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귀국 후 다가온 전기·가스요금…'사장사퇴' 논란 분수령

머니투데이

세종=김훈남 기자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관련 민·당·정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3.4.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미 정상회담의 여독이 채 풀리기도 전에 전기·가스요금 결정의 시간이 다가왔다.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이 지난 3월 2분기부터 적용하기로 한 공공요금 인상을 잠정보류한 지 한달이 넘게 지나면서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재정이 한계에 다다른 탓이다.

한전과 가스공사는 요금인상의 전제조건으로 28조원 규모 자구책을 내놨지만 여당의 눈높이를 맞추긴 어려운 상태. 결국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는 한전·가스공사와 국민의힘 측 의견차를 좁혀야하는 과제가 남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1일 전기·가스 공급업계와 관련부처에 따르면 한전과 가스공사는 이달 중 여당이 주문한 추가 자구책 마련을 목표로 산업부와 의견을 조율 중이다. 두 에너지 공기업은 올해 3월말 공공요금 인상이 잠정보류된 이후 2026년까지 비용절감과 불필요한 자산매각을 통해 본사 기준 28조원 규모 경영개선을 달성하겠다고 밝혔으나 여당의 "국민이 납득할만한 고통분담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여당 역시 공공요금 인상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한다. 한전과 가스공사의 조단위 부실 원인이 지난 몇년 간 오른 원가 상승분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적 문제라는 데 뜻을 같이 한다. 다만 공공요금 인상은 가계의 부담으로 직결되는 만큼 한전과 가스공사가 스스로 국민이 납득할 수준의 자구책을 내놓으라는 게 여당의 입장이다.

당정 논의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한전과 가스공사가 수시로 자구안을 만들어 소통 중"이라면서도 "전기·가스 요금 인상은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에너지 공기업 측과 여당이 생각하는 '고통분담'의 온도차가 여전한 탓에 공공요금 인상 시기와 폭 결정이 늦춰졌다는 뉘앙스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 일정과 5월 내 요금 적용을 가능성을 고려할 때 공공요금 결정 시기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4월 중순마저 넘어가면서 5월 내 요금적용도 불투명하다. 특히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의 인상이 결정되더라도 2분기 요금에 소급적용할 근거가 없는 탓에 결정이 미뤄지면 미뤄질수록 한전·가스공사의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한편 이같은 상황에서 여당이 정승일 한전 사장의 퇴진마저 요구하면서 공공요금 인상을 둘러싼 논의는 새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8일 서울 여의도 본청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한전 사장은 위기를 극복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것 같다"며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즉각 그 자리에서 물러나길 바란다"고 사퇴를 촉구했다.

3월말 공공요금 인상 결정이 미뤄진 이후 한전 임원의 외유성 출장 감사결과가 나왔고 △일부 직원의 가족 명의 태양광 사업 투자 △법인카드 부정사용 △한전공대 입학식 비용 등에 대한 감사 소식이 이어졌다. 여기에 5월1일 근로자의날을 맞아 한전 직원에게 10만원씩 온누리상품권을 지급했다가 회수했다는 논란까지 나왔다.

국민의힘은 "한전이 전기요금 인상을 놓고 국민을 상대로 여론전을 벌인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는데, 잇따른 한전발 잡음이 이어지자 사장 퇴진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승일 사장은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됐고 임기는 2024년 5월까지다. 여당은 고통분담과 경영능력을 이유로 사장 사퇴요구를 한 만큼 정 사장의 대응도 공공요금 인상 시기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과 교수는 "1월 난방비 폭탄 논란 당시 증가한 난방비에 놀랐지만 이후 (가격인상에 따른 수요조절효과로) 2,3월 고지서엔 난방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나왔다"며 "지금은 전기요금과 관련해 한전을 혼낼 타이밍이 아니라 요금을 정상화해서 소비자에게 (수요를 줄여야 한다는) 가격 신호를 줄 타이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