아이들에게 먹이기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만약 수입이 된다고 하면 당분간 수산물을 구입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동작구 사당역 근처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윤성순씨(53)는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수입하면 사람들은 일본산뿐 아니라 국내산도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년 전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하겠다고 했을 때도 6개월간 매출이 60% 감소했다"고 밝혔다.

윤씨는 또 "정부가 원산지 검사와 방사능 오염 검사를 지금보다 더욱 철저히 해 국민들이 수산물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게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인근에서 참치 횟집을 운영하는 박모씨(53)는 "먹자골목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영세사업자"라며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을 막을 수 없다면 정부가 횟집을 운영하는 사람에게 지원금을 제공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대부분 상인이 코로나 피해도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고 했다.

21일 오전 10시42분 서울시 동작구 사당동에 위치한 한 횟집 가격표. 일본산은 도미와 가리비가 전부고 나머지는 국산과 중국산 노르웨이산이다. /사진=김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