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벤처붐 다시 지핀다" 10.5조 추가 투입, 은행 투자규제 완화

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정부가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10조원 이상의 성장자금을 추가 지원한다. 대내외 불확실성과 고금리로 벤처투자시장이 크게 위축되자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아울러 민간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은행의 벤처펀드 출자규제를 완화하는 등 민간 중심의 벤처생태계 조성에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금융위원회는 20일 국무총리 주재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혁신 벤처·스타트업 자금지원 및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추가 자금공급이다.

정부는 정책금융 2조2000억원, 정책펀드 3조6000억원, 연구개발(R&D) 4조7000억원 등 총 10조5000억원을 벤처·스타트업 생태계에 공급한다. 앞서 올해 1월에 발표한 정책금융 80조원 지원의 연장선상이다. 앞서 정부는 △혁신기업 성장 52조3000억원 △고물가·고환율·고금리 22조8000억원 △재기 지원 8조9000억원 등의 중기 금융지원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10조5000억원은 벤처·스타트업의 성장 단계별로 나눠 투입된다. 초기 성장단계에는 총 6조1000억원이 편성됐다. 우선 국가전략기술 R&D 사업에 4조7000억원을 지원한다.

딥테크와 투자가 감소된 분야를 중심으로 신용보증기금(6000억원)과 기술보증기금(5500억원)이 1조2000억원의 보증을 추가 공급한다. 투자시장 과소공급 영역인 엔젤투자 및 지방 혁신기업에 대한 보증기관 투자도 600억원 확대했다. 이와 함께 기업은행이 신기술금융회사를 신설해 엔젤투자 및 지방 혁신기업에 대한 1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

중기 성장단계에는 1조9000억원을 투입한다. 보증과 벤처대출 등 융자를 9000억원 늘렸다. 이와 함께 성장단계 스타트업에 대한 자금공급을 위해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조성하는 세컨더리펀드 규모를 기존 5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확대했다.

후기 성장단계에는 4000억원이 편성됐다.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3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진출 지원 펀드를 신규 조성한다. 여기에 인수합병(M&A) 활성화를 위해 1000억원의 인수금융을 제공한다.

나머지 2조1000억원은 민간 벤처투자 촉진을 위한 펀드 조성에 활용한다. 기업은행은 3년 간 초격차, 첨단전략산업에 투자하는 펀드에 2조원 이상을 출자한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증권금융 등은 코넥스 상장 추진 및 상장기업에 투자하는 1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

민간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벤처펀드 관련 규제도 완화한다. 우선 은행의 벤처펀드 출자한도를 확대한다. 현재 은행의 벤처펀드 출자 한도는 자기자본의 0.5%다. 이를 2배인 1%로 확대한다. 시중 4대 은행의 자기자본(약 30조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투자 여력은 15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정부 관계자는 "금융권의 벤처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민간 벤처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주요 출자자인 법인을 대상으로 출자 세액공제도 신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의 해외투자 규제도 완화한다. 국내 창업기업의 해외 자회사를 대상으로 투자를 할 경우 국내기업과 동일하게 간주해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이영 장관은 "오늘 발표한 대책을 신속하게 추진하는 한편, 벤처투자 침체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엄중하게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대응하겠다"며 "민간 벤처모펀드 결성 지원, 글로벌 혁신특구 조성, 스마트 제조 혁신 고도화 추진, 스타트업 코리아 종합대책 등 추가적인 지원대책도 차질없이 준비하겠다"라고 밝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가 정책협업을 통해 역량을 모아 의미있는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게 됐다"며 "여러 차례 현장의 어려움을 직접 접한 만큼, 속도감 있게 자금을 집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