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구건조 신약 또 '미끄덩' 한올바이오파마, 실망할 일 아니다?

한올바이오파마가 안구건조증 신약 임상 3상에서 실패했지만 기업 가치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도 나온다. 자가면역질환 신약 후보물질 임상 발표와 글로벌 파트너사의 주가 흐름을 판단 할때 향후 반등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올바이오파마 (34,750원 ▲300 +0.87%)는 지난 19일 안구건조증 신약 후보물질 'HL036'의 글로벌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한 후 주가가 하락했다.


임상 결과, 임상 1차 평가지표인 CCSS(Central Corneal Staining Score)와 EDS(Eye Dryness Score)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충족하지 못했다. CCSS는 투약 후 각막 중앙부에서 효과를 확인하는 지표다. EDS는 안구 불편감에 대한 환자의 주관적인 평가다.

이날 발표 이후 회사 주가는 약 18% 급락했다. 그러나 과대 낙폭으로 판단한 시장에서 빠르게 자금이 유입되면서 전날 종가 대비 700원(3.1%) 내린 2만1850원에 장을 마감했다.

1자 지표 통계적 유의성 확보에 실패했지만 기업 가치에는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HL036 실패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앞서 진행된 첫 번째 임상 3상에서도 HL036은 각막 하부(ICSS)에서 약 효능에 대한 평가지표를 만족하지 못했다. 또한 독립적 임상 데이터 검토 위원회(IDMC)가 중국에서 HL036 임상을 진행 중인 하버 바이오메드(Harbour Biomed)에 임상 중지를 권고하기도 했다.


상업화 이후에도 HL036의 성공은 불확실했다. 이미 1세대 안구건조증 치료제가 시장을 과점 중인 상황인데다가 3세대 안구건조증 신약이 경쟁적으로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안구건조증 신약 임상 시험의 실패가 악재 해소라는 관점도 있다. 앞으로 회사 주가가 온전히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올바이오파마 기업 가치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HL161'과 'IMVT-1402' 임상 시험 결과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해당 파이프라인은 중증근무력증, 갑상선 안병증 등 다양한 자가면역질환을 적응증으로 개발되고 있다. 파트너사 이뮤노반트(Immunovant)에 라이선스 아웃해 미국 임상 시험이 진행 중이다.

특히 IMVT-1402는 HL161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계열 내 최고 신약(Best-In-class) 가능성이 있다. 올해 하반기 임상 1상 결과 발표가 예정돼 있다.

파트너사 이뮤노반트 주가 흐름도 한올바이오파마에는 호재다. 이뮤노반트는 최근 주가가 17% 급등했다. 경쟁사 아르젠엑스(ArgenX)가 로슈, 노보노디스크, 일라이릴리, MSD 등 굴지의 제약사에 인수합병(M&A)될 수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이뮤노반트도 덩달아 회사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주가가 오른 것이다.

아르젠엑스는 '비브가르트'라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판매한다. HL161·IMVT-1402와 작용 기전이 같은 경쟁 제품이다. 비브가르트는 올해 1분기 2억1800만달러 매출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933% 급증한 수치다. 한올바이오파마의 HL161·IMVT-1402이 상업화 이후 얼마나 팔릴지 가늠할 수 있는 수치다.

한승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뮤노반트 시가총액 대비 한올바이오파마의 적정 기업 가치는 최소 50%로 본다"며 "현재 이 비중은 역사적으로 낮은 34%에 머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 하버 바이오메드의 HL036 임상 3상 공개 예정돼 있는데, 만약 주가 하락 시 저점 매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