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나선 바이오, 주주 반발에 '무증'카드도 꺼냈지만 반응 냉담

이달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 계획을 밝힌 바이오사들이 줄줄이 유상증자 직후 무상증자를 예고했다.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가치를 희석시킨단 우려를 받는 사안이지만, 무상증자는 주주가치를 제고시킨단 평가를 받는 정책이다. 무증을 단행해 유증에 따른 주주 반발을 최소화하겠단 의도라는 해석이 나오지만 정작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31일 체외진단 전문기업 피씨엘 (1,201원 ▼3 -0.25%)은 360억3600만원 규모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운영 및 채무상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유증이다. 구체적으로 △스마트 현장신속진단기기(POCT) 개발 10억원 △진단시약 개발 40억원 △신규진단시약 도입 100억원 △신규장비 도입 50억원 △국내외 영업·마케팅 60억3600만원 △산업은행 차입금 상환 60억원 △자회사 엠큐렉스 차입금 상환 40억원을 집행한단 계획이다.


청약 예정일은 오는 9월 4~5일, 납일 예정일은 9월 12일이다. 발행되는 신주는 보통주 520만주, 예정 발행가는 6930원(확정은 8월 30일)이다. 전일 피씨엘 종가인 1만480원보다 34%가량 낮은 수준이다. 피씨엘은 유증 직후 무증도 예고했다. 피씨엘 주주들이 보유한 보통주 1주당 신주를 2주씩 무상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번 무증으로 피씨엘은 3435만2472주의 신주를 발행하게 된다. 신주 배정 기준일은 오는 9월 15일이며 상장 예정일은 10월 11일이다.

이달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증 후 무증'을 결정한 바이오사들은 더 있다. 유전자 분석 기반 진단업체 클리노믹스 (1,799원 ▼37 -2.02%)는 446억원 규모 유증 후 보통주 1주당 0.5주, 우선주 1주당 0.49999869주의 신주를 배정하는 무증에 나설 예정이다.

유증은 446억원 규모다. 클리노믹스는 조달하는 자금을 자회사 설비투자 및 GMP 시설 확충, 국내외 암 조기진단 사업 운영, 건강기능식품 관련 운영 및 신상품 개발, 채무상환 등에 쓰겠단 계획이다. 청약 예정일은 오는 8월 1~2일, 납입 예정일은 8월 10일이다. 예정 발행가는 5720원(확정 7월26일)으로 해당 계획을 밝힌 이달 19일 종가인 8810원보다 35% 낮다. 무증의 경우엔 신주 배정 기준일이 오는 8월 11일이며, 상장 예정일이 9월 6일이다.


유전자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업체 진원생명과학 (2,375원 ▼10 -0.42%)은 지난 16일 818억원 규모 유증 후 보통주 1주당 0.2주의 신주를 지급하는 무증 계획을 발표했다. 유증을 통해 발행되는 신주의 예정 발행가는 3720원(확정 7월 4일)으로 계획이 공개된 이달 16일 종가 5200원보다 28% 낮다. 특히 유증 후 무증은 진원생명과학이 2021년 12월에도 취했던 재무 전략이다. 당시 진원생명과학은 1137억6000만원 규모 유증 후 보통주 1주당 신주 0.5주를 지급하는 무증을 실시했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보통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증을 추진하면 흥행을 위해 신주 가격을 시세보다 낮게 책정한다"며 "이렇게 되면 낮은 가격에 주식이 들어오니 주가가 떨어져 기존 주주는 손해를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증을 하면 이론적으로는 주주가치가 제고되지 않지만, 유통물량이 늘어남으로써 거래가 활성화돼 주가가 오르는 효과를 낸다"며 "유증으로 주가 하락을 겪을 주주들의 반발을 무증으로 무마시키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현재까진 3사의 '유증 후 무증'에 대한 시장 반응은 냉담한 모습이다. 각각 유증 후 무증 소식을 전한 날 대비 주가가 낮다. 이날 피씨엘 종가는 9070원으로 13%가량 하락했다. 클리노믹스 종가는 6590원으로 25%, 진원생명과학 종가는 5000원으로 4% 떨어졌다.