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 최고" vs "켈리 돌풍"…더위 날릴 맥주, 1위 경쟁은 불 붙었다

오비맥주 카스(왼쪽)와 하이트진로 켈리(오른쪽). /사진제공=각 사

"아직 2위 업체와 시장 점유율이 2배 이상 격차가 난다"(오비맥주 관계자)

"테라로 30%대 점유율을 회복했고, 올해 4월 켈리 출시 이후 격차가 더 좁혀졌다"(하이트진로 관계자)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20,900원 ▼100 -0.48%)가 국내 맥주 시장 1위 자리를 놓고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오비맥주는 2012년부터 10년간 판매량 1위를 달성한 '카스'(Cass)의 독주 체제가 견고하다고 강조한다. 반면 하이트진로는 올해 4월 올몰트(보리맥아 100% 사용) 맥주 신제품 '켈리'(Kelly) 출시 이후 시장 판도가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양사는 각각 유리한 판매량 통계와 수치를 제시하며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포문은 하이트진로가 열었다. 내년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맥주 시장 1위 탈환'을 공개 선언하면서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지난 3월 말 켈리 미디어데이에서 "켈리 돌풍으로 소주에 이어 맥주도 국내 시장 1위를 탈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언론 간담회에선 "맥주 시장 점유율 50%를 넘어 업계 1등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하이트진로는 켈리 초기 판매량에 주목한다. 지난 4월 4일 출시한 켈리는 이달 10일 기준 누적 판매 104만 상자를 기록했다. 이는 330ml 병입 기준 3162만병 규모다. 앞서 국내 맥주 브랜드 중 최단기간 100만 상자 판매를 돌파한 테라보다 3일 빠른 추세다. 1초당 약 10.2병 팔린 셈이다. 이런 추세라면 1억병 돌파 시점도 테라보다 빠를 것이라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맥주가 진열돼 있다. /사진제공=뉴스1

서로 유리한 판매량 통계 부각하며 공방전...오비맥주, 켈리 브랜드 흔들기 '밈' 전략도최근 일부 대형마트 판매량 통계를 기준으로 하이트진로가 오비맥주를 12년 만에 제쳤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따르면 A 대형마트 4월 국산 매출 점유율은 하이트진로(테라+켈리) 48.5%, 오비맥주(카스+한맥) 44%로 집계됐다. B 대형마트의 5월 맥주 판매량도 하이트진로가 오비맥주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오비맥주는 시장조사기관이 집계한 가정용 맥주 시장 점유율 통계로 맞불을 놨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1~4월 가정용 맥주 판매량 누적 점유율은 카스 프레시가 42.6%로 1위를 차지했다. 이 통계에 따르면 카스는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모든 판매 채널에서 판매량이 가장 많았다. "2위 브랜드(하이트진로)와 판매량 격차가 2배 이상 차이 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오비맥주는 당초 이 통계를 켈리 출시 이후 시점인 4월 한 달 판매량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하이트진로는 이 지표가 켈리 출시 이전인 1분기 판매량과 합쳐진 누적 통계라고 반박했다. 이에 닐슨코리아는 해당 자료가 공식 발표한 통계로 보기 어렵다며 중재에 나섰다. 닐슨코리아는 양사에 월간 판매량 자료를 제공하되, 공표는 분기 판매량만 가능토록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비맥주는 마케팅 전략을 통해 하이트진로 '켈리' 브랜드에 견제구를 날렸다. 지난 3월 자사 맥주 브랜드 '한맥'(Hanmac) 전면 리뉴얼과 함께 최근 이 제품 홍보 모델로 프로야구단 LG트윈스의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를 모델로 낙점한 것. 이에 대해 업계에선 경쟁사의 주력 브랜드를 타깃으로 한 일종의 '밈'(meme, 웃긴 장면이나 인물 등을 패러디하는 것)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양사 모두 2분기 판매 실적에 주목한다. 가장 큰 변수는 켈리의 판매량과 시장 점유율이다. 켈리가 단숨에 10%대 점유율을 달성하면 테라와 함께 40%대 점유율을 기록해 카스와 경합하는 구도가 된다. 켈리가 테라의 판매량을 줄이는 카니벌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 한 기업의 신제품이 기존 주력제품의 시장을 잠식하는 현상) 비중과 재구매율 등도 시장 점유율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시장 1, 2위 업체의 경쟁이 과열된 가운데 후발 주자인 롯데칠성음료도 올해 하반기 맥주 브랜드 '클라우드(Kloud)'의 대대적인 리뉴얼을 통해 정체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 각사의 마케팅 대결도 심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