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영향력, 과거 긴축기보다 커져…신흥국 자금 유출"

자료=한국은행 '미 통화정책 긴축이 신흥국 투자자금 유출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 중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통화 긴축이 신흥국 투자자금 유출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 긴축기보다 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연준의 긴축 속도가 과거보다 빠르게 진행된 영향이란 분석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다른 신흥국과 비교했을 때 미 연준 금리뿐 아니라 미국과의 성장률 격차나 리스크 관련 변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한국은행 국제국 국제금융연구팀 소속 조유정 과장과 유은혜 조사역이 작성한 '미 통화정책 긴축이 신흥국 투자자금 유출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연준의 통화정책 긴축기에 신흥국에서 큰 폭의 투자자금 순유출이 발생했다.

보고서는 2004년 6월에서 2006년을 '제1 긴축기로', 2014년 11월에서 2019년 4월을 '제2 긴축기로' 정의했다. 2021년 10월에서 2022년 9월을 '제3 긴축기'로 설정했다. 각 긴축기별로 미 FFR(연방기금금리) 월평균 인상폭은 제1 긴축기가 0.16%p(포인트)였다. 제2 긴축기는 0.04%p, 제3 긴축기는 0.25%p로 집계됐다.

분석 결과 과거 3차례 긴축기 중 제1, 제2 긴축기 당시에는 신흥국으로 투자자금이 각각 110억달러, 1480억달러 순유입됐다. 일반적으로 미 연준의 통화 긴축이 신흥국 투자자금 유출로 이어진다는 예측과 대비되는 결과였다.


그러나 이번 긴축기(제3 긴축기)에는 과거와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신흥국 투자자금이 4020억달러 순유출된 것이다.

연준의 긴축이 매우 빠르고 가파르게 이뤄지면서 신흥국 투자자금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신흥국 투자자금 유출입에 대한 각 결정요인의 기여도를 살펴보면 과거 긴축기에는 변동성 지수(VIX), 신흥시장국채권지수 스프레드(EMBI 스프레드) 같은 리스크 요인 기여가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긴축기에는 이들 리스크 요인 기여도 외에 FFR 기여도가 확대된 모습을 보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과의 성장률 격차와 VIX 영향이 신흥국에 비해 크게 나타났다. 연준 금리 변수 영향은 신흥국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보고서는 "미 연준의 통화 긴축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거나 장기간의 완화 기조가 지속되다가 긴축 기조로 전환하는 경우에는 투자자금이 순유출되면서 대외 부문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