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이제는 변수 아닌 상수"…이통3사, 새판짜기 고심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T타워/사진=머니투데이DB

알뜰폰(MVNO)의 높아진 위상이 이동통신3사의 경쟁 전략 마저 바꿨다. 과거 '아재폰' 이미지를 벗고 MZ세대의 선택을 받은 데다 최근 정부가 통신 과점 해소의 주역으로 치켜세우고 있다. 이에 알뜰폰을 내세워 점유율 구도를 흔들려던 KT와 LG유플러스에 이어 '확고한 1위' SK텔레콤까지 알뜰폰 사업을 확대한다. 더는 두고 볼 수 없는 전장인 만큼, 중소사업자들과 동맹을 맺고 적극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51,300원 ▲300 +0.59%)은 지난달 모바일CO(컴퍼니) 산하에 'MVNO 영업팀'을 신설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정부가 민생안정 대책의 일환으로 알뜰폰 활성화를 추진하는 만큼, 중소기업과의 상생 취지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NVNO 영업팀을 구성했다"고 소개했다.


알뜰폰은 3개 이통사업자(MNO)에게 도매가를 주고 망을 빌려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인데, 신설 MVNO 영업팀은 SK텔레콤망을 이용하는 알뜰폰 사업자와 협력해 신규 비즈니스 전략을 짜고 마케팅 컨설팅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그간 이통3사 중 SK텔레콤이 알뜰폰 사업 확대에 소극적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전담 조직 신설은 눈에 띄는 변화다. 앞서 KT는 KT엠모바일·KT스카이라이프, LG유플러스는 LG헬로비전·미디어로그 등 알뜰폰 자회사의 마케팅을 적극 지원해 왔다. 과거 '5대 3대 2'로 굳어졌던 MNO의 점유율 구도에 균열을 낼 무기로 알뜰폰을 내세운 셈이다.

반면 이통 1위 SK텔레콤으로선 알뜰폰의 성장이 달갑지만은 않다. 이용자가 KT·LG유플러스 알뜰폰으로 넘어가면 점유율을 빼앗기고, 자회사 SK텔링크의 알뜰폰으로 넘어가도 ARPU(가입자당 평균 매출)가 깎이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SK텔링크의 알뜰폰 마케팅도 어느새 잠잠해졌다. 특히 SK텔레콤은 재작년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이통3사 자회사 모두 알뜰폰에서 철수하라'면, 따르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더는 알뜰폰 견제 전략이 유효하지 않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무엇보다도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통신시장의 과점 문제 해소를 주문했고, 이에 정부가 알뜰폰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달 29일 통신시장 경쟁 촉진 정책방안 TF 2차회의에서 박윤규 과학기술정통부 2차관은 "경쟁력 있는 알뜰폰 사업자가 등장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MNO의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를 확대하고, 도매대가 산정 방식을 개선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더욱이 외부 충격도 대비해야 한다. 서비스 3년여 만에 40만 가입자를 끌어모은 KB국민은행의 알뜰폰 '리브엠'이 샌드박스 단계를 넘어 내달 초 정식 서비스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정부의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 목표를 고려하면, 승인 가능성이 높다. 이를 통해 여러 은행이 알뜰폰 시장에 추가로 진입하고, 우월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저가 요금제를 쏟아낸다면 이통3사에도 위협적이다.

반대로 이통3사의 알뜰폰 확장에는 장애물이 더해질 형편이다. 정부는 '알뜰폰도 이통3사 놀이터'라는 비판을 의식, 3사 자회사의 알뜰폰 점유율을 50% 이내로 제한하는 현행 규제를 보다 강화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점유율 계산에서 IoT(사물인터넷) 회선을 덜어내고 휴대전화(핸드셋)만을 따지자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3사 자회사의 합산 점유율은 이미 50%를 넘어 신규 가입자 모집이 불가능하다.

이에 이통3사로서는 각사의 망을 이용하는 중소사업자와의 협력 강화가 절실하다. 적어도 리브엠 등 '금융 알뜰폰'과의 대결에선 한배를 탔기 때문이다. 앞서 LG유플러스와 KT는 중소 알뜰폰의 컨설팅 매장을 마련하고 고객응대(CS)를 지원하며, 통합 유심칩을 출시하는 등 중소사업자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데 공을 들여왔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모든 이통사가 알뜰폰에 주목하게 된 것은 소비자의 선택에 정책적 선택이 더해진 결과"라며 "MNO 1위 SK텔레콤까지 가세한 만큼 시장점유율 경쟁에서 알뜰폰의 역할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